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이 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2화

쉬는 시간, 나는 교무실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오랫동안 물을 틀어놓고 있었다. 차가운 물이 손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었다. 눈 밑이 퀭했고, 넥타이는 어느샌가 비뚜름하게 돌아가 있었다. 1교시부터 이 모양이라니.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종이비행기가 내 이마에 맞고 떨어지던 그 순간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었다. 투둑. 교실 전체가 웃음을 터뜨렸던 그 짧은 순간이, 계속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그때 문이 열리며 박정수 선생님이 들어왔다. 편한 셔츠 차림으로 안경을 고쳐 쓰고 있었다. 그가 옆 세면대로 다가와 손을 씻기 시작했다. "소문 다 들었어요." 그가 씻던 손을 멈추고 나를 힐끗 봤다. "종이비행기 사건." "...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물을 잠그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1교시부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숨기고 싶지 않았다. 숨긴다고 나아질 것도 없었다. 박정수 선생님이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훑고 지나갔다. 그러다 피식 웃었다. "이도윤 선생님, 학생들한테 좋게 보이려고 하지 마요." "네?" "교사는 좋은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필요한 어른이 돼야지."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박혔다. 머릿속에서 몇 번을 곱씹어봤다. 좋은 사람과 필요한 어른. 그 차이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엄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엄한 게 아니라 흔들리지 말라는 거예요. 걔들은 흔들리는 사람 냄새를 진짜 잘 맡거든." 박정수 선생님이 젖은 손을 휴지로 닦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애들 앞에서 한 번 흔들리면, 걔들은 그 틈을 절대 안 놔줘요. 계속 파고들어요." "..." "1학년 5반이라고 했죠." "네." "거기, 보통 만만한 반이 아니에요." 그 말에 심장이 조금 더 무거워졌다. 박정수 선생님이 어깨를 두드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다시 거울을 봤다. 흔들리지 말라는 말이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넥타이를 바로 고쳐 맸다. 그것만으로 뭔가 나아진 것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었다. - 점심시간, 나는 식당 구석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숟가락을 들었지만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맞은편에 회색 팬츠수트를 입은 여자 교사가 앉았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1학년 학년주임 한지연입니다." 짧은 인사 뒤 그녀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5반, 힘드시죠." "...솔직히 그렇습니다." "전임 선생님도 그 반 때문에 병가 냈어요." 숨기지 않고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 오히려 안심이 됐다.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돌려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강하늬라는 학생, 좀 알고 계세요?" 내가 묻자 한지연 선생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젓가락을 든 손이 잠깐 멈췄다. "1번이요." "네." "그 아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그녀는 말을 아꼈다. 그 태도가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뭔가 있다는 뜻이었다. 숨기는 게 있는 사람의 표정을 나는 알고 있었다. "전임 선생님도 강하늬 때문에 그만두신 거예요?"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에요. 그런데..." 한지연 선생님이 잠시 말을 멈췄다. 식당 안이 소란스러웠지만, 우리 테이블 위로만 이상한 침묵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결석이 잦은 것 이상으로, 그 아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예요." "사람들이요?" "동네에 흑룡파라는 조직이 있어요. 들어보셨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뉴스에서나 듣던 이름이었다. 그런 이름이 내가 가르치는 반 학생과 연결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게 우리 학생이랑 관련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확실한 건 아니에요. 소문일 뿐이에요." 한지연 선생님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많지 않다는 게, 어느 정도로요." "경찰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곳이에요." 그녀의 눈빛에 단호함과 걱정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선생님 혼자 뭘 해보려고 하지 마세요. 그 아이한테 잘해주려는 마음, 이해는 하지만." "..." "괜히 나섰다가 다치는 사람, 저 여기서 몇 번 봤어요." 그 말이 경고처럼 들렸다. 나는 밥그릇을 내려다봤다. 입맛이 갑자기 사라졌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컵을 들었다. 물을 삼키는 동안에도 강하늬의 빈 자리가 계속 눈앞에 떠올랐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흑룡파라는 이름과, 텅 빈 1번 책상이 자꾸 겹쳐 보였다. "선생님." 한지연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5반 수업, 오후에 또 있으시죠." "네." "조심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식판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오후 수업, 나는 다시 5반 교실 문 앞에 섰다. 복도를 걸어오는 동안에도 머릿속엔 한지연 선생님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박정수 선생님의 말도 함께 떠올랐다. ‘흔들리지 말라는 거예요.’ 문을 열자 아이들이 나를 쳐다봤다. 시선들이 일제히 나에게 쏟아졌다. 윤서아가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나를 보고 웃었다. "오타쿠 선생님, 또 왔네요." 교실 안 공기가 팽팽했다. 몇몇 학생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나는 애써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교탁 위에 출석부를 올려놓았다.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나는 강하늬의 빈 자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1번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그저 텅 빈 책상이었다. 그 책상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손끝이 차가워졌다. 며칠째 결석이라고 했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나는 출석부를 펼쳤다. "강하늬."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교실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윤서아가 다리를 내리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 자리 부르지 마세요, 선생님." "...왜?" 윤서아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었다. 그 웃음이 어딘가 서늘했다. 교실 뒤편에서 누군가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름 하나가 섞여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강하늬. 그 텅 빈 책상이, 이상하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언가가 이 교실 안에, 내가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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