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탐색병장이 사라진 지 열흘째 되던 날, 그가 다시 채팅창에 나타났다.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밤 열 시에 방송을 켰다.
구독자 200명 남짓, 실시간 시청자는 많아야 열댓 명인 소규모 방송이었다.
후원 알림음이 뜨는 일도 드물었고, 채팅창은 대부분 비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탐색병장이라는 닉네임이 사라진 지 며칠 만에 나는 그 빈자리를 유난히 크게 느꼈다.
열흘 동안 나는 채팅창 상단을 몇 번이나 새로고침했는지 모른다.
혹시 방송 알람을 놓쳤을까 봐, 시간을 바꿔서 켜보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 밤, 게임 로딩 화면이 뜨는 사이 채팅창에 낯익은 닉네임이 떴다.
[탐색병장] 죄송해요 갑자기 안 들어왔죠
반가움이 먼저 튀어나왔다.
"어디 갔었어! 아니, 어디 갔었어요."
캐릭터 톤을 유지하려다 실패했다.
평소 나는 방송에서 살짝 딱딱한 존댓말투를 유지했는데, 그 말투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탐색병장] 그냥 좀... 집에 일이 있었어요
그 말 뒤에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마이크에 대고 헛기침을 하며 다음 채팅을 기다렸다.
화면 구석의 채팅창 타이머가 삼십 초, 사십 초,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그 침묵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바쁘면 나중에 얘기해도 돼."
일단 그렇게 던져놓고, 게임 캐릭터를 조작하며 시간을 벌었다.
[탐색병장] 아버지가 좀... 술 마시면 그래요
[탐색병장] 별거 아니에요
별거 아니라는 말이 오히려 더 크게 들렸다.
손이 저절로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게임 속 캐릭터가 몬스터에게 몇 번이나 맞아 체력이 깎이는데도 나는 조작을 잊고 있었다.
"별거 아니면 왜 말을 못 끝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는데, 그게 방송에 그대로 나갔을까 봐 신경이 쓰였다.
[탐색병장] ㅋㅋ 진짜 별거 아니에요
[탐색병장] 그냥 좀 맞았어요 그게 다예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화면 너머로 그가 어떤 상태일지 상상이 됐다.
멍이 든 팔, 혹은 부어오른 뺨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도 몸이 붕 뜨는 것 같았다.
"괜찮아? 지금 괜찮아?"
방송 중이라는 걸 잠깐 잊고 물었다.
채팅창에는 다른 시청자가 없었으므로, 아무도 이 대화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평소라면 몇몇이 "무슨 얘기예요?" 하고 끼어들었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나는 그 조용함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탐색병장] 네 지금은요
[탐색병장] 근데 이거 방송에서 말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괜찮아. 나만 봐."
방송을 끄고 개인 메시지로 넘어가자고 하려다가, 그러면 그가 더 위축될까봐 그러지 못했다.
방송을 끄는 순간 그가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어 다시 입을 닫아버릴까 겁이 났다.
그날 방송은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끝냈다.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도 나는 계속 그의 닉네임이 채팅창에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방송이 끝나면 따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밥은 먹었는지, 오늘은 괜찮았는지.
처음에는 짧은 안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매일 밤 열두 시가 되면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탐색병장] 왜 이렇게까지 신경 써줘요
"몰라. 그냥 신경 쓰여."
짧게 답했지만 사실은 이유가 있었다.
나 역시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법을 어릴 때부터 배운 사람이었으니까.
아버지의 발소리가 들리면 방문을 잠그고, 텔레비전 소리가 커지면 숨을 죽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아무도 나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 질문을 대신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를 위해 몰래 후원금 일부를 따로 모아두기 시작했다.
한 달에 3만 원, 5만 원씩.
방송으로 번 돈에서 생활비를 빼고 남는 돈이 거의 없었지만, 그에게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가계부 앱을 켜서 '탐색병장'이라는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그 항목 옆에 매달 조금씩 숫자가 쌓이는 걸 보는 게, 이상하게도 나에게 위안이 됐다.
[탐색병장] 이 돈 왜 보내요
메시지로 계좌를 알려준 그에게 처음 돈을 보낸 날, 그는 놀란 듯한 문장을 보냈다.
계좌번호를 받아 적을 때 손이 살짝 떨렸던 기억이 난다.
혹시 잘못 입력해서 다른 사람한테 돈이 들어가면 어쩌나, 몇 번이나 숫자를 확인했다.
"그냥. 급할 때 쓰라고."
짧게 답했다.
[탐색병장] 고마워요... 진짜로
[탐색병장] 근데 이거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나도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야."
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쌓였다.
채팅창의 다른 시청자들이 그의 사정을 몰랐던 것처럼, 나 역시 그가 실제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의 아이디와 채팅 말투, 그리고 가끔 보내는 짧은 메시지가 내가 아는 그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그는 방송에서 가장 먼저 채팅을 남기는 사람이 되었다.
방송을 켜고 삼십 초도 지나지 않아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가 채팅창 맨 위에 뜨면, 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어떤 날은 그가 없으면 방송 시작 멘트를 하다가도 자꾸 채팅창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시청자 몇 명이 "누구 기다리세요?" 하고 물으면, 나는 얼버무리며 게임 얘기로 넘어갔다.
한번은 그가 새벽 두 시에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탐색병장] 자요?
자다가 깬 채로 답장을 보냈다.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탐색병장] 아니요 그냥요
그날은 별일 아니었던 것 같아 안심했지만, 다음 날에도 나는 하루 종일 그 메시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는 사이, 나는 그가 채팅창에 나타나는 순간마다 마음이 조금 놓였다.
동시에 그가 나타나지 않는 날에는 괜히 게임에 집중이 안 됐다.
방송 시청자 수는 여전히 열댓 명 수준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한 명이 나머지 전부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평소와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날도 나는 늘 하던 대로 게임 캐릭터를 조작하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채팅창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지더니, 그의 닉네임이 새 메시지와 함께 떴다.
[탐색병장] 야차희라는 이름, 진짜 이름은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