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서재를 나서는 내 발끝이 이상하게 무거웠던 건, 방금 읽은 서한의 문구가 아직도 눈앞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태자와의 약혼 공표 절차를 준비하라.' 문장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전생의 처형대만큼이나 묵직해서, 나는 복도를 걸으며 네 살배기 다리로 어른의 속도를 내려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발끝이 카펫 무늬에 걸릴 때마다 벽을 짚었는데, 그 벽이 하필 대리석이라 손바닥이 서늘하게 식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리 근육이라도 미리 좀 키워둘걸.' 이런 상황에서도 실없는 생각이 먼저 튀어나오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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