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쇳가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업대 위에 놓인 A급 엔진 뼈대는 오늘도 완성되지 않았다.
톱니 세 개가 어긋나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톱니 홈을 더듬었다.
1밀리미터.
딱 1밀리미터가 맞지 않았다.
숫자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조를 수 있다는 걸, 지구에 있을 때는 몰랐다.
1밀리미터.
그 간격 안에 내 남은 인생이 다 들어가 있었다.
지구에서 나는 기계공학과 3학년이었다.
도서관 4층, 창가 자리, 늘 앉던 그 자리에서 밤을 새우다 잠들었다.
전공 서적을 베고 엎드려 있었다.
손등에 잉크가 묻어 있었다.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뜨니 이 몸이었다.
철혼계.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기계로 신분이 나뉘고, 기계로 목숨이 결정되는 세계.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웃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대학 시절 배운 지식은 여기서도 통했다.
적어도 이론은 그랬다.
톱니비, 회전력, 응력 분산, 재료의 피로도.
전부 종이 위에서는 완벽했다.
문제는 손이었다.
이 몸의 손가락은 가늘고, 자주 떨렸다.
영양실조 때문이라고 뚱보가 말해주었다.
뼈만 앙상한 손목, 마디마디가 튀어나온 손가락.
지구에서의 내 손은 두꺼웠다.
공구를 오래 쥐어서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 손은 그 반대였다.
얇고, 약하고, 정직하지 못했다.
이 세계의 기계는 손끝의 감각으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지식만으로는 부족했다.
알고 있는데도 안 되는 것.
그게 가장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종류의 실패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도현아, 오늘도 안 됐어?"
작업장 문이 열리며 뚱보가 들어왔다.
덩치가 문틀을 가득 채웠다.
키 200센티미터.
몸무게는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200킬로그램은 훌쩍 넘을 거라고 다들 짐작했다.
그 큰 몸이 좁은 작업장에 들어오면 공기마저 좁아지는 기분이었다.
"1밀리미터가 안 맞아."
나는 톱니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두 달째였다.
두 달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었다.
두 달.
날짜로 세면 육십일.
시간으로 세면 천사백사십 시간.
그 시간 동안 내가 맞춘 톱니는 정확히 영 개였다.
투자로 치면 육십일 연속 손절.
매일 다른 방식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것, 그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천천히 해. 아직 열흘 남았잖아."
뚱보가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에는 악의가 없었다.
그게 더 아팠다.
열흘.
그 말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신분 카드 갱신일이 열흘 뒤였다.
무신분자, 이곳 사람들이 흑우라 부르는 우리 같은 존재는, 열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기계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영구 무신분으로 등록된다.
영구 무신분은 죽을 때까지 톱니골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흑우.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웃었다.
지구에서도 그 단어를 알고 있었으니까.
시장에서 물려서 못 빠져나오는 사람들.
여기서는 뜻이 조금 달랐다.
신분 시장에서 물려서, 평생 못 빠져나오는 사람들.
같은 단어, 같은 절망.
세계가 달라도 밑바닥의 언어는 비슷하다는 게 이상했다.
나는 열일곱이었다.
열흘 뒤면 열여덟이 된다.
시험은 그 전에 한 번,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남아 있었다.
그 한 번을 놓치면 내 인생 전체가 상장폐지였다.
재상장은 없다.
이 세계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뚱보야."
"응?"
"오늘 밥값, 또 네가 냈지."
뚱보는 대답 없이 웃었다.
그 웃음이 미안함을 더 크게 만들었다.
뚱보는 폐품을 팔아 번 돈으로 내 약값을, 내 밥값을, 내 공구값을 대주고 있었다.
자기 몸집만큼이나 큰 저축을 나 하나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계산해본 적이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뚱보가 나에게 쓴 돈.
대략 팔백 코인.
톱니골 기준으로는 작은 집 한 채 값이었다.
뚱보는 그 돈을 나라는 종목에 전부 걸었다.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종목에.
갚을 방법이 없었다.
나에게 있는 건 실패한 톱니와, 실패한 시간뿐이었다.
자산이라고 부를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부채만 늘어나는 계좌.
그게 나였다.
오후 3시.
