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이현우 시점]
경보음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도를 타고 울렸다.
째지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콘크리트 벽을 타고 몇 번이고 되튕겨왔다. 귀가 먹먹했다. 나는 관찰창에서 몸을 떼어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발밑의 콘크리트 바닥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저 안의 존재는, 유리에 손을 댄 그대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붉은 눈. 사람의 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짙고, 짐승의 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또렷한 붉은 빛. 그 안에 담긴 것이 위협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는지, 나는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그 눈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비상등이 복도를 온통 붉게 물들였다. 천장의 형광등이 하나둘 꺼지고, 그 자리를 붉은 경고등이 채웠다. 마치 복도 전체가 피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육중한 셔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쇠와 쇠가 맞물리는 둔중한 굉음. 지하 삼층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가 폐쇄되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소리가 귓속까지 울렸다. 이곳에서, 이 지하 삼층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셔터가 다 내려오면, 나는 저 격리구역 문 앞에 갇히는 셈이었다.
그리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사람의 발소리. 무겁고 빠른, 훈련된 발소리. 한 사람의 걸음이 아니었다. 최소한 서넛. 그 소리는 규칙적이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이런 상황을 몇 번이나 겪어본 사람들의 발걸음 같았다.
박강일이 가장 먼저 모퉁이를 돌아 나타났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권총 손잡이에 가 있었다. 그 뒤로 박정수와 처음 보는 경비원 두 명이 따라붙었다. 모두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듯 자세를 잡고 있었다. 넷의 시선이 동시에 나에게 꽂혔다. 마치 우리에 갇힌 짐승을 확인하려는 사냥꾼들처럼.
"손 들어." 박강일의 목소리가 낮고 굵게 복도를 울렸다.
나는 두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손끝이 떨리는 게 그의 눈에도 보였을 것이다.
"저는, 그냥 순찰을—"
"창문에 손댔나."
"아니요. 저는 안을 본 것뿐입니다."
박강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내 어깨너머로 격리구역 문을 확인하더니, 다시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혼란, 그다음엔 의심, 그리고 뭔가 다른 감정 — 두려움에 가까운 것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저 남자는 저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규칙 두 번째." 그가 말했다. "안에서 나는 소리에 반응하지 말 것. 왜 창문을 들여다봤지."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신호처럼—"
"묻는 말에만 대답해."
그의 어투는 짧고 단정적이었다. 명령형. 반문의 여지를 주지 않는 말투. 나는 그 앞에서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박정수가 곁눈질로 나를 훑었다. 그 눈빛에 담긴 것은 동정이었을까, 경계였을까. 입을 열 것처럼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어지는 게 보였다. 그는 무언가 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왜였을까. 박강일의 위압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경비원 둘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표정 없이 총구를 겨누듯 자세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처리해야 할 대상, 혹은 잠재적 위험 요소에 지나지 않는 듯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팔이 저릿하게 마비되어가는 감각만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었다. 벽에 등을 붙인 채, 두 팔을 든 자세로, 나는 그저 서 있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격리구역 안쪽에서 다시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이제 그 소리에 반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경보가 잦아든 것은 십여 분이 지나서였다. 셔터가 다시 올라가고, 붉은 비상등이 원래의 하얀 조명으로 돌아왔다. 그 하얀빛이 눈부셔서, 나는 순간 눈을 감아야 했다. 하지만 그 십여 분 동안 나는 벽에 등을 붙인 채 두 팔을 든 자세로 서 있어야 했다. 팔이 저릿하게 마비되어갈 무렵, 박강일이 마침내 총에서 손을 뗐다.
"사무실로 와." 그가 짧게 말했다.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박정수와 경비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아, 팔을 내리고, 저릿한 손끝을 몇 번이고 쥐었다 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그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그 붉은 눈이 나를 응시하던 순간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리고 내 손이 정말로 손잡이 근처에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니었다. 분명 아니었다. 나는 그저 안을 들여다보았을 뿐이다.
다음 날, 나는 박강일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좁은 방에는 모니터 몇 대가 놓여 있었고, 그중 하나에 지난밤의 CCTV 영상이 정지된 화면으로 떠 있었다. 방 안 공기는 퀴퀴했고,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박강일은 책상 뒤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앉아." 그가 말했다.
나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등받이가 딱딱했다.
"이거 봐라." 박강일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 나는, 관찰창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화면 속의 나는 —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위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다시 보았다. 분명 내 얼굴, 내 옷, 내 자세였다. 하지만 그 손동작만은 내 기억 속에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쓴 것처럼, 화면 속의 나는 손잡이를 잡으려는 듯 손끝을 뻗고 있었다.
