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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거실로 뛰어나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설마 아직 있나.' '아니, 밤새 나갔겠지. 그렇게 쫓아냈는데.'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뒤섞이는 동안, 손은 이미 거실 문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문을 열자, 은하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심지어 어제와 같은 원피스 차림으로,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고소한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하나로 대충 묶여 있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져 있었다. 마치 이 집에 몇 년째 살아온 사람처럼, 손놀림이 자연스러웠다. "일어났어요? 밥 다 됐는데." 목소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했다. 나는 그 태연함에 오히려 말이 막혔다. 식탁 위에는 계란말이와 된장국, 그리고 갓 지은 밥이 놓여 있었다. 밥그릇에서는 아직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너, 진짜로 안 나갔어?" "네. 저 여기 있어야 돼요. 3개월 동안은요." "3개월……." 그 숫자를 다시 듣는 순간, 어제의 불안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루도 아니고 3개월. 도대체 뭘 근거로 저렇게 당당한 거야.'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 신고해서 뭐라고 설명하지. 자기가 천사라는 여자가 우리 집에 눌러앉았다고?'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눈앞의 밥상은 그 불안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계란말이는 완벽한 사각형이었다. 자를 대고 잰 것처럼 각이 살아 있었다. 된장국에서는 멸치 육수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대충 끓인 국물이 아니었다. 밥알은 하나하나 서 있었고, 눌은 자국도 없었다. "먹어봐요. 도윤 씨 좋아하는 스타일로 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단짠 말고 슴슴한 거 좋아하잖아요. 계란말이는 설탕 안 넣고, 국은 짜지 않게. 아, 그리고 김치는 신 거보다 안 삭은 거 좋아하죠?" 정확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했다. 심지어 냉장고 안 김치의 상태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게, 웃기게도 더 무서웠다. 나는 젓가락을 든 채로 은하를 빤히 쳐다봤다. "너 진짜 뭐야." "천사라니까요." 대답은 어제와 똑같았지만, 이번엔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마치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눈꼬리가 살짝 휘어져 있었다. 나는 결국 젓가락을 움직였다. 계란말이 한 조각을 입에 넣자,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간이, 신기하게도 내가 늘 먹던 그 맛과 똑같았다. 맛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맛있었다. "어때요?" "……나쁘지 않네." 은하는 그 말에 활짝 웃었다. 마치 큰 칭찬을 받은 것처럼, 온 얼굴이 환해졌다. 두 눈이 반달처럼 접히고, 볼에 살짝 홍조가 올랐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어제부터 쌓였던 경계심이 살짝 흔들리는 걸 느꼈다. '요리를 이렇게 잘하는 침입자가 있나.' '아니,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잖아. 정신 차려.' 나는 애써 정신을 다잡고 밥을 먹었다. 숟가락으로 된장국을 뜨면서, 곁눈질로 은하를 살폈다. 식탁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고 나를 보고 있는 은하의 시선이, 이상하게 부담스러웠다. "왜 그렇게 봐." "도윤 씨가 밥 먹는 거 보는 게 좋아서요." "……변태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진짠데." 나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밥그릇으로 돌렸다. 식사 중간에, 문득 이상한 걸 발견했다. 식탁 옆 책장에 꽂혀 있던 내 일기장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살짝 틀어져 있었다. 각도가 미묘하게 달랐다. 늘 책등이 벽 쪽으로 붙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손가락 한 마디쯤 삐져나와 있었다. 나는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젓가락을 쥔 손끝이 저절로 굳었다. "저거……." "뭐요?" "저 일기장, 네가 만졌어?" 은하는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순순해서, 오히려 화가 났다. "네. 도윤 씨 알아야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젓가락을 세게 쥐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식탁 위 물컵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도 모르게 나가려는 감정을 억누르며, 나는 낮게 물었다. "남의 일기장을 마음대로 훔쳐보는 게, 지키는 거야?"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 "거기 뭐라고 써 있는지 알아? 그건 내 인생에서 제일 부끄러운 것들이야. 아무한테도 보여준 적 없는." 은하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렸다. "그, 그건……." 대답을 듣기 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밥은 잘 먹었어. 근데 오늘 안으로 나가." 목소리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차가웠다. 집 안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프라이팬 위에서 식어가는 기름 냄새만이 그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몸을 조금 움츠린 자세였다. 그 눈빛이 이상하게도, 억울함에 가까워 보였다. 마치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그런 얼빠진 표정이었다. 나는 그 표정을 외면하듯 뒤돌아 방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문을 닫으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윤 씨가 나가라고 해도, 저는 못 나가요."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3개월 안에 도윤 씨가 죽을 걸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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