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미국 땅에서의 2년이란, 본좌에게는 실로 고난과 성취가 뒤엉킨 형극*의 세월이었느니라.
*형극: 나뭇가지에 난 가시. 매우 고통스럽고 험난한 과정을 뜻한다.
서은하가 데려간 곳은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훈련장이었다. 주변에 인가는 없었고, 오직 붉은 흙과 하늘뿐이었다. 하늘을 나는 가마 — 저 요망한 자들이 '헬기'라 부르는 물건 — 에서 내려서자마자, 본좌는 뜨거운 모래바람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이... 훈련장이라 하였소?"
"응."
"허나 아무것도 없지 않소."
"그게 훈련장이지."
참으로 황당무계*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반박할 새도 없이 그녀는 벌써 텐트를 치고 있었다.
*황당무계: 말이나 행동이 근거가 없고 허황됨.
"여기서 뭘 배운단 말이오."
"순간이동."
"그것만?"
"그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강해질 거야."
첫 훈련은 단순했다. 10미터를 이동해라.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본좌의 마력은 너무나 거대해서, 10미터를 이동하려 하면 100미터를 넘어가 버리기 일쑤였다.
[전이마법 발동.]
[좌표 오차: 87미터 초과.]
[사용자의 마력 통제력이 형편없습니다.]
"...참으로 통제 불가한 힘이로다."
"통제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네가 서투른 거야."
서은하의 냉정한 지적이었다.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본좌는 모래바닥에 처박힌 채 하늘을 바라보며, 억울함과 굴욕이 뒤섞인 감정을 삭였다. 뒤통수가 뜨거워지는 것이 순전히 태양 때문만은 아니었느니라.
매일이 그런 식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좌표를 계산하고, 오후에는 실전처럼 몬스터 — 서은하는 이를 '요괴'라 불렀다 — 를 상대하며 순간이동으로 회피하고 반격하는 법을 익혔다.
"움직여! 또 죽어!"
"본좌가 어찌 그리 쉽게 죽겠소!"
하지만 실제로는 매번 죽을 뻔했다. 어느 날은 붉은 눈알의 사구충이라는 요괴가 본좌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직전, 서은하의 화살이 그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또 어느 날은 발밑의 모래가 갑자기 무너져 지하로 떨어지려는 순간, 그녀가 손목을 잡아채 끌어올렸다. 서은하가 마지막 순간마다 개입해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그 은혜는 실로 태산과도 같았느니라.
"스승, 오늘도 살았소."
"당연하지. 나 없었으면 넌 벌써 세 번은 죽었어."
"...참으로 부정할 수 없는 말이로다."
***
반년이 지날 무렵, 처음으로 정확히 10미터를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
"됐다!"
본좌는 스스로도 놀라 소리쳤다. 좌표를 계산하고, 마력을 억누르고, 오차 없이 목표한 지점에 서게 된 것이었다. 서은하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이야."
"...시작이라니, 이것으로 반년을 허비하였는데 이제야 시작이라니 말이오?"
"그럼 반년 만에 완성될 줄 알았어?"
그 말과 함께 훈련의 강도는 세 배로 늘었다. 참으로 지독한 스승이었느니라. 새벽 훈련이 두 시간 더 늘었고, 요괴와의 실전 횟수도 배로 증가했다. 본좌는 매일 밤 뻐근한 어깨를 두드리며 '이것이 과연 사부의 도리인가' 하고 속으로 원망을 삭였으나, 겉으로는 감히 내뱉지 못했느니라.
1년이 지날 무렵에는 100미터 이동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냈고, 이동 중 방향을 바꾸는 법까지 익혔다. 그것은 곧 전투 중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등 뒤로 파고드는 기술로 이어졌다.
"제법이네."
"제법이라니. 본좌의 실력이라면 이미 절정*에 이르렀다 해야 옳지 않겠소?"
*절정: 무공이 극에 달한 최고의 경지.
"아직 멀었어."
그녀는 그 이상의 칭찬을 허락하지 않았다. 참으로 인색한 스승이었다.
"이제 슬슬 무기도 배워야지."
