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그늘이 움직였다.
정확히는 그늘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 일부가 그 자체로 몸이었다는 걸, 나는 그것이 나무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순간에야 깨달았는데, 순간 등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이 이런 게 공포라는 감정이구나 하고 새삼 실감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저게 나무 그늘의 착시겠지, 저 정도 크기의 몸통이 저렇게 조용히 숨어 있었을 리가 없잖아, 하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려 했지만 설득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늘은 착시가 아니었다.
다른 비아그림 개체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몸통이었다. 어깨 폭이 내 팔을 두 번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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