3화
‹ ›마법 수업은 결국 재앙으로 끝났다.
마력선 삽입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 얇은 관이 팔에 닿는 순간 뭔가 잘못될 거라는 걸. 몸이 먼저 알아챘다. 관이 다가오는 걸 보는 순간부터 손끝이 저리고, 목덜미로 소름이 올라왔다.
그리고 정말로, 그 관이 살갗에 닿는 순간, 나는 손을 뻗어 그걸 밀쳐냈다.
머리로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섯 살짜리가 이 정도 절차에 겁먹으면 안 된다고, 이건 그냥 마력을 흐르게 하는 관일 뿐이라고. 근데 몸이 내 말을 안 들었다. 전생에 뭘 겪었는지는 몰라도, 이 몸이 아니라 내 안의 뭔가가 저 관을 거부하고 있었다.
"도련님, 이러시면 진행이 안 됩니다."
마법 교사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나도 짜증나. 근데 어쩌라고, 몸이 이러는 걸.
결국 그날 수업은 중단됐다. 교사는 한숨을 두 번쯤 쉬더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했고, 나는 시녀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쫓기듯 돌아왔다.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손끝이 아직도 떨렸다. 다섯 살 몸이 이렇게 정직하게 반응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전생의 나는 이런 걸로 떨지 않았는데. 근데 지금은 이 몸이 떨고 있으니 나도 같이 떨리는 거지, 뭐.
"괜찮으세요?"
서지아가 물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컵을 받아 드는 손이 아직도 미세하게 흔들렸다.
"괜찮아. 그냥... 무서웠을 뿐이야."
말해놓고 나니 좀 부끄러웠다. 다섯 살짜리가 무섭다고 말하는 게 뭐가 부끄럽겠냐 싶었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상했다. 서른 몇 해를 살고 온 정신이 다섯 살한테 밀리는 기분이었다.
"무서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서지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위로랍시고 하는 말인데, 목소리에 감정이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더 위로가 됐다. 동정하는 척 말고 그냥 사실을 말해주는 느낌.
"모두가 처음엔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근데 나는 처음이 아닌데도 이러니, 이건 좀 다른 문제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굳이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마법 수업 시간표를 슬쩍 피하기 시작했다.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하거나, 이유는 매번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관이 나오는 수업은 최대한 미룬다. 대신 방구석에서 뭔가 만지는 게 좋아졌다.
처음엔 부러진 촛대를 고치는 것부터 시작했다. 심지가 휘어서 불이 잘 안 붙던 걸 똑바로 펴고, 촛대 다리 하나가 흔들리던 걸 나무 조각을 깎아 끼워 고정했다. 그다음엔 이가 나가 있던 서랍 손잡이를 손봤다. 딱히 도구도 없었다. 방에 굴러다니던 잡동사니와 손톱, 그리고 전생의 손버릇으로 어떻게든 됐다.
뭔가 고치고, 뭔가 조립하는 걸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마력이니 등급이니 하는 것들과 상관없이, 손이 정직하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 감각이 좋았다. 톱니 하나 맞춰 끼우면 시계가 돌아가고, 나사 하나 조이면 흔들리던 게 멈춘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마음이 놓였다.
"도련님, 그건 또 뭐예요?"
서지아가 방에 들어오다가 내가 만들고 있던 걸 발견했다. 낡은 시계 부품들을 뜯어서 다시 조립하고 있던 참이었다. 시계는 어디서 주워온 건지도 기억이 안 나는, 창고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던 고물이었다.
"고장난 시계였는데, 톱니 하나가 빠졌더라고. 대신할 걸 깎아서 끼워봤어."
서지아는 그걸 유심히 들여다봤다. 눈이 시계와 내 손을 번갈아 오갔다. 그 눈빛에 살짝 놀란 기색이 섞여 있었다.
"이걸 다섯 살에요?"
"그냥 손이 심심해서."
