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훈련장 시연 이후, 학원 안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그것을 등원 첫날부터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정문을 지나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랐다.
마치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지 않는 눈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뒤따라왔다.
"저 영애가 그 정도 실력이었다니."
"공작가에서 일부러 감춰온 거 아니야?"
"광마법을 그렇게 정밀하게 다루는 걸 처음 봤어. 스승도 없이 배웠다던데."
말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에서 왔지만, 결국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소문이었다.
나는 그 수군거림들을 못 들은 척 지나쳤다.
'실력을 감춘 것이 이제는 오히려 이상한 소문의 씨앗이 되고 있다.'
숨긴 힘은 드러나는 순간 배가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오늘 처음으로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귀족 영애들 몇몇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형식적인 존중이었지만, 이제는 그 안에 은근한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지나칠 때마다 시선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고,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섞였다.
반면 다른 몇몇은 그 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일부러 다가와 웃는 얼굴로 말을 붙이는 이들도 있었다.
"영애님, 한소이 양이 참 순수하고 착하지 않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사람 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은 겉으로는 부드러웠지만, 속에는 명확한 뜻이 담겨 있었다.
'혼약을 양보하라는 뜻이다.'
웃는 얼굴로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 학원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듯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표정을 짓는 순간, 그것이 소문의 재료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번의 찌푸림, 한 번의 미소조차 이곳에서는 며칠 안에 왜곡되어 퍼질 것이 분명했다.
"두 분의 관계는 제가 판단할 몫이 아닙니다."
나는 딱 잘라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등 뒤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들렸지만, 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그날 오후, 나는 학원장의 부름을 받았다.
전령이 다가와 조용히 귓속말을 건넸을 때, 이미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학원장의 집무실 문을 열자, 낯익은 향이 코끝에 걸렸다.
값비싼 침향과 오래된 서책 냄새가 뒤섞인, 권력의 냄새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뜻밖의 손님이 함께 있었다.
왕실 원로 중 한 명인 백은 대사였다.
그의 존재는 학원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은발이 섞인 머리, 곧게 편 허리, 그리고 손끝 하나까지 절제된 동작.
평범한 노인처럼 보이려 애쓰는 기색조차 없이,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방 안의 공기를 무겁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서윤 영애가 왔군."
백은 대사가 나를 보며 옅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어떤 계산도 없어 보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오히려 더 짙은 관찰의 시선을 느꼈다.
'이 사람은, 방금 내 걸음걸이부터 표정까지 이미 다 읽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몇 걸음, 인사를 위해 숙이는 고개의 각도, 심지어 시선이 처음 머무는 방향까지.
그 모든 것이 이미 하나의 정보로 처리되고 있었을 것이다.
"훈련장에서의 시연을 전해 들었소. 그 정도의 정밀한 광마법이라니, 놀라운 재능이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과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이상할 정도지."
나는 그 말에서 미묘한 경계심을 감지했다.
'이 사람은 지금, 내가 왜 힘을 숨겼는지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이 힘을 어떻게 쓸지를 가늠하고 있다.'
백은 대사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학원장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이동조차 계산된 동작처럼 느껴졌다.
"왕태자 전하의 곁을 지키는 일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소."
그 한마디가 방 안에 무겁게 떨어졌다.
학원장은 그 말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내리깔았다.
나는 그 말의 이면을 곧바로 읽어냈다.
'전하 곁에 새로운 존재가 나타난 것을, 이 사람도 이미 알고 있다.'
왕실 원로가 학원의 일에 직접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그것도 신입생 한 명의 등장 때문에 이렇게 발걸음을 옮겼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인물이 직접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배후의 무게를 말해주고 있었다.
"대사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숨을 한 번 고르고 나서였다.
"말해 보시오."
"한소이 학생의 편입이, 왕실의 어떤 결정과 연결되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백은 대사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그 짧은 변화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 눈빛 안에는 놀라움과 함께, 어떤 흥미로움이 섞여 있었다.
"영애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군."
"그저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한 질문일 뿐입니다."
"그 학생의 편입에는, 몇몇 세력이 관여하고 있소."
그 말에 나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확인받으니 무게가 다르다.'
머릿속에서 이미 그려두었던 그림이, 이제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떤 세력인지 여쭐 수 있겠습니까."
"그건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오."
백은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매를 정리했다.
느릿한 동작이었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의 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뜻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다만 영애도 이제부터는, 단순한 혼약자가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관찰받게 될 것이오."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 있었다.
학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나에 대한 걱정과,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에 대한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창밖으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붉은빛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길게 스며들었다.
그 빛은 마치 핏빛처럼 바닥을 물들였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한소이의 뒤에 세력이 있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한 재능 각성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이 자리에 밀어 넣었고, 그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나 역시, 그 세력의 시야 안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조용히 인사를 남기고 집무실을 나섰다.
복도로 나서자, 저 멀리서 선유헌과 한소이가 함께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여전히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소이의 웃음소리가 복도 저편까지 맑게 울렸고, 선유헌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그림처럼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짧게 숨을 들이켰다.
'저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나는 더 이상 관망만 할 수는 없다.'
등 뒤에서 백은 대사가 남긴 마지막 말이 다시 떠올랐다.
다른 시선으로 관찰받게 될 것이라는 그 말이, 유난히 오래도록 귓가에 남았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복도를 울리고 있었지만, 이제 그 소리는 예전처럼 그저 흘려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웃음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나는 이제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