서은하가 검 한 자루를 던져주었다. 본좌는 그것을 받아 들며 물었다.
"검은 왜 필요하오. 본좌에게는 마법이—"
"넌 주문을 못 외운다니까. 순간이동만으로 적을 죽일 수는 없어. 근접전 무기가 필요해."
일리 있는 말이었다. 본좌는 그날부터 검술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검을 쥐는 법조차 서툴러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으나, 서은하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계속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냉정하기 짝이 없는 스승이었으나, 밤이면 몰래 약을 발라주는 손길만은 다정했느니라.
***
1년 6개월이 지날 무렵, 본좌는 서은하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저 두려운 스승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유일하게 본좌의 곁에 남아있는 사람이 되었느니라. 사막의 밤, 모래 위에 누워 별을 바라보며 그녀와 나누던 짧은 대화들, 훈련이 끝난 뒤 함께 먹던 마른 육포 한 조각까지도, 본좌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느니라.
"스승."
"응?"
"고맙소."
갑작스러운 말에 서은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가."
"본좌를... 버리지 않아준 것이."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모래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그러다 픽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지. 넌 내 투자니까."
무뚝뚝한 대답이었으나, 본좌는 그 말 속에 숨은 온기를 느꼈느니라. 참으로 츤데레*라 할 만한 스승이었도다.
*츤데레: 겉으로는 쌀쌀맞으나 속으로는 다정한 성격.
"허나 투자라 함은, 언젠가 회수를 원한다는 뜻이 아니오?"
"...그런 어려운 말은 어디서 배웠어."
"본좌는 원래 학식이 깊은 몸이오."
그녀는 대답 없이 등을 돌렸으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본좌는 놓치지 않았느니라. 웃음을 참는 모양이었다.
***
2년이 다 되어갈 무렵, 서은하가 본좌를 불러 앉혔다. 텐트 안, 작은 등불 하나만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녀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무거웠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
"돌아가서... 무엇을 하란 말이오."
"임무."
짧은 대답이었으나 그 무게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떤 임무요."
"먼저 라이센스를 따야 해. 그다음에 알려줄게."
"어찌 그리 순서를 미루는 것이오."
"때가 되면 알아."
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다. 필요한 정보만 딱 필요한 순간에 흘려주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느니라. 본좌는 그것이 못마땅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터였다.
"라이센스라 함은, 곧 통행패를 뜻함이오?"
"응, 헌터 자격증. 그거 없으면 임무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해."
"통행패쯤이야 손쉽게 취득하리라."
"쉽지 않을걸. 시험이 있어."
"시험?"
"응. 필기랑 실기 둘 다."
본좌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 무슨 요망한 절차인가. 무림의 고수가 되는 데 어찌 필기시험 따위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러나 서은하의 표정은 진지했으므로, 본좌는 감히 더 따지지 못했느니라.
"스승."
"뭐."
"함께 가는 것이오?"
서은하는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어."
그 말투에서 본좌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그늘을 느꼈다. 평소 같으면 짤막하게 넘겼을 그녀가, 이번에는 유난히 오래 말을 아꼈다. 그녀가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느니라.
"할 일이라 함은... 본좌와 관련된 것이오?"
"...몰라도 돼."
"스승."
"가서 자."
짤막해진 대답, 끊어지는 말투. 그녀는 늘 저런 식으로 대화를 끝맺었으나, 이번만큼은 그 침묵의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느니라.
다음 날, 본좌는 다시 하늘을 나는 가마에 올랐다. 창밖으로 사막이 멀어지고, 붉은 흙빛이 옅어지며 곧 태평양의 검푸른 물결이 펼쳐졌다. 2년 전 떠났던 그 조국으로, 이제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돌아가는 길이었느니라.
좌석에 몸을 기댄 채, 본좌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검푸른 물결 아래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서은하가 감추고 있는 '따로 할 일'이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슴 한구석을 스멀스멀 잠식해 왔으나, 본좌는 애써 그것을 떨쳐내며 눈을 감았느니라. 참으로 알 수 없는 그늘이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