거짓말은 아니었다. 손이 심심한 것도 맞고, 뭔가 고치는 게 재밌는 것도 맞았다. 다만 다섯 살짜리 손이 이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근데 어쩌겠어. 몸은 다섯 살이어도 머리는 아니니까.
"손재주가 좋으시네요."
"그런 것 같아."
대충 넘겼다. 서지아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이 집에서 서지아만큼 내 얘기를 캐묻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뒤, 서지아가 이상한 걸 가져왔다.
"이건 도련님 것입니다."
작은 머그컵이었다. 손잡이 모양이 특이했다. 보통 컵 손잡이보다 두 번쯤 더 꺾여 있어서, 뭔가 부품을 조립해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안쪽에는 도련님이 좋아할 것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밑바닥에는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클론."
"뭐야 이게."
"도련님이 요즘 하는 거 보니, 뭔가 계속 고치고 다시 만드시더라고요. 원래 있던 걸 조금 바꿔서, 더 나은 걸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에요. 원본을 복제하면서 더 낫게 바꾸는 사람, 클론."
어이가 없었다.
근데 웃겼다.
"이상한 별명이네."
"싫으세요?"
"...아니, 뭐. 나쁘진 않아."
사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에 들었다. 클론이라니. 전생의 나였다면 웃겼을 이름이었다. 원본을 뜯어서 더 나은 걸 만드는 사람. 다섯 살 애한테 붙이기엔 좀 과했지만, 이상하게 딱 맞는 느낌이었다. 이 삶 자체가 그런 거니까. 원본이 있던 삶을 복제해서, 조금이라도 더 낫게 굴러가게 만들어보려는 것.
"어떻게 그런 이름을 생각해냈어?"
"그냥 도련님을 보다 보니 떠올랐습니다."
서지아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원래 말이 짧은 사람이었다. 근데 그 짧은 말 안에 뭔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부터 서지아는 나를 클론이라고 불렀다. 아무도 없을 때만. 남들 앞에서는 여전히 도련님이었다가, 방문이 닫히고 둘만 남으면 클론으로 바뀌었다. 그 이름 바꿈이 마치 신호 같았다. 이제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그런 신호.
그 별명이 붙고 나서, 뭔가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마법을 못한다는 사실도, F등급이라는 사실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등급표에 F가 박혀 있어도, 나는 클론이니까. 뭔가 그런 이상한 논리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히려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좋은 시간이 됐다.
시계를 고친 다음엔 낡은 램프를 손봤고, 램프를 고친 다음엔 부서진 나무 의자 다리를 다시 짜맞췄다. 뭐든 손에 걸리는 대로 뜯어보고 다시 만들었다. 창고에서 굴러다니던 것들이 하나둘 내 방으로 들어왔다. 방이 점점 고물상처럼 변해갔다.
문제는, 이게 남작가 안에서 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는 거였다.
어느 날, 하녀 하나가 방청소를 하러 왔다가 내가 만든 걸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손에 쥐고 있던 걸레를 떨어뜨릴 뻔했다.
"도련님, 이거... 아버님께서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뭘."
"이거요, 이 부품들. 저희 창고에 있던 고장 난 마차 부속인데, 도련님이 이렇게 다시 조립하신 거예요?"
나는 그때까지도 그게 별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손이 심심해서 만진 거였는데. 창고에 굴러다니던 낡은 마차 바퀴 축이랑 연결부를 뜯어서, 어긋나 있던 걸 다시 맞춰놓은 것뿐이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거 아버님께 말씀드려도 될까요?"
"...마음대로 해."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어차피 이 저택 안에서 하녀들이 뭔가 얘기하고 다니는 걸 막을 방법도 없었고, 딱히 숨길 이유도 없어 보였다. 그냥 고물 몇 개 만졌을 뿐인데.
하지만 그 소문이, 생각보다 빨리 퍼졌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저택 안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하녀들이 소곤거리다 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집사가 평소보다 오래 나를 쳐다보다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뭔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그때부터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