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본좌, 이도현이 하늘의 벼락을 온몸으로 받아낸 그날을 기억하는도다. 열다섯 해를 살며 그저 평범한 소년이라 믿었던 본좌의 몸속에서, 실로 천지가 개벽*할 마력이 폭발했으니 — 그것이 곧 파멸의 서곡이었음을 그 누가 알았으리오.
*천지개벽: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림. 세상이 뒤바뀔 만큼 큰 사건을 뜻함.
체육관 뒤편, 친구들과 어울려 요망한 손바닥만 한 기계 — 세간에서는 '스마트폰'이라 부르는 그 요물로 게임을 하던 중이었다. 그날은 유독 하늘이 청명하여, 본좌는 그저 평범한 오후라 여겼느니라. 친구 놈 하나가 게임 속 캐릭터를 두고 훈수를 두었고, 본좌는 그 훈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콧방귀를 뀌던 참이었다.
그 순간, 손끝이 저릿했다.
처음에는 그저 정전기인가 하였다. 하나 그 저림은 삽시간에 팔뚝을 타고 올라 어깨를 지나 뒤통수까지 뻗쳤다. 뒤통수가 뜨거워지더니 눈앞이 새하얗게 번쩍였다. 마치 누군가 본좌의 뇌리에 벼락을 그대로 꽂아 넣은 듯한 감각이었다.
[돌연변이 각성이 감지되었습니다.]
[마력 용량 측정 중···]
[측정 불가. 시스템 과부하.]
무엄하도다. 감히 하늘이 본좌를 시험하려는가. 그리 여긴 순간, 몸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콰과광- 하는 소리와 함께 체육관 창문이 통째로 날아갔고, 친구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어느 놈은 넘어져 무릎을 깠고, 어느 놈은 스마트폰을 놓친 채 그대로 줄행랑을 쳤느니라.
"도현아, 너 뭐야!"
"몰라 나도!"
본좌 역시 몰랐느니라. 그저 몸속에서 태산*이 무너지는 듯한 힘이 소용돌이쳤다는 것밖에는. 마치 억겁의 세월 동안 눌려 있던 무언가가 한꺼번에 뇌관을 터뜨린 형국이었다.
*태산: 매우 크고 무거운 산. 여기서는 거대한 힘의 흐름을 뜻한다.
[선천적 마력 그레이드: SSS+]
[역대 최고 기록 경신]
[단, 다음의 저주가 함께 발동됩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본좌는 직감했다. 하늘이 큰 것을 주면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니.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도다.
[주문 시전 절대 불가.]
[예외: 전이마법 1종에 한하여 무영창 발동 가능.]
"...이게 뭔 개소리야."
본좌의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위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반응이었으나 그 순간만큼은 도리가 없었느니라. 세상천지에 마력을 이렇게 몰아주고서는 정작 그 마력을 쓸 방도는 죄다 틀어막다니, 이 무슨 조삼모사*인가.
*조삼모사: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눈앞의 이익만 바꿔주는 얕은 술수를 이르는 말.
체육관 관리인 아저씨가 뛰어오며 소리를 질렀다.
"야! 거기 누구야! 유리창 값 물어줄 거야!"
본좌는 그 말에 답할 겨를도 없이 자리를 떴다.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등 뒤로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탓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느니라.
***
집에 돌아갔을 때, 부모님은 뉴스를 보고 계셨다. 체육관이 반파된 사건, 마력 폭주 소년, 국가 마법관리원 조사 착수. 그 자막이 흘러가는 화면을 보며 어머니의 손이 떨렸다.
화면 속 앵커는 근엄한 얼굴로 떠들고 있었다.
"오늘 오후, 관내 체육관에서 신원 미상의 학생이 SSS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마력을 폭발시켜..."
"도현이 너... 그게 너였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늘게 갈라졌다.
"어머니, 본좌는—"
"본좌가 뭐야, 갑자기 무슨 말투야!"