"저건 조작된 겁니다."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는 손잡이를 잡지 않았습니다. 그냥 창문을 들여다봤을 뿐입니다."
"영상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저 영상이 틀렸다는 겁니다."
"영상이 틀렸다." 박강일이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조롱하듯이. "카메라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냐."
"저는 제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박강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그 침묵이 나를 짓눌렀다. 목구멍이 사포처럼 껄끄러웠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지금, 봉인을 풀려고 한 범인으로 몰리고 있었다. 해고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책임 추궁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을 때, 나는 등줄기가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본사에 보고하면." 박강일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규칙적인, 신경을 긁는 소리였다. "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야. 알아들어?"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이 시설이 뭘 다루는 곳인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히나 본데."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여기서 벌어지는 사고는, 밖에서 벌어지는 사고랑 처리 방식이 달라. 넌 지금 해고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니야."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어조에서, 나는 어떤 냉기를 느꼈다. 협박 이상의 무언가였다.
"그럼 이걸 서명해."
그가 서랍에서 두꺼운 서류 뭉치를 꺼내 책상 위로 던졌다. 종이 뭉치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책상에 떨어졌다. 첫 장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특별 비밀유지 및 근무조건 변경 계약서.
"이건 뭡니까."
"보다시피, 새 계약서다." 박강일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연속 야간근무, 외부 접촉 제한, 사생활 관련 조항 일부 포기. 서명하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준다."
나는 서류를 넘겨보았다. 손이 떨려 종이를 넘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각 조항이 눈에 들어올수록, 위가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이건 계약서가 아니라 족쇄였다. 외부 접촉 제한이라는 문구 아래에는, 가족과 지인에게 근무 상황을 알릴 수 없다는 세부 조항이 있었다. 사생활 관련 조항 포기 항목에는, 숙소 내 감시 카메라 설치에 동의한다는 문장까지 적혀 있었다.
이건 사람을 가두려는 서류였다.
"이건 부당합니다." 나는 목소리를 낮게, 그러나 또렷하게 냈다. "저는 규칙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저 영상은 조작됐습니다. 제가 왜 이런 조건을 받아들여야 합니까."
박강일의 눈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보았다. 그 흔들림 속에 담긴 것은 놀라움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이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순히 서명했던 걸까. 아니면 순순히 서명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거부하겠다는 거냐." 그가 낮게 물었다.
"저는 진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형광등이 다시 한번 깜빡였다. 나는 그 짧은 정적 속에서, 내 심장 소리가 유난히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박강일은 잠시 나를 노려보다가, 서류를 다시 끌어당겼다. 그리고 무언가를 계산하듯, 서류 표지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좋아." 그가 말했다. "그럼 증명해봐라."
"어떻게 말입니까."
"이번 주 내내, B동 단독 야간근무. 혼자서. 쉬는 날 없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B동. 그 격리구역이 있는 지하 삼층 전체를 관할하는 구역. 그곳에서 혼자, 일주일 내내 야간근무를 서라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증명이 됩니까." 내가 물었다.
"네가 정말 결백하다면." 박강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무 일도 없을 거다. 아니라면—"
그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혹은 무언가 실수를 저질러 스스로 죄를 증명하리라는 확신. 이것은 시험이 아니라 덫이었다. 헤드라이트 앞의 사슴처럼, 나는 이미 그가 쳐놓은 길 위에 서 있었다.
나는 서류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서명란이 텅 비어 있었다. 이 서류에 이름을 적는 순간, 나는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셈이었다. 하지만 서명을 거부한다면, 그가 말한 "책임 추궁"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확신에 맞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박강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것이 비웃음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나는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미소 뒤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오늘 저녁부터다." 그가 서류를 다시 서랍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박정수가 인수인계해줄 거야. B동 규칙, 하나도 빠짐없이 숙지해. 실수는 용납 안 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지만, 억지로 버텨 섰다.
사무실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박강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참, 이현우 씨."
나는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어젯밤 그 창문 안에 있던 거, 다시 보고 싶나?"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만은 감출 수 없었다. 그 붉은 눈이,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번엔 유리 한 장이 아니라, 텅 빈 지하 삼층 전체를 사이에 두고.
문을 닫고 복도로 나서는 순간, 나는 알았다. 이제부터 일주일, 나는 그 어둠 속에서 완전히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