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300년 등대, 그녀만이 고친다

1화

왕궁 서편, 빛이 잘 들지 않는 국청(鞫廳)의 돌바닥은 아침부터 이어진 심문으로 온기 하나 없이 차가웠다. 창 하나 없이 사방이 막힌 그곳은 낮인지 밤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으며, 벽에 걸린 몇 개의 화촉만이 흔들리는 그림자를 벽면에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그림자들은 마치 죄인의 죄를 대신 짊어진 듯 무겁게 드리워졌다가,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스산하게 몸을 뒤척였다. 좌의정 한정욱은 팔짱을 낀 채 상석에 앉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노 상궁의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은 마치 벌레를 관찰하는 것처럼 무심하면서도 서늘했다. 그의 관복은 흠 하나 없이 정갈했고, 손끝은 미세한 떨림조차 없이 서류 위를 오갔으나, 그 정갈함이야말로 이 자리의 냉기를 더욱 짙게 만드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보아라. 청하에서 등대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는 전언이 온 것이 언제였느냐." 노 상궁은 이마를 바닥에 닿을 듯 낮추며 목소리를 떨었다. 그녀의 손끝은 이미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등허리는 곧 부러질 것처럼 굽어 있었다. "이, 이레 전이었사옵니다, 대감. 청하 변경백께서 보내신 파발이 도착하였을 때, 온 궁이 발칵 뒤집혔사옵니다." "그리고 그 소란의 한복판에 있던 자가 누구였는지도 말해보아라." 노 상궁은 잠시 머뭇거렸는데, 그 짧은 침묵이 국청의 정적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침묵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방 안을 가득 채웠고, 그 안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 듯했다. "강서율, 강 백작가의 영애였사옵니다." 그 시각 청하 변경. 강서율은 무너져가는 등대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좌우에 늘어선 신료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번져 나갔다. 몇몇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고, 몇몇은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낮게 혀를 찼다. 한정욱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손끝으로 서류를 톡톡 두드렸으나, 그 안에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자의 여유로운 냉소가 배어 있었다. "파혼당한 지 겨우 두 달 된 여인이, 어찌 청하 변경까지 가서 그런 소동의 중심에 서 있단 말인가." 그가 낮게 뇌는 듯 중얼거리자, 그 말에 담긴 경멸이 국청 전체를 메우는 것 같았다. 신료들 몇은 그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몇은 애써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노 상궁은 손끝을 떨며 말을 이었다. "소인이 듣기로는, 등대의 마도구가 낡아 붕괴 직전이었는데, 그 영애께서 홀로 그것을 고쳐내었다고... 하오나 그로 인해 등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놀랐고, 청하의 관리들 사이에서도 시비가 일었다 하옵니다." "시비라." 한정욱은 그 단어를 되뇌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는데, 그 미소는 웃음이라기보다는 날카롭게 벼린 칼날 같았다. 그 미소가 스치는 순간 화촉의 불빛이 그의 얼굴에 얕은 음영을 새겼고,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그러니까 결국은, 그 계집이 사고를 쳤다는 말이 아니냐." "대감, 그것이..." 노 상궁이 다시 입을 열려 했으나, 한정욱은 손을 들어 그 말을 끊었다. 손짓 하나에 노 상궁의 말이 목구멍 안으로 삼켜졌다. "되었다. 네 말은 이미 충분히 들었다." 국청 한쪽에 서 있던 젊은 문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아직 관복이 몸에 맞지 않는 듯 어깨가 굽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대감, 하오나 파발에는 붕괴를 막아 인명을 구했다는 내용도 함께 있었사옵니다. 등대가 무너졌다면 그 아래 어촌의 백성들이 몰살당했을 것이라고..." 한정욱의 시선이 그 문관에게로 천천히 옮겨갔고,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젊은 문관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고, 손에 쥔 서류가 미미하게 떨렸다. "구했다는 것과 소란을 만들었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한정욱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노기는 이미 턱 끝까지 차오른 것처럼 보였다. "왕세자 전하께서 그 계집과 파혼하신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그 계집의 이름이 다시 궁 안팎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가."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백성 몇을 구했다는 이유로 그 죄가 씻긴다면, 세상에 죄를 짓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느냐. 나는 그 계집의 재주를 묻는 것이 아니다. 그 이름이, 왕실의 위신 옆에 감히 다시 놓여도 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 말에 젊은 문관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고, 국청 안의 신료들 역시 하나둘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오직 한정욱만이 꼿꼿이 선 채, 자신이 내린 결론을 다시 확인하듯 좌우를 훑어보았다. 한정욱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서류 뭉치를 손에 쥐고 좌우를 훑어보았다. 관복 자락이 스치며 낮은 소리를 냈고, 그 소리조차 이 방에서는 위압적으로 울렸다. "왕세자 전하의 위신이 걸린 일이다. 파혼당한 계집이 변경에서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다시 왕실의 이름과 나란히 오르내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 말을 뱉는 그의 눈빛에는 오래전부터 곱씹어 온 원한 같은 것이 서려 있었는데, 그것이 단순히 왕세자의 위신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강서율이라는 이름 뒤에는, 그가 굳이 입에 담지 않는 또 다른 이름이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국청 문이 열리며 시종 하나가 급히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숨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채 거칠었다. "대감, 청하 변경백께서 상경하셨다는 전언이옵니다." 그 말에 국청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신료들의 웅성거림조차 뚝 끊겼고, 화촉의 불꽃마저 잠시 숨을 죽인 듯 흔들림을 멈추는 것 같았다. 한정욱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목소리에 얼음 같은 냉기가 서렸다. "유하진이... 제 발로 왔다는 것이냐." 그 물음 속에는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선, 오래전부터 묻어두었던 무언가를 건드리는 듯한 긴장이 배어 있었다. 그의 손끝이 서류를 쥔 채 미세하게 조여들었고, 턱 끝의 근육이 단단하게 굳어가는 것이 화촉 불빛 아래 선명히 드러났다. 시종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다시 한번 아뢰었다. "예, 대감. 벌써 도성 문턱을 넘으셨다 하옵니다. 지금쯤이면 궐 앞에 이르셨을지도 모른다 하옵니다." 한정욱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닫혀 있던 무언가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발소리를 듣는 것처럼,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냉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좀처럼 읽어내기 힘든 서늘한 표정만이 남아 있었다. 국청 안의 신료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으나, 누구도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노 상궁 역시 여전히 바닥에 이마를 붙인 채, 이 무거운 침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침묵 위로, 문 밖 저 멀리서부터 규칙적인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첫 화입니다 목록 다음화 ›
♡ 좋아요 0 · 로그인 후 좋아요/별점/댓글 참여 가능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