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이계 최강자의 서울 유람

5화

접견실 문 너머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조인석은 문에 귀를 붙인 채 미간을 좁혔다. "그 힘은 아직 네 것이 아니다." 백무진의 목소리였다. "그럼 누구 겁니까?" 강도윤이 되물었다. "모른다. 다만 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종류라는 것만 안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조인석의 눈이 가늘어졌다. '등급조차 없는 힘이라니.' 손끝이 문고리 위에서 굳었다. 그는 조용히 몸을 돌려 복도를 벗어났다. 대대장실. 조인석은 책상에 앉아 수화기를 들었다. "강도윤, 이송 일정 앞당겨." 짧은 지시였다. "어디로 말씀입니까?" "본청 유치장. 경로는 내가 정한다." 전화를 끊은 그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걸렸다. '그 힘,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 그날 저녁. 강태석은 퇴근 후 곧장 백무진을 찾았다. "이송이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내일 오전, 도윤이를 본청으로 옮긴다는군요." 백무진은 창밖을 보며 담담히 답했다. "이송 절차가 정상적이면 걱정할 게 없습니다." "정상적일 리가 없잖습니까!" 강태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구치소 습격도 그놈이 은폐했는데, 이번엔 또 뭘 꾸미는지..." 말끝이 흐려졌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백무진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니 확인해봐야겠습니다." "확인이라니요?" "그가 정말로 무엇을 꾸미는지." 낮고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강태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람은...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즐기고 있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다음 날 아침. 호송차 한 대가 강남구치소 후문을 빠져나왔다. 강도윤은 손목에 수갑을 찬 채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초췌한 얼굴에 눈빛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또 무슨 일이 생기는 거지.' 가슴 안쪽에서 낮은 맥동이 느껴졌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어젯밤 접견실에서 백무진이 남긴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힘은 두려움 앞에서 문을 연다." 그게 무슨 뜻인지 도윤은 아직 알지 못했다. 호송차가 큰길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담당 경찰이 룸미러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이 길이 아닌데..." "대대장 지시입니다." 조수석의 경찰이 짧게 답했다. 호송차는 속도를 줄이며 낡은 창고 지대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강도윤의 눈이 좁혀졌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창밖으로 사람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어둠 속에서 눈빛만이 번뜩였다. 그때였다. 쾅! 호송차 옆면이 통째로 찌그러졌다. 차체가 옆으로 튕겨 나갔다. "으악!" 운전석의 경찰이 소리를 질렀다. 강도윤의 몸이 좌석 벨트에 걸린 채 흔들렸다. 창밖에서 검은 형체들이 몰려들었다. 숫자를 셀 겨를도 없었다. '또 시작이다.' 숨이 턱 막혀왔다. 손끝이 다시 맥동하기 시작했다. [경고: 미지의 힘이 임계 상태에 근접했습니다.] 눈앞에 낯선 문구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강도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시간조차 없었다. 문이 뜯겨나갔다. 검은 형체 하나가 손을 뻗어왔다. "이 자식...!" 도윤은 수갑 찬 손으로 반사적으로 팔을 막았다. 콰직! 손목의 수갑이 그대로 부서져 나갔다. 놀랄 틈도 없이 형체가 뒤로 튕겨나갔다. '또 그때처럼.' 가슴속 뜨거운 기운이 다시 요동쳤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힘이 완전히 제어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윤의 몸을 집어삼키듯 폭주하려 했다. 손끝에서 흘러나온 충격파가 창고 벽까지 밀어붙였다. 쿠구구- 벽면이 통째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멈춰야 해...!' 도윤의 이가 악물렸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검은 코트가 창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백무진이었다. 그의 손끝이 도윤의 손목을 가볍게 짚었다. 순식간에 폭주하던 기운이 잦아들었다. 도윤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숨이 가빠진 채 겨우 물었다. "타이밍이 좋았군." 백무진은 짧게 답하며 주변을 훑었다. 검은 형체들이 하나둘 뒷걸음질 쳤다. 그중 하나가 등을 돌리며 무전기 같은 것에 대고 중얼거렸다. "작전 실패. 대상은... 우리 예상보다 강합니다." 백무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예상보다 강하다니.' 이미 이 습격이 누군가의 계획 아래 벌어졌다는 뜻이었다. 그는 형체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형체가 무전기를 떨어뜨리며 물러섰다. "저, 저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백무진의 손이 어깨를 짚자 형체는 그대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조인석은 그날 오후, 보고를 받으며 미간을 좁혔다. "작전 실패, 대상 강함." 짧은 문장 하나가 그의 손끝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등급조차 없는 힘이라...' 그는 서랍에서 낡은 서류 하나를 꺼냈다. 표지에는 붉은 글씨로 도장이 찍혀 있었다. [대상: 강도윤 - 요주의 등급 상향] 조인석의 입가가 굳게 다물렸다. 수화기를 들며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다음은 가족을 건드려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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