아버지가 소리쳤다. 그제야 본좌도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낯설어져 있었다는 것을. 마력이 각성한 그 순간부터 무언가가 뇌리에 스며든 것이 분명했느니라. 마치 억겁의 기억이 압축되어 밀려든 듯, 옛 무림의 말투가 저절로 혀끝에 맴돌았으니.
"저희 집에 이런 애가... 마력관리원에서 잡으러 오면 어떡해."
어머니가 아버지를 붙잡고 울먹였다. 그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본좌는 그 떨림이 두려움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에서 오는 것인지 미처 헤아리지 못했느니라.
"여보, 우리 그냥...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신고하면 우리도 조사받아. 애 데리고 있었단 거 걸리면 우리까지..."
아버지의 눈빛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본좌는 똑똑히 보았다. 부모라는 존재가 자식을 향해 이토록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본좌는 그날 처음 알았느니라.
"도현아. 며칠만 이모네 가 있어라."
"...예?"
"짐 챙겨. 지금 바로."
본좌는 그 말에 항변하려 하였으나, 목구멍에서 말이 걸려 나오지 않았다. 서둘러 배낭에 몇 가지 옷가지와 통장을 쑤셔 넣는 손이 저 자신의 것 같지 않았느니라.
"어머니, 이모님댁이 어디—"
"가면서 문자로 보내줄게. 얼른 나가."
그것이 본좌가 부모에게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
이모는 없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이모였다. 본좌는 낡은 여관방에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부모가 남긴 것은 며칠치 여관비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짧은 문자 하나뿐이었다.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글자가 바뀔 리 없건만, 혹여 본좌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어 몇 번이고 눈을 비볐느니라. 하나 문장은 그대로였다. 냉정하고, 짧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뜻이 명확한.
[퀘스트 발생: 생존]
[보상: 없음]
[실패 시 페널티: 없음. 원래 없던 존재입니다.]
참으로 잔인한 알림이로다. 없던 존재라니. 본좌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하늘의 뜻인가. 열다섯 해를 살아온 흔적이 알림 한 줄로 부정당하는 것을, 본좌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느니라.
손끝에 마력이 여전히 소용돌이치고 있음이 느껴졌다. 태산을 옮길 힘이 있으되, 정작 라면 하나 끓일 주문조차 시전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무슨 아이러니한 형국인가. 냄비를 데울 화염 한 줌도 부리지 못하는 몸으로, 세상을 뒤흔들 마력을 지녔다니. 하늘이 본좌를 데리고 노는 것이 분명했느니라.
배가 고팠다. 지갑을 열어 보니 남은 것은 부모가 던져 준 며칠치 여관비뿐. 그마저도 곧 동이 날 것이 뻔했다. 본좌는 낡은 침대에 걸터앉아 천장의 얼룩을 세었다. 하나, 둘, 셋... 그 숫자 세기마저 서글퍼져 이내 멈추었느니라.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
빗줄기는 점점 거세어졌고, 여관방 창틀에서는 낡은 실리콘 틈으로 물이 새어 들었다. 본좌는 그 물줄기를 닦을 생각도 못 한 채 그저 창밖만 응시하였다.
비를 맞으며 여관 앞에 서 있던 본좌는, 문득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몸을 돌렸다.
한 여인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칼이 젖어 이마에 흘러내렸으나, 그 눈빛만은 결코 젖지 않은 서늘함을 품고 있었다. 나이는 본좌보다 몇 해 위로 보였으나, 그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기품이 느껴졌느니라.
"버려졌구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조롱도, 동정도 없었다. 그저 사실을 확인하는 어투였다.
"...누구시오."
본좌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하려 애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느니라.
여인은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는 부드러웠으나, 그 속에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 빗속에 혼자 서서 뭘 하고 있느냐."
"...본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러오."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위엄을 지키고 싶었으나,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서글픔은 어쩔 도리가 없었느니라.
여인은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 걸음 다가왔다.
"따라와."
단 두 마디뿐이었다. 명령인지 권유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어투였으나, 어째서인지 그 말에 거역할 수가 없었느니라.
그 미소가 앞으로 본좌의 인생을 어디로 끌고 갈지, 그때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