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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감찰당 별채를 나서니 본관 앞뜰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원로들이었다. 흰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 셋과, 그 옆에 종주가 서 있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데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서늘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는 태식이도 붕대를 감은 채 서 있었는데, 나를 보는 눈빛이 곱지 않았다. 팔은 목에 걸어 고정했고, 손목엔 두툼하게 붕대를 감았는데 그 와중에도 눈빛만큼은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오셨습니까." 감찰당 여자가 나를 안내하며 말했다. 존댓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는 차가웠다. 마치 냉동창고 안내원이라도 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종주가 나를 훑어봤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마치 물건을 감정하는 눈빛이었다. "사흘 동안 잘 지냈느냐." "갇혀 있느라 딱히 잘 지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말투는 좋지 않습니다.] ···알아, 아는데 나오는 걸 어떡해. 사흘을 좁은 별채에 갇혀 지냈는데 잘 지냈다고 웃으면서 대답하란 말인가. 종주는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원로들을 향해 눈짓했다. 가장 나이 든 원로가 앞으로 나섰다. 걸음걸이는 느렸지만 눈빛만은 젊은 사람보다 더 매서웠다. "태식이의 진술과 감찰당의 조사 결과가 서로 맞지 않는다." 원로의 목소리는 낡은 종이처럼 바스락거렸다. "목격자 셋은 네가 이상한 힘으로 태식이를 쓰러뜨렸다고 하는데, 감찰당의 탐지에는 심궁도 이상 기운도 잡히지 않았다." "저도 억울합니다. 태식 공자가 저를 쫓아오다가 넘어진 거지, 제가 뭘 한 게—" "셋이 동시에 착각을 했다는 거냐." 말이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뭐라고 대답해야 세 명의 목격자 진술이 전부 거짓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도 다 자기 가문 사람들 앞에서. 두 번째 원로가 나섰다. 조금 더 젊었지만 눈빛은 더 매서웠다. 마른 체구에 눈동자만 형광등처럼 반짝거리는 노인이었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지." "어떤 방법입니까?" "비무. 실제로 뭔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눈앞에서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심궁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대결이라니, 애초에 없는 걸 증명하라는 게 얼마나 모순적인 요구인지 저 노인은 알고 있을까. "저는 심궁이 없는—" "천제라는 놈이 심궁 3단계를 상대로 무언가를 했다는 목격자가 셋이나 있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우기는 상황이지 않느냐." 원로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흰 눈썹 아래 눈동자가 마치 나를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이대로 두면 소문이 가문 밖으로 새 나갈 수도 있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지." 종주가 팔짱을 낀 채 말을 받았다.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였다. "삼 일 후, 연무장에서 태식이와 다시 겨루게 한다. 만약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확인되면, 이 조사는 여기서 끝난다." "만약 뭔가 있다면요?" 종주가 나를 잠시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의심과 경계, 그리고 아주 희미한,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대감만은 아니었다. "그건 그때 다시 생각해봐야겠지." [비무 형식이 상당히 불리하게 짜여 있습니다.] ···그렇겠지. 내가 봐도 이건 함정에 가깝다.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인 그런 구조. 심궁 3단계 상대로 아무것도 못 하면 폐물이라 비웃음거리가 될 거고, 뭔가 해내면 정체를 캐물을 거고. 태식이 붕대 감은 손목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그 웃음에 통증이라고는 전혀 섞여 있지 않았다. "기대되네, 도윤이. 이번엔 봐주지 않을 거야." "봐준 적도 없었잖아." 나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갔다. 원로들의 눈썹이 동시에 움직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세 개의 흰 눈썹이 동시에 치켜올라가는 걸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올 뻔했다. 세 노인의 리액션이 저렇게 똑같을 수가 있나. 종주가 손을 들어 상황을 정리했다. "삼 일이다. 그동안은 별채가 아니라 본채 동쪽 방에서 머물러라. 대신 출입은 여전히 제한한다." 갇힌 곳이 조금 넓어진 것뿐, 사실상 감금은 그대로였다. 별채보다 방 하나가 넓어졌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감시가 붙는 건 똑같을 텐데. 원로들이 하나씩 흩어졌다. 낡은 두루마기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며 멀어져 갔다. 태식이도 붕대 감은 손목을 슬슬 매만지며 자리를 떴는데, 지나가면서 나를 한 번 더 흘겨보고 갔다. 그 시선에는 확실히 원한이라는 게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종주가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도윤아." "네." "네 어미도 처음엔 아무도 몰랐다. 심궁이 늦게 열리는 특이체질이라, 다들 폐물이라 불렀지. 열두 살이 되던 해에야 갑자기 화무입도 직전까지 치고 올라갔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나는 숨을 죽였다. 종주의 목소리에서 뭔가, 평소와는 다른 결이 느껴졌다. 그리움 같기도 하고, 회한 같기도 한.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낯설지가 않구나." 그 말을 남기고 종주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갔다. 넓은 등판이 아침 햇살 속으로 멀어져 가는 걸 보며, 나는 방금 들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새겼다. 어머니도 폐물 소리를 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열두 살에 화무입도 직전까지 갔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종주님의 태도가 방금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러게. 이거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모르겠는데." [분명한 건, 삼 일 후의 비무가 도윤 님의 정체를 결정짓는 순간이 될 거라는 겁니다.] "고맙다, 그런 얘기는 딱히 안 해줘도 됐는데."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너 그거 알아? 그 정확한 사실이 지금 나한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거. 동쪽 방으로 옮겨지던 저녁, 나는 창밖으로 연무장을 내려다봤다. 커다란 원형 마당에 벌써 관전할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무판자로 급조한 좌석 몇 개,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며 자리를 정리하는 하인들의 모습까지 보였다. 소문이 새어나간 모양인지, 하나둘씩 다른 방계 제자들이 몰려와 수군거리는 게 보였다. "저기가 천제랑 태식 공자가 겨룬다는 데야?" "태식 공자가 봐줄 것 같지가 않던데." "근데 진짜 심궁이 생겼으면 그게 더 무섭지 않냐." "들었어? 감찰당에서 탐지도 안 잡혔대.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이상한 놈이란 소리는 원래부터 있었잖아. 태어날 때부터 심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수군거림 속에서, 나는 옥패를 손끝으로 매만졌다. 여전히 따뜻했다. 손바닥에 닿는 온기가 마치 누군가의 심장 박동처럼 미약하게 느껴졌다. 방 안은 별채보다 확실히 넓었지만, 창문 밖으로는 여전히 감시하는 눈이 두 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그림자가 움찔거리는 게 보였으니, 이게 어디 자유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인가. 삼 일. 외장경에서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비무가 정말로 소문을 잠재우는 자리로 끝날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터질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방 안을 서성이며 나는 몇 번이나 옥패를 쥐었다 놓았다 반복했다. 태식이는 심궁 3단계, 정식으로 무공을 배운 지 몇 년이나 된 놈이다. 그런 놈을 상대로, 심궁도 없이 뭘로 버텨야 하나. 외장경 하나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위기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던 그 힘이, 다시 필요할 때 제대로 나와줄지도 알 수 없었다. 마치 처음 자전거를 배운 아이가 다시 넘어질까 무서워하는 심정이랄까.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창밖 어둠 속에서, 연무장에 걸린 등불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노란 불빛이 원형 마당을 따라 점점이 이어지며 밤을 밝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처형장에 세워지는 등불들 같기도 했다. 나는 창틀에 손을 짚고, 그 불빛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삼 일 후, 저 마당 한가운데에서 나는 다시 태식이와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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