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제겐 과분한 주인님

5화

마차 바퀴가 자갈길을 긁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정문에서부터 정원 안쪽까지, 말발굽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왔다. 나는 창가에 서서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조 부인의 마차치고는 소리가 다르다.' 바퀴 축이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고, 말의 걸음도 더 절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 타고 있다는 뜻이다.' 마차가 정원 안쪽 회랑 앞에 멈춰 섰다. 마부가 문을 열자, 안에서 내려선 것은 조 부인이 아니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남자였다. 옷깃에는 은실로 정교하게 수놓인 문양이 있었고, 그 문양은 조 부인 가문의 표식이었다. '저 문양을 저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는 자들은 대개 저런 식으로 자신을 꾸민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조 부인의 셋째 아들이었다. 몇 번인가 마주친 적이 있는 얼굴이었고, 그때마다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무릎이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 나는 간신히 뒷걸음질을 쳐서 회랑 기둥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림자는 차가웠고, 그 차가움이 오히려 정신을 붙잡아주는 느낌이었다. '왜 저 사람이 여기 있는 거지.' 조 부인이 직접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들이 대신 왔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대리인을 보낼 정도의 일이라면, 뭔가 확실한 명분이 있다는 뜻이다.' 그 명분이 무엇일지 짐작이 가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오랜만입니다, 이서윤 양." 그가 이서윤에게 인사를 건넸다. 목소리에는 가벼운 여유가 배어 있었고, 그 여유는 상대를 얕잡아보는 자만이 낼 수 있는 종류였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이서윤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차가웠다. 평소 그녀가 쓰는 말투와는 확연히 다른, 벼려진 칼날 같은 어조였다. "저희 어머니 물건 중 일부가 이 저택으로 잘못 팔려 왔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그의 시선이 저택 안쪽을 훑었다. 그 시선이 지나가는 경로를 나는 그림자 속에서 하나하나 눈으로 따라갔다. 회랑을 지나, 정원을 지나, 내가 숨어 있는 기둥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궤적이었다. '물건이라니. 나를 말하는 건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관자놀이에서 맥박이 뛰는 게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제가 정당하게 구매한 계약서가 있습니다." 이서윤이 딱 잘라 말했다. 말투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물론 계약서는 있겠지요. 다만 값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가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웃음은 입꼬리만 올라간,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종류의 웃음이었다. "차액을 더 지불하시면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은데요." '또 값을 올리려는 수작이다.' 조 부인의 가문이 흔히 쓰는 방식이었다. 한번 팔아넘긴 물건에서 다시 이득을 뜯어내려는 수법. 노예 시장에서도, 다른 거래에서도 저 가문은 늘 저런 식으로 뒤통수를 쳤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림자 속에서 이서윤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턱을 살짝 든 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계약은 이미 완결된 사안입니다. 재협상은 없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직접 확인해봐야겠군요." 그가 저택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구두 뒤축이 돌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고 위압적으로 들렸다. '이대로 다가오면 들킨다.' 나는 숨을 완전히 죽이고, 기둥에 등을 더 밀착시켰다. 등에 닿는 돌의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순간 유나라는 이름의 어린 하인이 복도를 지나가다 그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나보다 며칠 먼저 이 저택에서 일을 시작한 아이였다. 호기심 많은 눈으로 나를 몰래 훔쳐보곤 하던 그 아이가, 손님의 앞을 어쩔 줄 몰라하며 막고 서 있었다. 작은 두 손을 앞으로 뻗어, 마치 벽이라도 세운 듯한 자세였다. "저, 저긴 아가씨 개인 구역이라 못 들어가써요." 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 순진한 대답이 오히려 긴장된 분위기를 잠시 흐트렸다. 손님이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거대한 어른이 작은 아이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그 순간의 그림이, 이상하게도 낯설고도 우스웠다.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이서윤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저택의 모든 구역은 제 소관입니다. 더 이상의 확인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유나를 향한 어떤 질책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린 몸을 자신의 뒤로 슬쩍 감싸는 듯한 태도였다. "…오늘은 이 정도로 물러나지요." 그가 뒤로 물러서며 웃었다. 웃음 속에 담긴 것이 순순한 포기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 짧은 표정만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눈매가 여전히 저택 쪽을, 정확히는 내가 숨어 있는 그림자 방향을 훑고 있었다. '저건 다음이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명분이 부족해서 물러나는 것일 뿐,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올 것이 분명했다. 마차가 대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마침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뒤, 나는 그림자에서 나와 조심스레 앞으로 나섰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서윤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에서 나는 처음으로 분명한 걱정을 읽었다. 늘 냉정하고 흐트러짐 없던 그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어떤 감정이 있었다. "괜찮으냐." "…예. 괜찮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다리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무릎 안쪽이 후들거려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다. 유나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내 손을 살짝 잡았다. 작은 손이었지만, 그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이상하게 컸다. "저 사람 나쁜 사람이져?" 그 어눌한 물음에 나는 저도 모르게 옅게 웃었다. 처음으로, 이 저택에서 웃음이 나온 순간이었다. "…응. 나쁜 사람 맞아." "내가 지켜줄게요!" 유나가 작은 몸으로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 자세가 어찌나 우스운지, 방금까지의 긴장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 말이 우스우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이 작은 아이가 나를 지켜준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이서윤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나는 뭔가 다른 무게를 느꼈다. 단순히 노예 하나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는 무게였다. 그 어깨선에서 읽히는 것은, 오래된 계산과 각오 같은 것이었다. 그날 밤, 나는 방 안에서 오래 잠들지 못했다. 창밖으로 정원의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이 창틀을 두드리는 소리가 신경을 계속 긁었다. '저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온다.' 확신이었다. 조 부인의 가문은 손해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손해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쓸 사람들이었다. 계약서 하나로 물러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오늘 그 남자의 눈빛에서 확인했다. 나는 손목의 붕대를 만지며 어둠 속을 응시했다. 붕대 아래로 아직 아물지 않은 흉터가 은근한 통증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조용한 저택 안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수가 언제, 어떤 형태로 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음번엔 명분이 있을까.' 명분이 없어도 밀고 들어올 사람들이었다. 나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오래도록 어둠 속에서 눈을 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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