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서영의 열은 밤새 오르내렸다. 이불을 걷어차다가도 금세 오한이 든다며 몸을 웅크렸다. 이마에 손을 대보면 불이 붙은 듯 뜨거웠다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얼음장처럼 식었다. 해독약이 없었다. 청송파의 서고를 다 뒤졌다. 약장 밑바닥까지 손을 넣어 확인했다. 독사장 계열의 독을 다스릴 처방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밤새 그녀 곁을 지켰다. 무릎이 저려도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최설이 젖은 수건으로 이마를 닦았다. 물이 식으면 다시 우물로 나가 새로 떠왔다. 몇 번이나 그 걸음을 반복했는지 셀 수 없었다. 최천은 문 앞을 지켰다. 칼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셋 다 잠들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 안의 촛불만 조용히 흔들렸다.
새벽이 오기 직전, 대문 밖에서 다시 발소리가 났다.
무겁지 않은 걸음이었다. 그러나 그 가벼움이 오히려 신경을 곤두세웠다.
최천이 벌떡 일어났다. 검을 반쯤 뽑았다. 나는 손짓으로 그를 세웠다.
"기다려."
문이 열리기 전에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급하게 만든 것이오. 서둘러 먹이시오."
배유였다. 그가 작은 병 하나를 문틈으로 밀어넣었다. 병은 차가웠다. 밤공기를 그대로 머금은 듯한 온도였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두려움과 분노가 섞인 떨림이었다.
"왜 이걸 주는 것이오."
"제자를 잃고 싶소?"
반문이 돌아왔다.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없었다. 사람을 해치고 곧바로 해독제를 건네는 자. 논리가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그러나 그 비논리 자체가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 자가 노리는 것은 서영의 목숨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병을 서영의 입에 흘려넣었다. 최설이 손을 떨며 그녀의 턱을 받쳤다. 액체는 걸쭉하고 씁쓸한 냄새를 풍겼다. 서영이 몇 번 사레들 듯 기침했다. 최설이 등을 두드렸다.
몇 시간이 지나자 열이 조금씩 내려갔다. 이마에 맺힌 땀이 식으면서 얼굴빛이 돌아왔다. 숨소리가 안정을 찾았다. 나는 그제야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안심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문밖에는 여전히 배유가 서 있었다. 마당에 뿌리를 박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였다.
"용건이 남았소?"
내가 물었다.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청송파를 도울까 하오."
예상 밖의 말이었다. 나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현암 사형의 뜻을 이어가는 것을 돕겠다는 뜻이오. 문파를 다시 세우는 데 힘이 필요할 텐데."
나는 그를 바라봤다. 눈이 웃지 않는다—여전히 그랬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눈빛은 계산기처럼 차가웠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그를 거절할 힘도 없었다. 청송파에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셋뿐이었다.
계산이 필요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항목을 나눴다.
첫째, 배유를 내치면 그는 언제든 다시 힘으로 밀고 들어올 수 있다. 지금의 청송파에는 그를 막을 문이 없다. 둘째, 곁에 두면 감시할 수 있다—적을 가까이 두는 것도 전략이다. 그의 움직임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 뒤통수를 맞을 확률은 오히려 줄어든다. 셋째, 그의 진짜 목적은 비급이다. 곁에 두는 한 그것을 지키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 대신 그가 어디를 살피고 다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세 항목을 놓고 저울질했다. 밤새 지친 머리로도 답은 명확했다—당장은 받아들이는 쪽이 손실이 적다.
"머무는 것은 허락하겠소."
나는 말했다. 최천의 눈이 커졌다. 반대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대사형의 결정을 따르는 것,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다만."
나는 덧붙였다.
"문파의 규율을 따르시오. 그리고 서영에게 다시 손을 대면, 그때는 셈이 다를 것이오."
허세였다. 이 몸으로는 그를 막을 힘이 없었다. 검을 맞대면 반 초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말이라도 해두어야 했다—두려움과 행동은 별개다. 말을 삼키는 순간 이미 진 것이다.
배유는 옅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재미와 경계가 반씩 섞여 있었다.
"좋소."
그는 마당 한쪽 곁채로 자리를 옮겼다. 짐이라 할 것도 없는 봇짐 하나를 어깨에 걸친 채였다. 문파의 손님이 된 것이다.
다음 날부터 최천과 최설은 그를 경계하며 곁을 지나갈 때마다 몸을 굳혔다. 밥상을 나를 때도 곁채 앞을 지날 때면 걸음이 빨라졌다. 최설은 물동이를 든 채로도 그의 방문 쪽을 힐끔거렸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따로 말을 붙였다.
"배유를 두려워하지 마라. 다만 눈은 떼지 마라."
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 속에 충직함이 있었다. 검을 쓰는 데는 아직 손이 서투르지만, 사람을 지키는 마음만큼은 서투르지 않았다. 최설도 오빠 옆에서 함께 고개를 숙였다.
"대사형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둘은 사부를 잃은 후에도 문파를 떠나지 않았다.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들 스스로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사부님이 지키려던 것을 끝까지 보고 싶다고. 그 사실이 내게는 작은 위안이었다.
서영이 눈을 뜬 것은 그날 오후였다. 창으로 들어온 볕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을 때, 눈꺼풀이 천천히 움직였다. 열은 완전히 내렸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몸을 일으키려 했다.
"대사형. 무사하십니까."
"내가 아니라 그대가 걱정이지."
그녀는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채 가시기 전, 방 밖의 곁채 쪽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시선이 못에 걸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저 자가 왜 여기 있습니까."
"머물게 했소."
서영의 눈이 흔들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위험합니다."
"알고 있소."
"그런데도."
"곁에 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소."
서영은 한동안 나를 바라봤다. 반박하려는 기색이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 입술을 몇 번 움직이다 다시 다물었다. 대사형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그것이 이 몸이 알던 서영의 태도였다.
그날 저녁, 나는 곁채 쪽을 지나다 배유가 마당에 서서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봤다. 별빛도 없는 하늘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처음 보는 종류의 침묵이 있었다. 웃음기도, 계산도 없는 얼굴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이 문파에 머무는 이상 나는 매일 밤 등을 벽에 붙이고 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적을 곁에 둔 대가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