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왕태자의 숨은 마법사

4화

학원의 실전 마법 수업은 늘 강당 대형 훈련장에서 이루어졌다. 높은 천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마다 마력을 억제하는 결계석이 박혀 있었고, 바닥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마법진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오늘은 신입생 배치를 위한 실력 평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한소이가 편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그녀의 순번이 가장 먼저 배정되었다. 훈련장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관람석은 학년별로 자리가 나뉘어 있었고, 저학년일수록 아래쪽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 사이에 선유헌도 특별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그가 이런 자리까지 참관하다니.' 지금까지 그는 학원의 통상적인 수업에는 얼굴을 비친 적이 거의 없었다. 수업뿐 아니라 학원 행사 전반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공작가 사람들 사이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은 굳이 시간을 내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엔, 시점이 지나치게 정확하다.' 담당 교수가 훈련의 규칙을 설명했다. 마력 방출량과 정밀도, 그리고 응용력을 평가하는 간단한 대결 형식이었다. 세 가지 항목 중 어느 하나라도 극단적으로 낮으면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받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소이의 상대로 지정된 학생은 백작가 출신의 3학년생이었다. 그 학생은 이미 학원 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로 알려져 있었다. 푸른 로브 위에 수놓인 문양만 보아도 정통 마법 가문의 후계자라는 것이 짐작될 정도였다. "신입생 상대로 좀 과한 조합이 아닌가요." 주변에서 작은 수군거림이 들렸다. 나는 그 수군거림 속에서 은근한 기대감을 읽어냈다. '모두가 저 신입생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어 한다.' 귀족 영애들 사이에는 평민 출신에 대한 은근한 반감이 늘 존재했다. 교복의 재단이 조금만 달라도, 신발 끝이 조금만 낡아 보여도 곧바로 시선이 몰리는 곳이었다. 한소이는 그런 시선 속에서도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훈련장 중앙에 섰다. 두 손을 가볍게 맞잡고 몸을 풀듯 발끝을 까딱이는 모습이, 이곳의 냉랭한 공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대결이 시작되자 3학년 학생이 먼저 마법을 시전했다. 푸른 화염구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열기가 관람석까지 밀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크고 빠른 궤적이었다. 한소이는 순간 몸을 낮추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저건, 정제되지 않은 원초적인 광력이다.' 빛의 파동이 화염구를 그대로 흩어버렸다. 훈련장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몇몇 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살짝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앉았다. 한소이는 배운 적 없는 초보적인 방식으로, 그저 본능적으로 마력을 뿜어낸 것에 가까웠다. 궤적도 없고, 형태도 정돈되지 않은, 그야말로 원시적인 발산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저 원석은 언젠가 위협이 된다.' 대결은 예상외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3학년 학생이 연속으로 마법을 시전했지만, 한소이는 그때마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광력을 뿜어내며 막아냈다. 세 번째 공격이 이어질 즈음, 3학년 학생의 얼굴에서 여유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제 힘을 가늠하지 못하는 상대는, 아무리 정교한 마법사라도 상대하기 까다롭다.' 정형화된 마법 훈련만 받아온 자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저 발산이야말로 가장 다루기 힘든 변수였을 것이다. 결국 담당 교수가 대결을 중단시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무승부로 기록하겠다." 훈련장 안에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방금까지 수군거리던 목소리들이 슬그머니 잦아들었다. 한소이는 헐떡이면서도 웃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없이, 그저 자신이 해낸 것이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 순간, 담당 교수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이서윤 영애." 갑작스러운 호명에 나는 자리에서 몸을 살짝 굳혔다. '왜 갑자기 나를.' "오늘 마침 참관 중이니, 시범을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나. 광마법의 정확한 활용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일 테니." 나는 그 요청에 순간 여러 계산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거절하면 의심을 산다. 하지만 나서면 실력이 드러난다.' 청하 공작가의 방식은 힘을 감추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가르침이, 지금 이 순간 목덜미를 조여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거절하는 것 또한, 다른 의미로 이상한 관심을 부를 수 있었다. '거절도, 승낙도 각각의 위험을 안고 있다.' 나는 관람석 위쪽,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선유헌의 시선을 슬쩍 느꼈다.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어설프게 굴 수는 없다.' "간단한 시범이라면 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장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발걸음마다 시선이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한소이가 나를 향해 반짝이는 눈으로 웃었다. "영애님도 보여주시는 거예요? 기대돼요!" 나는 그 순수한 기대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이는 지금 이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 자리인지 전혀 모르는구나.' 교수가 표적용 마법진을 훈련장 벽면에 띄웠다. 세 개의 원형 표적이 일정한 간격으로 떠올랐고, 각각 크기가 조금씩 달랐다. "정밀도 위주로 짧게 시연해 보게." 나는 손끝에 의식을 모았다. 광마력이란 다른 마법과 달리, 흐름을 얼마나 촘촘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위력이 극단적으로 갈렸다. 굵고 화려하게 뿜어내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었다. 가늘게, 끝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실력을 가르는 지점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익힌 방식대로, 아주 작은 실선의 빛을 만들어냈다. 손끝에서 뻗어 나온 빛은 마치 바늘처럼 얇았고, 그 끝만 겨우 눈에 보일 정도로 밝게 빛났다. 그 빛이 벽면의 마법진을 정확히 관통했다. 표적 세 개가 동시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소멸했다. 훈련장 안이 순간 침묵에 잠겼다. 바람 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조용한 정적이었다. 한소이의 화려한 파동과는 전혀 다른, 절제되고 정밀한 힘이었다. '절제된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 자리 사람들은 지금 처음 본 것이다.' 교수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이 정도의 정밀도를... 언제부터 다루셨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익혔습니다." 나는 담담하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긴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숨길 수 없게 됐다.' 관람석 곳곳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방금 전까지 한소이를 향했던 시선이 이제는 나를 향해 옮겨오고 있었다. 특별 관람석에 앉아 있던 선유헌의 시선이, 그제야 나를 향해 있었다. 그 눈빛에는 이전에 없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흥미인지, 경계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복잡한 무언가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그 눈빛이, 오늘 이후로 무언가를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예감만이 선명했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는 짧은 걸음 동안에도, 등 뒤에 꽂히는 그 시선의 무게를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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