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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안경의 첫 시제품을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나흘 뒤였다. 렌즈 부분은 특수하게 가공한 마력석을 갈아 만들었고, 테는 은사를 엮어 마력의 흐름을 굴절시키는 구조로 짜였다. 마력석을 깎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 은사를 엮는 데는 나머지 이틀이 통째로 들어갔다. 손끝이 다 갈라질 정도로 세공을 반복했다. 나는 손끝으로 완성된 안경의 표면을 몇 번이고 매만졌다. 균열도, 접합의 어긋남도 없었다. 완벽했다. 적어도 손끝의 감각으로는 그랬다. '문제는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는 거지.'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은사가 마력의 파형을 흐트러뜨리고, 마력석이 그 파형을 다시 재조합해 무해한 형태로 되돌린다. 매력 마안의 힘을 아예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방출되는 순간의 흐름만 틀어버리는 방식이었다. 그래야 뇌강 본인의 몸에 부담이 덜 갈 거라고 묵현 님이 설명했다. 묵현 님은 나에게 직접 시험해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을 보내면 눈에 띈다는 이유였다. 견습생이 개인 과제로 뇌강에게 접근하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이라고 했다. "제가요?" "뇌조 님 말고 또 있습니까." 묵현 님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 나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애초에 반박할 처지도 아니었다. 나는 완성된 안경을 천에 싸서 품에 넣었다. 손끝이 조금씩 저려왔다. 긴장 때문인지, 나흘간의 세공 작업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뇌강의 처소로 가는 길은 탑의 가장 깊은 층에 있었다. 복도는 다른 층보다 어두웠고, 벽에 걸린 조명구의 빛도 유독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문 앞을 지키던 경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견습 마도구사 뇌조입니다. 탑주님의 허락을 받고 왔습니다." 경비는 내 얼굴과 손에 든 천 뭉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의심스러운 눈치였지만, 곧 옆으로 물러섰다. 잠시의 정적 후,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방 안 가득 마력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살갗에 닿는 공기부터 다른 층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낮고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또 누가 온 건가." 뇌강의 목소리였다. 지난번보다는 훨씬 안정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힘겨운 기색이 남아 있었다. 숨소리 사이사이 낮은 신음이 섞여 나왔다. "안녕하세요. 견습 마도구사 뇌조입니다."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안경을 하나 만들어봤는데, 착용해 보실 수 있을까요." "안경?" 뇌강이 낮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어딘가 자조적인 것이 섞여 있었다. "내가 눈이 안 좋을 것 같으냐." "매력을 억제하는 용도예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변화를 분명히 느꼈다. 벽에 걸린 조명구의 불빛이 흔들렸다. "……탑주가 시켰나." "네." "그 자식." 뇌강은 짧게 욕설을 뱉었다. 저속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분노보다는 피로였다. 침대 프레임이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몸을 일으키는 듯했다. "이리 와봐." 나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그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넓은 어깨의 기척, 낮게 가라앉은 숨소리. 손에 든 안경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손이 그의 얼굴 근처에 다가가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나를 덮쳤다. 숨이 가빠졌다. 손끝이 떨렸다. '뭐지, 이 느낌.' 뇌강의 존재감이 갑작스럽게 확장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숨결, 그의 목소리, 그의 존재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크게 다가왔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갈망 같은 것을 느꼈다. 그의 곁에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 설명할 수 없는 충동. 심장이 이상한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발밑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게 매력 마안이구나.' 책으로 배운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다. 매력 마안이 상대의 이성을 흐트러뜨리고 본능적인 호감을 강제로 끌어낸다는 것을. 그러나 직접 겪는 것은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안경을 씌워야 한다는 생각조차 흐릿해질 만큼, 그 감각은 압도적이었다. "……왜 그래." 뇌강의 목소리가 조금 걱정스럽게 들렸다. 그 걱정스러운 어조마저도 나의 감각을 더 흔들어놓았다. "아, 아니에요." 나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잡았다. 손끝에 힘을 주어 안경을 그의 얼굴에 씌우려 했다. 그러나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도 힘이 풀렸다. 무릎이 접힐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다른 손으로 벽을 짚었다. 그 순간, 방 안의 마력 잔향이 급격히 요동쳤다. 쿠구구. 뇌강의 몸에서 갑자기 마력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젠장, 또야." 그가 낮게 신음했다. 마력 탈진으로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감정의 동요가 그의 통제력을 흐트러뜨린 듯했다. 방 안의 마도구들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벽에 걸린 조명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협탁 위의 유리병이 흔들리다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나는 그 압도적인 마력의 파동 속에서, 숨이 막혔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압력이 사방에서 밀려들었다. 손목의 팔찌가 다시 뜨거워졌다. '……안 돼, 지금은.' 하지만 손목에서 시작된 열기는 멈추지 않았다. 파손된 팔찌의 표면에서, 미약한 빛과 같은 진동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것을 억누르려 했지만, 오히려 손끝이 저절로 뇌강의 폭주하는 마력을 향해 뻗어나갔다. 마치 내 의지가 아니라, 팔찌의 의지에 끌려가는 것 같았다. 지지직. 손끝에서 무언가가 흘러나갔다.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힘이었다. 뇌강의 마력이 팔찌를 통해 나에게로, 그리고 다시 안정된 흐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오래전부터 해왔던 일처럼, 익숙하게. 손목을 타고 흐르는 감각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저 물살이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방 안의 진동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뇌강의 숨소리가 안정을 되찾았다. "……너."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방금 뭘 한 거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손목의 팔찌는 다시 아무 반응도 없는 파손된 물건으로 돌아가 있었다. 손목을 내려다보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조금 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방금 벌어진 일을, 나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런 적 없었는데.' 팔찌가 스스로 반응한 것도, 그 힘이 뇌강의 마력을 진정시킨 것도, 전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심장이 아직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아까의 갈망 같은 감각은 사라졌지만, 대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마력 파동이 여기서 감지됐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낯선 발소리, 그리고 여러 명의 숨소리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그중 하나가 유독 또렷하게 나의 감각을 파고들었다. 젖은 흙냄새와 물비린내가 섞인, 낯선 여자의 향기였다. "이곳에서…… 지금 이 마력의 흔적은 뭐지." 낮고 서늘한 목소리였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는데도,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목소리에는 명령하는 데 익숙한 사람의 어조가 배어 있었다. 뇌강의 몸이 옆에서 굳는 것이 느껴졌다. "……선유." 그가 낮게 그 이름을 뱉었다.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뇌강의 숨소리가 다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종류의 동요였다. 나는 손에 쥔 안경을 황급히 품 안으로 숨겼다.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매력 마안 때문이 아니었다. 문가에 선 여자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이쪽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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