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마횡도가 물러간 지 사흘째 되는 날, 산 아래에서 낯익은 인물이 올라왔다.
새벽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시각이었다. 산길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곧바로 그 걸음의 무게를 읽었다—군더더기 없이 땅을 딛는 소리, 흔들림이 없는 보폭. 강호를 아는 자의 걸음이었다.
키가 크고 다부진 몸에 짙은 청색 복장을 걸친 남자였다. 어깨가 넓었고, 허리에는 짧은 단도를 차고 있었다. 걸음이 절도 있었다—군인 같은 걸음이었다. 마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시선으로 주변을 훑는 것이 보였다. 습관이 몸에 붙은 자였다.
이 몸의 기억이 이름을 알려줬다. 유호. 유가 호위대의 3인 중 최강자.
유가. 이 몸의 진짜 뿌리였다. 유신후는 원래 상단 집안의 첫째 아들이었다. 어릴 적 사정으로 청송산에 맡겨졌고, 그 후로 매달 생활비를 받아왔다. 그 심부름을 도맡은 것이 유호였다. 벌써 몇 년째 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는 자였다. 얼굴을 보는 순간 이 몸의 기억 속 감정이 함께 흘러나왔다—신뢰, 그리고 약간의 미안함.
"공자님."
유호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손에는 늘 그렇듯 작은 나무함이 들려 있었다. 그 안에 이번 달 생활비가 담겨 있을 것이다. 함을 쥔 손이 유난히 단단히 감겨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수고했소."
나는 함을 받아들었다. 나무 결이 손바닥에 닿았다. 묵직했다. 그런데 유호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눈에 긴장이 서려 있었다—평소라면 짧은 안부 인사를 건네고 곧 자리를 뜰 사람이었다. 오늘은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당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배유가 곁채 쪽에서 이쪽을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시선의 방향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기척으로 알 수 있었다—저 자는 늘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등지고 유호와 마주 섰다. 거리를 조절했다. 목소리가 곁채까지 닿지 않을 정도로.
"최근 본가 주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유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를 낮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야기의 무게를 알려주고 있었다.
"낯선 자들이 유가의 상단 창고를 정탐하는 것이 몇 번 목격됐습니다. 대인께서는 상단 내부의 누군가와 결탁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계십니다."
"내부의 누군가라 함은."
"둘째 공자님이 유력합니다."
둘째 공자. 이 몸의 기억이 그 존재를 확인해줬다—유신후에게는 이복동생이 있었다. 상단 후계를 두고 오랜 갈등이 있었던 사이였다. 어릴 적 몇 번 마주쳤던 얼굴이 기억 저편에서 떠올랐다. 웃는 낯에 계산이 많은 눈.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둘째가 왜 그런 일을."
"후계 문제로 대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돕니다. 공자님이 청송산에 계신 것을 기회로 여기는 자들이 있습니다."
무거운 이야기였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 사이의 욕심은 세계가 달라도 똑같이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상단이든 문파든, 자리가 비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틈을 노린다—그것이 이치였다.
"대인께서는 무엇을 원하시오."
"당분간 몸을 낮추고 계시라 하셨습니다. 청송산을 떠나지 마시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시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몸을 낮추는 것이 안전할까, 아니면 오히려 방치되는 것일까. 이 몸의 처지는 이미 위태로웠다. 몰락한 문파의 대사형, 뒤로 밀려난 상단 후계자. 어느 쪽에서도 힘이 없는 자였다. 대인이 몸을 낮추라 하는 것은 보호일 수도, 편리한 무시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나로서는 판단할 근거가 부족했다.
"알겠소. 대인께 그리 전해주시오."
대답은 그렇게 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다른 결심이 서고 있었다—힘이 없다면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했다. 청송파를 재건하는 것이 곧 나의 유일한 방패가 될 것이다. 상단의 후계 싸움에 끼어들 여력도, 이유도 지금은 없었다. 먼저 두 발로 설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유호는 함을 건네고 곧 산을 내려갈 준비를 했다. 등을 돌리는가 싶더니, 걸음을 떼지 않았다. 떠나기 전,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덧붙였다.
"공자님. 조심하십시오. 이곳도 안전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의 시선이 곁채 쪽으로 향했다. 배유가 있는 곳이었다. 유호는 강호의 눈이 있었다—배유의 존재를 한눈에 위험으로 읽어낸 것이다. 몇 년째 산을 오르내리며 이곳의 사정을 봐온 자였다. 낯선 자가 곁채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계할 이유가 충분했을 것이다.
"알고 있소."
나는 짧게 답했다. 더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유호가 알아야 할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알 필요 없는 것은 굳이 꺼낼 이유가 없었다.
유호가 산을 내려간 뒤, 나는 홀로 마당에 서서 생각을 정리했다.
첫째, 유가 내부에서 이복동생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둘째, 그로 인해 이 몸의 안전도 흔들릴 수 있다. 셋째, 청송파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세 가지를 다시 곱씹었다. 어느 것도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상단의 후계 문제는 산 아래의 일이었고, 내가 직접 관여할 방법이 없었다. 남은 것은 결국 이 산 위에서 할 수 있는 것—문파를 다시 세우는 일뿐이었다. 배유라는 불씨를 어떻게 다루느냐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그날 저녁, 서영이 조용히 다가왔다. 발소리가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대사형. 유가에서 온 자가 무슨 말을 했습니까."
나는 그녀에게 사실 그대로 전했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이미 이 문파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유호가 전한 말, 둘째 공자의 존재, 대인의 뜻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이야기했다.
서영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잠시 침묵했다. 등불 아래 그녀의 표정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봤다. 걱정과 각오가 동시에 스치고 지나갔다.
"본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저는 대사형 곁에 있겠습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빛에 흔들림이 없었다. 이 산에서 처음으로 만난, 흔들리지 않는 눈이었다.
"고맙소."
짧게 답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더 긴 말은 오히려 이 순간의 무게를 흐릴 것 같았다.
그녀는 그날 밤부터 스스로 야간 순찰을 자청했다. 배유를 감시하는 동시에, 산 아래에서 올라올지 모를 다른 위협까지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대사형을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포석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녀가 매일 밤 마당 한쪽에서 몇 시간씩 홀로 서 있었다는 것을. 겨울이 다가오는 산바람 속에서, 등불 하나 없이 어둠에 눈을 익힌 채로.
문파의 위기는 하나가 아니었다. 배유라는 불씨는 여전히 곁채에서 조용히 타고 있었고, 유가의 그림자는 산 밑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두 개의 불씨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타오르고 있었지만, 언젠가 하나의 바람을 만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두 개의 불길이 언제 하나로 합쳐질지 알지 못했다. 다만 어둠 속에서 서영이 서 있던 그 자리를, 나 역시 지켜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