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여섯 살, 검을 쥐다

3화

숲 입구까지는 백 걸음도 남지 않았다. 등 뒤로 횃불의 빛이 점점 커졌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는 것으로 다리에 힘을 넣었다. 넷, 다섯. 더는 셀 수 없었다. "서하야, 내려서 걸을 수 있겠어?" 어머니가 물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등에 업힌 채로도 어머니의 심장이 뛰는 속도가 느껴졌다. 너무 빨랐다. "응." 대답과 동시에 어머니가 나를 내려놓았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무릎이 꺾일 뻔했다. 버텼다. 손을 꼭 잡고 달렸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안 된다는 것만 알았다. "이태준의 명이다! 마도사 부인과 아이를 잡아라!" 누군가 소리쳤다. 목소리가 낮고 무거웠다. 발소리가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셋, 넷, 다섯. 발소리의 숫자를 세어보려 했지만 셀 수 없었다. 너무 많았다. 담벼락을 넘자 나무 냄새가 확 퍼졌다. 숲이었다. 젖은 흙냄새. 썩은 나뭇잎 냄새. 그리고 어머니의 옷에서 나는, 늘 나던 그 냄새. "이쪽이야." 어머니가 방향을 틀었다. 낮은 나무뿌리를 넘고, 젖은 흙을 밟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뒤를 돌아보았다. 횃불이 두 개, 세 개로 늘어났다. 두 개였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세 개가 되자 그 생각이 무너졌다. "엄마, 저기." "보지 말고 앞을 봐." 어머니의 손이 더 세게 내 손을 쥐었다. 손톱이 손등을 파고들었다. 아팠는데,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 숲이 점점 짙어졌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긁고 지나갔다. 뺨에 뜨거운 줄이 하나 그어지는 느낌이었다. 피인지 땀인지 구분이 안 됐다. 발밑의 흙이 미끄러웠다. 한 번 넘어질 뻔했다. 어머니가 팔을 당겨 세웠다. "괜찮아?" "응." 거짓말이었다. 발목이 이상했다. 그런데 지금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은 좁고 가파른 경사, 한쪽은 넓고 평탄한 길이었다. 어머니가 멈춰 섰다. 숨을 몰아쉬며 두 길을 번갈아 보았다. "평탄한 길로 가면 마을까지 반나절이야." 어머니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경사길로 가면 하루가 넘게 걸리지만, 병사들이 못 따라와." 결정할 시간이 없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가까워지고 있었다. "경사길로." 말이 먼저 나왔다. 생각보다 입이 빨랐다.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안아 올려 경사를 오르기 시작했다. 숨이 거칠어졌다. 어머니의 숨소리가 점점 짧아졌다. 등에서 매질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따뜻한 것이 등을 타고 흘렀다. 아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경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흙이 무너졌다. 어머니가 한 번, 두 번 미끄러졌다. 세 번째에는 무릎을 꿇었다. "엄마." "괜찮아." 일어서는 어머니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지 못한 척했다. 경사 위쪽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저쪽이다!" 횃불 하나가 경사 아래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쫓아온 것이었다. 하나였다. 그런데 하나로도 충분히 무서웠다. 어머니가 걸음을 멈췄다. 등 뒤로 나를 감췄다. "서하야." 어머니가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그 순간, 어머니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다. 땀과 흙으로 뒤덮인 얼굴. 눈 밑이 검게 그늘져 있었다. 그런데도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엄마 말 잘 들어." "응." "저 길로 계속 가면 큰 강이 나와. 강을 따라 내려가면 소하리라는 마을이 있어." 어머니의 손가락이 어둠 속에서 방향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엄마도 같이 갈 거지." 어머니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침묵이 일 초, 이 초, 삼 초. 너무 길었다. "당연하지." 그 대답이 조금 늦게 나왔다는 걸, 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때는 그냥 안심했다.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엄마가 조금만 시간을 끌게. 그동안 먼저 뛰어가." "싫어." "서하야." "싫어, 같이 가." 손을 놓지 않았다. 어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놓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엄마 말 들어야 해. 지금은." "싫어." 세 번째로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때 횃불이 훨씬 가까워졌다. 병사들의 목소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들려왔다. "이쪽으로 갔다!" "놓치지 마라!" 두 개의 목소리. 그리고 발소리는 그보다 더 많았다. "먼저 가, 서하야. 엄마도 곧 따라갈게." 어머니가 나를 밀었다. 손이 등을 밀치는 순간, 손바닥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 온기를 기억하려 했다. 등을 떠밀린 채로 나는 몸을 돌려 달렸다. 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서하야. 엄마가 있잖아. 조금만 있으면 갈게." 그 말을 믿었다. 달리면서도,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면서도, 그 말만 붙잡았다. 숲은 어두웠다. 방향을 알 수 없었지만, 강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남았다. 발밑에 뭔가 걸렸다. 넘어졌다. 손바닥이 젖은 흙에 파묻혔다. 일어섰다. 다시 달렸다. 나무 사이로 달빛이 조금씩 새어 들었다. 그 빛을 따라 방향을 잡았다. 맞는지 틀린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한참을 달리다 뒤를 돌아보았다. 횃불이 보이지 않았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안전해졌다는 뜻인지, 아니면 뒤에 남겨두고 온 것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뜻인지, 그때는 구분할 수 없었다.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어머니가 곧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라고. 나무 아래 앉아 기다렸다. 무릎을 끌어안고, 등을 나무에 대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 심장이 뛰었다. 그런데 다 바람이었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한 시간이 지났다.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났다. 숲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달빛도 나뭇가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손을 눈앞에 대도 형체만 겨우 보였다. 세 시간이 지났을 무렵, 배가 고파졌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상하게 그 순간,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손바닥에서 빛이 났던 순간. 검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순간. 아버지가 나를 향해 검을 겨눴던 순간. 손바닥을 펴보았다. 낮에 뜨거웠던 감각은 이제 없었다. 검성이라는 힘이 정말 내 안에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 힘이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손바닥은 그냥 차가운 손바닥이었다. "엄마." 작게 불러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조금 더 크게 불러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병사들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를 삼켰다. 나무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올려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서움이 몸을 감쌌다. 이가 맞부딪칠 만큼 몸이 떨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얕게 들썩였고, 나뭇잎 스치는 소리조차 바로 뒤에서 들리는 것처럼 커졌다. 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살아남으려면 먼저 소리의 방향을 가려내야 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숲의 소리가 늘어났다. 풀벌레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가끔씩 들리는 낮고 무거운 숨소리. 풀벌레 소리는 익숙했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도 이제는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숨소리는 달랐다. 사람의 숨소리도 아니고, 짐승의 숨소리도 아닌. 낮고, 무겁고, 규칙적인. 그 숨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무 등에 등을 붙였다. 숨을 멈췄다.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숨소리가 열 걸음, 여덟 걸음, 다섯 걸음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걷고 있었다. 어머니일까. 그런 생각이 잠깐 스쳤다가 사라졌다. 어머니의 발소리는 이렇게 무겁지 않았다. 몸이 저절로 웅크려졌다. 눈을 감아야 할지, 뜨고 있어야 할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숨소리가 멈췄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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