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새벽부터 마을 남자들이 강 상류로 몰려갔다.
간밤에 실종된 세 남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간밤부터 강가에서 나무를 하던 이들이 돌아오지 않았고, 마을은 밤새 술렁였다.
이안도 이정호를 따라나섰다. 도현이 말렸으나, 이안은 듣지 않았다.
"형, 나도 봐야 해." 이안이 말했다.
"위험하다니까." 도현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동생을 향한 걱정이 짙게 배어 있었다.
"멀리서만 볼게." 이안은 그렇게 약속하고 걸음을 옮겼다.
이정호는 아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마을 사내들 사이에서 이정호의 걸음은 유독 무거웠다. 아들을 데려가는 게 옳은 일인지, 그는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눈으로 보게 해야 한다.' 이정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력을 볼 수 있는 아들의 눈이, 언젠가는 이 마을을 지키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백우단도 함께였다. 서준혁이 앞장서고, 설하늬가 주변을 살피며 뒤따랐다. 곽태산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었다.
그의 걸음은 느렸지만, 누구도 그를 앞서 걷지 않았다. 백우단의 단주라는 자리가 그런 것이었다.
강가로 이어지는 길은 좁고 자갈이 많았다. 마을 사람들의 발소리가 뒤섞여 어수선하게 울렸다.
"조용히들 하시게." 촌장이 낮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짐승을 자극할 필요는 없어."
강 상류에 다다르자, 실종된 세 남자 중 한 명의 물건이 강가에 흩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도끼 한 자루와 찢어진 옷자락이었다.
"핏자국이야." 설하늬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견인족의 후각은 예민했다. 그녀의 코끝이 옷자락 위를 스치듯 오가며 냄새를 좇았다.
"살아있을 가능성은." 이정호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희박해." 설하늬가 냉정하게 답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주저앉았고, 누군가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안은 그 옷자락을 잠시 바라보았다. 찢어진 결이 날카롭지 않고, 오히려 짓눌린 듯 뭉개져 있었다.
'물어뜯긴 게 아니라, 짓눌린 흔적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곽태산의 몸에서 흐르던 기운을 관찰한 경험이 그의 눈을 조금씩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강물이 갑자기 크게 요동쳤다.
쿠구구-
물살이 솟아오르며 거대한 몸통이 수면 위로 일부 드러났다. 짙은 녹색 비늘, 사람 허리 세 배는 될 몸통 둘레.
"이무기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마을 사람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도끼와 낫을 든 남자들조차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무기가 뿜어내는 위압감은 그런 농기구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넘어졌고, 누군가는 넘어진 이를 밟고 지나갔다. 강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물러서!" 서준혁이 검을 뽑으며 외쳤다.
스르릉-
한손검이 검집을 빠져나오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만으로도 몇몇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뒷걸음질 쳤다.
설하늬가 화살을 시위에 걸며 뒤로 물러났다.
"거리 벌려! 접근전은 안 돼!" 그녀가 소리쳤다. 그녀의 눈은 이미 이무기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견인족 특유의 동체시력이 짐승의 근육 움직임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안은 아버지 이정호의 손에 붙잡힌 채, 뒤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무기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저게 이무기구나.' 그는 처음으로 실물을 마주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마력을 인지하는 눈에, 이무기의 몸 주위로 짙고 사나운 기운이 소용돌이치듯 보였다. 곽태산의 몸에서 본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밀도였다.
'저게, 저게 진짜 힘이라는 건가.' 이안의 손끝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 두려움과는 다른 감각이었다. 그것은 경이에 더 가까웠다.
마을 사람들은 강가에서 점점 멀어지려 했으나, 지형이 문제였다. 강 상류 쪽은 좁은 협곡으로 이어져 있었고, 반대쪽은 이무기가 있는 강줄기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쪽 길이 막혔어!" 누군가 외쳤다.
협곡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에 이무기의 꼬리가 걸쳐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콰앙-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퇴로가 순식간에 좁아졌다.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사람들의 비명이 다시 터졌다. 협곡 입구가 반쯤 무너져 내려, 겨우 한두 사람이 몸을 비틀어야 지나갈 만한 틈만 남아 있었다.
"저길론 애들부터 보내!" 누군가 소리쳤지만, 그 좁은 틈으로는 성인 한 명이 지나가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정호가 이안을 안고 뒷걸음질쳤으나,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뒤는 절벽이었고, 앞은 이무기였다.
그는 아들을 등 뒤로 감추듯 몸을 돌렸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는 지켜야 한다.' 이정호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당황하지 말게! 백우단이 있어!" 촌장이 소리쳤으나, 그 목소리에서도 두려움이 묻어났다. 그의 다리는 이미 후들거리고 있었다.
곽태산이 지팡이를 앞으로 뻗었다.
"준혁, 하늬! 저놈은 여기서 잡아야 한다! 상류로 더 가면 협곡에 갇혀서 우리가 오히려 불리해!" 곽태산이 외쳤다.
"알겠소!" 서준혁이 검을 고쳐 쥐며 앞으로 나섰다.
곽태산의 눈은 여전히 이무기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좇고 있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구였지만, 그 눈빛만큼은 젊은 무인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몸통 둘레로 보아 최소 삼십 년은 묵은 놈이다.' 곽태산은 속으로 가늠했다. '비늘의 밀도가 예사롭지 않아. 화살로는 뚫기 힘들겠지.'
이무기가 거대한 머리를 들어올렸다. 두 눈이 사냥감을 고르듯 좌우로 움직였다.
그 시선이 잠시, 이정호와 이안이 있는 방향에 머물렀다.
'설마.' 이안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무기의 몸이 서서히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강가에 몰려 있던 마을 사람들 쪽이 아니라, 협곡 앞에 갇혀 있는 이정호와 이안, 그리고 몇몇 낙오된 사람들 쪽으로였다.
"저쪽이 위험해!" 설하늬가 소리치며 화살을 날렸다.
쐐액-
화살이 이무기의 비늘에 튕겨나갔다. 상처는 나지 않았다.
"단단하네, 저거!" 설하늬가 이를 악물었다. 두 번째 화살을 서둘러 시위에 걸었으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준혁이 검을 든 채 이무기와 이정호 사이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과의 거리는 여전히 멀었다.
그의 발이 자갈을 밟으며 미끄러졌다. 균형을 바로 잡는 그 짧은 순간에도, 이무기의 몸통은 이미 절반 이상 방향을 돌린 뒤였다.
'늦다.' 서준혁의 머릿속에 그 한 글자가 스쳤다.
이무기의 아가리가 크게 벌어졌다. 그 안에서 짙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것이, 이안의 눈에 선명히 보였다.
'뭔가 온다.' 이안은 직감했다. 단순한 물림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
아가리 안쪽 깊은 곳에서 응축되는 기운은, 곽태산이 평소 몸에 두르던 것과는 질감부터 달랐다. 탁하고, 뭔가를 집어삼키려는 듯한 흐름이었다.
곽태산이 지팡이를 땅에 세게 내리찍었다.
"모두 엎드려!" 그가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그 외침에 몇몇은 즉시 몸을 던졌고, 몇몇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이정호는 이안을 품에 안고 바닥에 몸을 낮췄다. 등으로 아들을 감싸는 자세였다.
이무기의 아가리에서 짙은 녹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려는 순간, 협곡 전체가 그 위압감에 짓눌리듯 조용해졌다.
바람마저 멈춘 듯한 정적이었다. 새소리도, 강물 소리도 순간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안은 아버지의 품에 안긴 채, 그 광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퇴로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