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3개월 뒤, 황궁을 뒤엎는다

5화

다음 날부터, 나는 처소 안에 틀어박혔다. 7일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왕 노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루에 세 번씩 문을 두드렸지만, 나는 매번 괜찮다고만 대답했다. “마마, 식사는···” “나중에요.” “그래도 뭐라도 좀···” “나중에요, 왕 노인.” 문 너머로 한숨 소리가 들렸다. 늙은 하인의 걱정이 방문 틈으로 스며들어오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눈을 감고 그 소리마저 지웠다. 첫째 날, 나는 명상에 매달렸다. 전생에 수라천제결을 익혔던 방식 그대로, 단전 자리에 의식을 집중했다. 호흡을 가늘게, 더 가늘게 조절하며 배꼽 아래 세 치 되는 자리에 정신을 모았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단전은 그냥 살덩어리였다. 기운의 흐름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두통만 심해졌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고, 눈앞이 흐릿해질 정도로 집중했는데도 남은 건 허탈함뿐이었다. [방식이 틀렸습니다.] “그럼 뭐가 맞는 방식인데.” [이 몸은 무맥이 없습니다. 단전에 기운을 모으는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다른 통로를 찾아야 합니다.] “다른 통로가 어디 있는데.” [모릅니다.] “···너 진짜 도움이 안 된다.” [죄송합니다.] 목소리는 사과를 했지만 그 어조가 너무 사무적이라 전혀 사과 같지 않았다. 마치 규정에 따라 사과 문구를 읽는 느낌이었다. ···정말 이 목소리는 위기 상황에서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둘째 날, 나는 몸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접근을 바꿨다. 마당에 나가 몸을 풀며 전생의 보법과 검로를 하나씩 따라 움직였다. 무맥이 없으니 기운은 안 나왔지만, 최소한 몸이 그 흐름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발끝으로 땅을 밀고, 허리를 비틀고, 손끝을 허공에 그어보았다. 놀랍게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걸레짝 같은 육체였지만, 관절의 각도, 호흡의 타이밍, 시선의 이동 같은 것들이 마치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움직였다. 심지어 발이 땅을 딛는 순서까지 몸이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했던 동작들이 이 앙상한 열일곱 살 육체 어딘가에 새겨져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그것뿐이었다. 기운도, 위력도, 아무것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냥 폼만 그럴싸한 헛짓거리였다. 겉보기엔 무공을 펼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바람 한 자락도 일으키지 못하는 허깨비 몸짓. 왕 노인이 그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마, 그건 무슨 무공입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체조입니다.” “···체조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게 보입니다만.” “건강에 좋은 체조입니다.” “···손끝에서 바람이 안 부는 체조는 처음 봅니다.” 확실히 남이 보기엔 이상했을 것이다. 무맥 없는 황자가 마당에서 검도 없이 허공을 가르며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시녀 하나가 그 모습을 보고 슬쩍 웃음을 참는 것도 봤다. ‘웃어라, 웃어. 7일 후엔 내가 웃고 있을 테니까.’ 셋째 날, 넷째 날이 그렇게 흘렀다. 셋째 날은 몸을 움직이며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초식을 반복했다. 넷째 날은 아예 눈을 감고 감각만으로 검로를 그려봤다. 둘 다 결과는 같았다. 기운은 없었고, 몸만 지쳤다. 넷째 날 밤엔 손목과 허리가 뻐근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다섯째 날, 나는 마당 구석에 있는 작은 우물 앞에 앉아 물속에 비친 내 얼굴을 오래도록 들여다봤다. 낯선 얼굴이었다. 전생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열일곱 살 소년의 얼굴. 동그란 눈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턱선, 여윈 뺨. 하지만 눈빛만큼은 익숙했다. 수만 년을 살아온 존재의 눈빛이, 이 어린 얼굴 안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물 위로 바람이 지나가며 얼굴이 잠시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상하지.”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힘은 다 잃었는데, 눈빛만 남았다는 게.” [눈빛도 힘의 일부입니다.] 목소리가 처음으로 위로가 되는 말을 했다. ‘드디어 도움이 되는 말을 하네.’ [다만 그것만으로는 빙교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럼 그냥 조용히 있어.’ [알겠습니다.] 목소리는 정말로 그 뒤로 한참 동안 조용했다. 그게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저놈이 조용한 게 더 불안한데.’ 