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3년 전, 4월.
방송 시청자 수는 평균 열두 명이었다.
그중 절반은 봇이거나 우연히 스쳐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시절 나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새벽 두 시에 방송을 켰다.
시급 8,590원짜리 일이었고, 하루 여덟 시간을 서서 계산대를 지켰다.
집에 돌아오면 발바닥이 퉁퉁 부어 있었고, 신발을 벗을 때마다 양말에서 편의점 튀김 냄새가 났다.
원룸은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32만 원짜리였다.
벽지에는 곰팡이 얼룩이 창문 위쪽으로 손바닥만하게 번져 있었고, 여름이 오면 그 얼룩이 조금씩 커진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헤드셋은 이어폰 한쪽이 고장 나 왼쪽 소리만 들렸는데, 그것도 다이소에서 오천 원 주고 산 물건이라 새로 살 돈이 아까워서 그냥 쓰고 있었다.
그 헤드셋으로 나는 매일 던전 공략 영상을 흉내 내며 혼잣말 같은 방송을 했다.
카메라도 없었고, 마이크도 컴퓨터 내장 마이크였다.
화면에 보이는 건 게임 화면과 작은 얼굴 캠뿐이었는데, 얼굴 캠 화질이 너무 낮아서 내 표정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오늘도 다들 살아있었나, 인간들."
지금과 똑같은 대사였다.
다른 건 목소리가 더 얇고 어렸다는 것뿐이었다.
채팅창에는 대개 아무도 없었다.
가끔 [익명12345] 같은 뜨는 아이디가 한두 마디 남기고 사라지는 게 전부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자 대답하고, 혼자 웃고, 혼자 다음 대사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낯선 아이디가 진지하게 채팅을 남겼다.
[탐색병장] 그거 진짜 던전 지식이에요? 아니면 그냥 연기예요?
손이 잠깐 멈췄다.
놀림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나는 화면 속 채팅창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연기 반, 진짜 반."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때는 아직 야차희라는 이름도 없었다.
[탐색병장] 신기하네요 진짜 던전 탐사자처럼 말하는데
[탐색병장] 계속 봐도 돼요?
"어... 어. 그래도 돼."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뛰었는데, 그게 왜인지는 그때는 몰랐다.
그날 이후로 탐색병장은 매일 같은 시간에 채팅창에 나타났다.
나는 방송을 켜기 전, 시계를 보며 그가 올 시간을 계산하는 버릇이 생겼다.
'새벽 두 시 오 분쯤이면 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헤드셋을 쓰는 게 하루 중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이 됐다.
일주일 후.
시청자는 여전히 열댓 명이었지만, 탐색병장의 댓글은 매일 늘어났다.
[탐색병장] 오늘은 뭐 잡으러 가요?
[탐색병장] 그 대사 좋았어요, 머리가 두 개로 늘어난다고 쫄 것 같냐
[탐색병장] 저 그거 캡처했어요 ㅋㅋ
캡처했다는 말에 나는 웃음이 났다.
누군가 내 방송을 저장해뒀다는 사실이 그렇게 크게 다가올 줄 몰랐다.
"그거 캡처할 정도는 아닌데."
부끄러운 듯 말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나는 한참 동안 그 채팅창을 다시 읽어보곤 했다.
[탐색병장] 진짜 재능있는 것 같아요
[탐색병장] 저는 그냥 던전 탐사자인데 이거 보는 거밖에 할 게 없어요
던전 탐사자라는 말 뒤에 숨은 무언가를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매일 접속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나는 그가 몇 살인지도,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지만,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며칠이 더 지났을 무렵.
탐색병장은 채팅에 조금씩 개인적인 이야기를 섞기 시작했다.
[탐색병장] 저 사실 예전에 회사 다녔었어요
[탐색병장] 근데 그만두고 지금은 계속 집에 있어요
[탐색병장] 방송 보는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기다려지는 시간이에요
그 말이 나에게도 그대로 겹쳐졌다.
나 역시 하루 여덟 시간 편의점에 서 있다가, 새벽 두 시가 되면 겨우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한 달쯤 지났을 무렵.
탐색병장의 채팅은 점점 방송의 절반을 차지했다.
나는 그와 주고받는 대화만으로 방송 한 시간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시청자들이 아무 말 없이 사라져도, 탐색병장만 있으면 방송이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채팅창을 켜놓고 잠들 뻔한 적도 있었다.
새벽 세 시가 넘도록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작 다음 날 알바 시간에 늦을까 봐 허둥지둥 방송을 끝낸 적도 있었다.
그렇게 늦게 자고도 다음 날이면 또 새벽 두 시가 기다려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 시절엔 다른 시청자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탐색병장의 부재는 채팅창을 그대로 비워버렸다.
방송을 켜고, 채팅창을 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게 며칠간 반복됐다.
첫날은 그저 바쁜가 보다 생각했다.
둘째 날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셋째 날부터는 방송을 켜기 전부터 채팅창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럴 때마다 텅 빈 창을 보며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는 그가 그냥 지겨워졌을 거라 생각했다.
'재밌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
닷새쯤 지났을 때, 나는 방송 중에 괜히 그의 아이디를 언급해봤다.
"탐색병장 요즘 안 오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채팅창에는 다른 익명 아이디 하나가 짧게 "그런가요"라고 답했을 뿐,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방송을 끄고 나서, 혼자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방 안에 정적만 남았고, 벽지의 곰팡이 얼룩만 예전 그대로였다.
나는 헤드셋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고, 한참 동안 꺼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 화면에는 내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는데, 그 얼굴이 유난히 지쳐 보였다.
'그냥 던전 탐사자라고 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정말 그냥 지겨워진 걸까.'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채팅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탐색병장] 그거 진짜 던전 지식이에요? 아니면 그냥 연기예요?
그 첫 문장부터, [탐색병장] 저는 그냥 던전 탐사자인데 이거 보는 거밖에 할 게 없어요, 라는 마지막 문장까지.
읽는 내내 이상하게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때는 그 정적이 그저 한 사람의 부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정적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는 그때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