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이 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3화

며칠이 지나도 강하늬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출석부에 적힌 결석 표시가 점점 늘어갔다. 하나, 둘, 셋. 빨간 색연필로 그은 사선이 늘어날수록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조여왔다. 나는 조회 시간마다 그 이름을 부르고, 대답 없는 침묵을 마주했다. "강하늬." ... "강하늬 학생, 없나요?" ... 교실 안은 늘 조용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아무도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가끔 몇몇 아이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씩 웃는 게 눈에 들어왔지만, 그 웃음의 의미까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매번 출석부에 사선 하나를 더 긋고, 다음 이름으로 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복도에서 우연히 그 이름을 다시 들었다. "강하늬 걔, 진짜 그 사람들이랑 얽혀 있다더라." 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소율이었다. 금발 머리를 똥머리로 묶은 여학생이 친구들과 벽에 기대서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흑룡파 관련해서 뭐 심부름한다는 얘기 있잖아." "헐, 진짜?" 옆에 서 있던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리고 예전 담임 선생님 그만두게 한 것도 걔라며." "미쳤다, 진짜." 나는 걸음을 멈췄다. 발끝이 복도 타일에 딱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 순간 입을 다물었다. 정적. "...쌤, 안녕하세요." 소율이 어색하게 웃었다. 다른 아이들도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목례를 했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쳤다. 한 발, 두 발. 등 뒤로 그들의 시선이 따라붙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심장이 계속 두근거렸다. 쿵. 쿵. 쿵. 〈그 아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예요.〉 한지연 선생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조심하라는 뜻으로만 들었는데, 지금 들은 이야기와 겹쳐지니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흑룡파. 담임 선생님을 그만두게 했다는 소문. 그 두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맞물려 돌아갔다. 도대체, 강하늬는 어디 간 걸까. - 수업 시간, 나는 교과서를 펼치고 학생들에게 시를 읽어주고 있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목소리를 최대한 담담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그런데 뒷자리에서 계속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쌤, 그거 그냥 읽지 마시고 설명 좀 해주세요." 최다인이 대놓고 지적했다.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이 심드렁했다. "설명은... 다음 장에 나와 있으니 같이 읽어보죠." "안경 벗으면 훨씬 잘생겼을 텐데 왜 계속 쓰고 계세요?" 정다은이 뒤에서 낄낄거렸다. "진짜예요. 벗어보세요." 옆자리 아이가 맞장구를 치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수업... 계속하겠습니다." 나는 애써 무시하고 진도를 이어갔다. 손끝이 교과서 모서리를 살짝 문질렀다. 그러자 윤서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쌤, 질문 있는데요." "네, 말해보세요." 목소리에 힘을 주려 했지만 이미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이 시 쓴 사람도 오타쿠였나요?" 교실이 폭소로 뒤덮였다. 책상을 두드리며 웃는 아이도 있었고, 옆 사람 어깨를 잡고 몸을 젖히며 웃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손에 든 교과서가 미세하게 떨렸다. 〈흔들리지 말라는 거예요.〉 박정수 선생님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완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교실 안의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해 쏟아지는데, 그 눈빛 하나하나가 화살처럼 박혔다. "조용히 해주세요." 목소리가 떨렸다. 그 떨림을 아이들이 놓치지 않았다. 윤서아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쌤,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요? 무서워서?"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교실 안은 여전히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나는 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계를 봤다. 수업 종료까지 아직 십오 분이나 남아 있었다. 그 십오 분이 마치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서는 내 등 뒤로 웃음소리가 계속 따라붙었다. 문을 닫고 복도로 나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벽에 잠깐 손을 짚고 숨을 몰아쉬었다. - 교무실로 돌아온 나는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의자에 앉는 순간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박정수 선생님이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오늘도 그랬어요?" "...네." "윤서아가 제일 심하죠." "어떻게 아세요?"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쳐다봤다. "걔가 반 분위기 주도하니까요. 걔만 잡으면 반 전체가 좀 나아질 거예요." 박정수 선생님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말투는 가볍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잡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기 싸움에서 안 지는 거요." 박정수 선생님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종이컵을 든 손이 익숙하게 책상 위에 내려앉았다. "애들이 얼마나 눈치가 빠른데요. 선생님이 흔들리는 거 딱 보이면, 그때부터 계속 쑤셔봐요. 어디까지 무너지나 확인하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 무너지는 척이라도 해야죠. 처음엔 다 그래요." 그가 어깨를 두드리듯 가볍게 웃었다. "근데 선생님, 강하늬 그 학생 얘기는 좀 알아보셨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정수 선생님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커피를 마시려던 손이 잠깐 멈췄다. "그 얘기는 함부로 꺼내지 마세요." "왜요?" "학교에서도 조심스러운 문제예요. 소문이 소문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주변을 한 번 살폈다. 그 말에 뭔가 더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 학교 안에서 강하늬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눈치챈 게 처음이 아니었다. 한지연 선생님도 그랬고, 지금 박정수 선생님도 그랬다. 말은 아끼고, 눈빛은 무거워지고. "선생님, 혹시 그 학생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더는 얘기 안 하는 게 좋겠어요." 그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나는 창밖을 봤다. 운동장 한켠, 그늘진 곳에 낯선 남자 몇 명이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교복을 입지 않은, 어딘가 위협적인 분위기의 남자들. 검은 옷을 입고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모습이 학교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한 명은 담배를 물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를 계속 촬영하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정확히 5반 교실 창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5반. 강하늬가 있던 반.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다가섰다. 유리창에 이마가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다시 살폈다. 분명 시선은 흔들리지 않고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순간, 그중 한 명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본 것 같았다. 착각일까. 아니면, 정말로 나를 본 걸까.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훅 끼쳤다. 박정수 선생님이 뒤에서 내 어깨를 툭 쳤다. "뭐 봐요?" 돌아보는 사이, 창밖의 남자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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