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죽음의 숲, 추방 1년째.
아침 해가 뜨자마자 나는 통나무를 어깨에 올렸다.
지름 40센티, 길이 3미터짜리 참나무였다.
무게로 따지면 대략 90킬로그램쯤 됐다.
어깨가 짓눌리는 느낌이 좋았다.
다리에 힘을 주고 열 걸음을 걸었다.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서른 걸음째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좋아. 어제보다 다섯 걸음 늘었어.'
나는 통나무를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 눈으로 들어갔다.
소매로 대충 닦아내고 다시 숨을 골랐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두껍게 박혀 있었다.
손끝으로 만져보니 나무껍질처럼 단단했다.
1년 전만 해도 이 손은 검을 쥐는 것조차 벅찼다.
그때는 검 손잡이만 잡아도 손목이 후들거렸다.
지금은 90킬로그램짜리 통나무를 서른 걸음 옮긴다.
그 차이가 나를 웃게 만들었다.
지금 짓고 있는 객잔은 20평 규모였다.
골조는 이미 세웠고, 벽을 채우는 중이었다.
방 세 개, 식당 하나, 부엌 하나.
손님이 올 리 없는 숲 한복판에 짓는 객잔이었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몸을 쓸 핑계가 있으면 그걸로 됐어.'
나는 벽에 붙일 널빤지를 하나씩 들어 옮겼다.
널빤지는 근처에서 베어낸 소나무를 대충 켠 것이었다.
매끈하지 않았지만 튼튼했다.
망치를 들고 벽에 못을 박기 시작했다.
못 하나를 박는 데 세 번의 망치질이 필요했다.
첫 번째는 세우고, 두 번째는 박고, 세 번째는 마무리했다.
그 리듬이 익숙해질 때쯤, 숲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말발굽 소리도 섞여 있었다.
죽음의 숲 깊은 곳까지 말을 타고 들어올 사람은 흔치 않았다.
나는 망치를 내려놓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쿵, 쿵, 쿵.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은색 갑옷을 입은 남자가 나무 사이로 걸어 나왔다.
갑옷 가슴팍에는 가온 왕국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말은 갈색 준마였고, 안장에는 왕실 인장이 박혀 있었다.
얼굴은 낯설지 않았다.
윤하람이었다.
3년 전보다 체격이 커졌고, 턱수염을 짧게 길렀다.
어깨가 넓어졌고, 목소리도 낮게 깔렸다.
하지만 눈매는 그대로였다.
사람을 내려다보는 그 특유의 눈빛도 그대로였다.
"거기, 이 근방에 사는 사람인가?"
하람이 물었다.
말투가 예전과 달랐다.
딱딱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투였다.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망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습니다만."
"왕국에서 나왔다. 이 숲에 마물의 흔적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서 조사 중이야."
하람이 말을 이었다.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고개만 이쪽저쪽으로 돌렸다.
"이 근방에서 이상한 걸 보거나 들은 거 없나?"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살폈다.
눈, 코, 입, 턱선.
하나하나 뜯어봤지만 알아보는 기색은 없었다.
못 알아보는 게 확실했다.
3년 전,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같은 그릇으로 밥을 먹었던 얼굴을 마주하고도,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훈련소 마당에서 같이 검을 맞대고, 같이 밥을 나눠 먹던 그 시간이 저 사람 머릿속에는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없습니다."
내가 짧게 답했다.
하람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말에서 내려 몇 걸음 다가왔다.
그의 부츠가 흙바닥을 밟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이봐, 목수 나부랭이가 이런 벽지에서 뭘 짓고 있나 했더니."
그가 반쯤 세워진 객잔 골조를 가리켰다.
손가락 끝이 정확히 부엌 쪽 벽을 향했다.
"이런 데 손님이 오겠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왕국 쪽으로 나가서 사는 게 어때."
말투에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예전에는 없던 것이었다.
나는 대답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올라오는 걸 느꼈다.
손이 저절로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 굳은살을 파고들었다.
'이 인간이 정말 나를 몰라보는 건가.'
'같은 얼굴로 3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완전히 지워질 수가 있나.'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봤다.
3년이면 천 일이 넘는 시간이다.
그 천 일 중에 절반은 같은 침상에서 잤다.
그런데도 저 눈빛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하람이 말안장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종이가 펼쳐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참고로 말해두는데, 이 숲 근처에서 이상한 자를 숨겨주면 왕국법에 따라 처벌받아."
그가 종이를 펼쳐 보였다.
종이에는 얼굴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 얼굴은, 3년 전의 내 얼굴이었다.
눈매도, 코 모양도, 심지어 왼쪽 눈썹 위 작은 흉터까지 정확했다.
누군가가 나를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린 것 같은 그림이었다.
"이 자를 봤나?"
하람이 물었다.
나는 순간 숨이 멎는 걸 느꼈다.
그 종이 밑에는 붉은 글씨로 '내통자, 강태오'라고 적혀 있었다.
붉은 글씨는 유독 진했다.
마치 마르지 않은 피처럼 보였다.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3년 전 훈련소 마당의 흙냄새를 떠올렸다.
그날의 태양, 그날의 함성, 그날 내 등을 밀치던 손길까지도.
모든 게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하람은 여전히 종이를 내 눈앞에 들고 있었다.
그의 눈은 아무 의심 없이 나를 향해 있었다.
저 종이 위의 얼굴과 지금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이 같다는 걸,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애써 표정을 굳혔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를 것 같았다.
'침착해. 침착해야 해.'
'저놈이 알아보면 끝이야.'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끼며, 나는 그림 속 얼굴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