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변경백과 폐성녀

4화

왕도로 소식이 전해지는 데는 채 열흘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보고서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흑성령에서 마물 습격을 성마법으로 막았다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스스로도 낯설 만큼 날이 서 있었다. "그 여자가 성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숨기고 있었단 말이냐." 보고를 올린 관료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당연했다. 이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으니까. "확실합니다. 목격자가 스물이 넘습니다. 상단 호위병들부터 마을 이장까지, 전부 같은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종이 몇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이미 성물 훼손죄로 성마법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나는 낮게 말했다. 목소리를 낮춘다고 해서 분노가 가려지는 건 아니었다. "자격 없는 자가 성마법을 쓴 건 그 자체로 중범죄야. 그 정도는 저 계집도 알고 있었을 텐데." 관료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마을을 구했다는 증언도 함께 올라오고 있습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칭송이 자자합니다. 성녀님이 다시 돌아오신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고요." 그 말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칭송이라니. 죄인이, 유배지에서, 백성들에게 칭송을 받는다니. 이건 내 계획에 없던 변수였다. 애초에 서지율을 흑성령으로 보낸 이유는 간단했다. 잊혀지게 만드는 것. 아무도 그녀를 성녀로 기억하지 않게, 서서히 지워지게 만드는 것. 그런데 그 계획이 지금,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감시자를 보내라." 나는 결정을 내렸다.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두통이 밀려왔다. "흑성령의 동향을 지켜보고, 서지율이 다시 성마법을 쓰는 즉시 보고하도록. 하나도 빠짐없이." "예." 관료가 물러난 뒤에도 나는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라버니, 저는 성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몇 년 전, 서지율이 내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나는 그 말을 코웃음으로 넘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 속에 이미 답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성녀가 되고 싶지 않다던 여자가, 성녀 자격을 박탈당한 뒤에야 진짜로 성마법을 쓰고 있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가. 그때 문이 조용히 열렸다. 서지아였다. "언니 소식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문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분명한 조바심이 섞여 있었다. "알 필요 없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서지아는 그 대답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방 안으로 완전히 들어섰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는 그 걸음걸이가, 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저도 성녀예요, 오라버니." 그녀가 말했다. "흑성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언니와 관련된 일이라면, 저와도 무관하지 않을 텐데요."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눈빛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걱정이라기엔 지나치게 침착했고, 무관심이라기엔 지나치게 집요했다. 결국 나는 보고서를 건넸다. ・ 나는 오라버니가 건넨 보고서를 받아 천천히 훑었다. 손끝이 아주 살짝 떨렸다.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러길 바랐다. 언니가... 살아있었네요. 속으로만 되뇌었다. 입 밖으로 내면 뭔가가 무너질 것 같았다. "언니가... 살아있었네요." 결국 나는 그 말을 소리 내어 뱉었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당연히 살아있지." 오라버니가 말했다. "죽으라고 보낸 게 아니라 유배 보낸 거니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죽으라고 보낸 게 아니었다는 그 말이, 어쩐지 더 잔인하게 들렸다. 살아있으라고, 그렇게 잊혀진 채로 살아있으라고 보낸 거니까. 방으로 돌아오는 길, 복도의 촛불이 유난히 흔들렸다. 바람이 들어올 구석도 없는데. 그날 밤, 나는 내 방에서 낯선 인장이 찍힌 편지를 꺼냈다. 이미 여러 번 오간 흔적이 있는 편지였다. 종이 끝이 닳아 있었다. "언니가 흑성령에서 성마법을 썼다는군요." 나는 편지에 짧게 적어 넣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계획을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편지를 봉인하기 전, 나는 잠시 손을 멈췄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죄책감인지, 조바심인지, 아니면 그저 계획이 흐트러지는 데 대한 짜증인지. 언니는 원래도 이런 식이었다.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늘 살아남는 사람. 어쩌면 나는 그런 언니를 부러워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부러움이, 지금 내가 쥔 이 편지의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편지를 봉인해 시녀에게 건넸다. "이걸 은밀히 전해줘." 나는 말했다. "오라버니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고." 시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새삼 깨달았다. 오라버니에게 알리지 말라는 그 말이, 이미 내가 오라버니와는 다른 판을 짜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다음 날, 흑성령으로 향하는 감시자 명단에 낯익은 이름 하나가 조용히 추가되었다. 내 시녀, 유선. 아무도 그 이름의 의미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조차도, 그 이름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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