작업장 창밖으로 여우가 지나갔다.
여우는 우리와 같은 톱니골 출신이지만, 다른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 있었다.
같은 골목, 같은 진흙, 같은 배고픔.
그런데 지금 여우의 옷차림은 우리와 달랐다.
신발 밑창이 두꺼웠다.
그건 이 골목에서 꽤 큰 사치였다.
"도현 형, 뚱보 형, 오늘도 못 끼웠나 보네요."
존댓말이었다.
하지만 그 존댓말 안에 날카로운 것이 숨어 있었다.
칼날에 예의를 입혀놓은 것 같았다.
"우리 형은 벌써 3급 시험까지 붙었어요. 다음 달엔 정식 기계사예요."
여우가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3급 기계사.
그 자격이 붙으면 톱니골을 나갈 수 있다.
월급이 우리 한 달 생활비의 스무 배가 넘는다.
여우의 형은 그 시장에서 이미 우량주로 편입된 셈이었다.
나는 여전히 상장 심사조차 못 받은 무명 주식이었다.
"열흘 남았죠? 파이팅이요."
여우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뚱보의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다.
손등에 힘줄이 서 있었다.
저 손으로 뚱보가 사람을 때리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 주먹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지금 뚱보가 참고 있다는 걸.
"신경 쓰지 마."
나는 뚱보의 팔을 두드렸다.
두드린 손이 떨렸다.
분노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둘 다였을 것이다.
여우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파이팅이요.
그 말이 응원이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뚱보도 알았다.
응원이라는 포장지를 씌운 비웃음이었다.
포장을 벗기면 안에는 이거 하나가 들어 있었다.
너는 안 될 거야.
오후 6시.
뚱보가 폐품 수레를 끌고 나갔다.
바퀴가 자갈길에 부딪히는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문가에 서 있었다.
뚱보의 뒷모습이 골목 끝에서 작아졌다.
저 큰 덩치도 이 길 위에서는 그냥 작은 점이 되었다.
나는 혼자 남아 톱니를 다시 집어 들었다.
1밀리미터.
숫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설계도, 계산, 톱니비까지 전부 맞았다.
공식은 완벽했다.
대학교 3년 동안 배운 모든 걸 쏟아부어 검증했다.
그런데 실제로 조립하면 늘 어긋났다.
손이 문제였다.
손이 정밀하지 못했다.
지식이라는 자본은 넘치는데, 그 자본을 실행할 손이라는 인프라가 부실했다.
좋은 전략을 세워도 체결이 안 되는 시장.
그게 지금 내 몸이었다.
나는 톱니를 눈앞에 들고 손끝으로 회전시켰다.
빛에 반사되는 표면을 살폈다.
긁힌 흔적, 깎인 흔적.
전부 내가 남긴 실패의 기록이었다.
이 작은 금속 조각 하나에 두 달치 시도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작업장 구석에 쌓인 폐품 더미를 바라보았다.
뚱보가 오늘 주워온 것들이었다.
낡은 코어, 부서진 회로판, 녹슨 케이스.
다 팔리지 않을 것들이었다.
시장 가치로 따지면 전부 0에 가까운 것들.
그런데 뚱보는 매일 저 더미를 뒤져서 몇 코인이라도 만들어냈다.
나보다 훨씬 나은 투자자였다.
적어도 뚱보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수익을 냈으니까.
폐품 더미를 하나씩 살피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오후 6시 20분.
6시 40분.
아무것도 건질 게 없어 보였다.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만 한 원형 코어.
표면에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다른 폐품과 달리 먼지가 하나도 앉지 않았다.
이상했다.
이 작업장 안에서 먼지를 피할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쇳가루가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그런데 그 차가움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맥박 같은 것이.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이상했다.
쇠는 원래 온도가 없어야 했다.
주변 공기와 같아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차가운데, 그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나는 그 코어를 눈앞으로 가져왔다.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원을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뻗어나가는 선들.
지구에서도, 이 세계에서도 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
설계도 어디에도 없는 패턴.
누군가 의도적으로 새겨넣은 것 같았다.
순간, 코어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손끝이 뜨거워졌다.
나는 코어를 놓지 못했다.
빛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