여섯째 날, 성인식 전날 밤이 됐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태였다. 기운도, 무맥도, 무공도. 가진 건 여전히 전생의 기억과 그 기억이 남긴 몸의 습관, 그리고 머릿속에서 가끔 잔소리를 던지는 목소리뿐이었다. 왕 노인이 늦은 밤 죽 한 그릇을 들고 방으로 찾아왔다. 그릇에서 올라오는 김이 방 안 공기를 데웠다. 쌀 냄새와 대추 냄새가 은근하게 섞여 있었다. “마마, 내일이면···” “알아요.” “···걱정이 됩니다.” 나는 죽 그릇을 받아 한 숟갈을 떴다. 따뜻한 온기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며칠 동안 제대로 넘긴 음식이 이거뿐이라는 게 갑자기 서글퍼졌다. “왕 노인.” “예.” “제가 만약 내일 죽으면, 이 궁은 어떻게 될까요.” 왕 노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숟가락을 든 손이 눈에 띄게 떨렸다. “그런 말씀은···” “그냥 궁금해서요.” 왕 노인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구장로가 그리 말했듯이, 이가 황실 전체가 무천왕부의 관리 아래 들어갈 것입니다.” “그렇겠죠.” 나는 죽 그릇을 내려놓았다. 숟가락이 그릇 가장자리에 부딪혀 작게 딸그락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죽으면 안 되겠네요.” 그 말에 왕 노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어이없음 속에는, 아주 작은 안도감도 섞여 있었다. 늙은 하인은 그제야 조금 웃었다. “마마는 참, 이런 순간에도···” “긍정적인 겁니다.” “···억지스럽게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기술입니다.” 나는 그날 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창밖으로 달이 밝게 떠 있었다. 방 안엔 촛불 하나만 켜져 있어서, 벽에 그려지는 내 그림자가 유난히 길고 여렸다. 7일 동안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몸이 다시 예전의 흐름을 기억하기 시작했고, 눈은 다시 전생만큼 예리해지고 있었다. 손끝의 감각도, 시선의 각도도, 조금씩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여전히 그 선언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3개월 안에 유하린을 쫓아내겠다는 말. 7일 후 빙교를 상대해야 한다는 현실. 실패하면 황실 전체가 무너진다는 협박. 어느 것 하나도 가볍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웃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웃는 게 좀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미친놈처럼 보이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으니까. 다음 날 아침, 나는 처소를 나섰다. 밖은 아직 서늘했다. 새벽 공기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고, 마당의 흙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왕 노인이 문 앞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 그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밤새 잠을 못 잔 게 분명했다. “조심하십시오, 마마.” “다녀오겠습니다.” 성인식장으로 향하는 길, 궁 안 사람들이 나를 향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17황자가 진짜로 빙교 앞에 선다더라.”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무맥도 없는 몸으로 어떻게···” “7일 동안 처소에만 있었다는데, 뭘 했을까.” “체조했다던데.” 체조라는 말이 벌써 궁 전체에 퍼진 모양이다. ‘그래, 체조했다. 그게 뭐.’ 나는 그 소리들을 흘려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걸음마다 발밑에서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니.’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준비된 채로 시작하는 싸움은, 살면서 거의 없었으니까.’ [그렇습니까.] ‘너는 준비됐어?’ [이 몸은 시스템입니다. 준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됐다, 말을 말자.’ 성인식장의 거대한 결계 문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부터 서늘한 냉기가 피부에 닿는 게 느껴졌다. 그 안에서, 이미 낮은 포효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땅이 미세하게 울리는 듯한 진동까지 발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빙교였다. 그리고 그 결계 문 앞에는, 나를 기다리는 유하린과 이강, 그리고 무표정한 구장로가 서 있었다. 모두의 눈빛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조롱, 기대, 그리고 아주 작은 불안. 유하린의 눈은 여전히 차가웠고, 이강의 눈은 흥미로 반짝였고, 구장로의 눈은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시선들을 하나씩 지나치며, 결계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결계 문 안쪽에서 다시 한번, 이번엔 더 크고 가까운 포효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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