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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방 안에 약 냄새가 가득했다. 탕약을 달인 냄새였다. 그 아래로 피 냄새가 옅게 섞여 있었다. 창호지 너머로 겨울바람이 스몄다. 문풍지가 떨렸다. 촛불 하나가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그 불빛이 벽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림자는 흔들릴 때마다 늙고 야윈 몸을 따라 함께 흔들렸다. 나는 이불 밖으로 나온 현암 진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손이 차가웠다. 굳은살이 가득한 손이었다. 평생 검을 쥔 손이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두꺼웠다. 검을 놓지 못해 생긴 흔적이었다. 그 손이 지금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현아." 낮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목이 메었다. "울지 마라." 그가 웃었다. 힘겹게, 그러나 분명하게. 입가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전생에서 나는 누군가의 임종을 지킨 적이 없었다. 사고로 순식간에 끝난 삶이었다. 작별의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사부님,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이미 열한 해나 버텼다." 그가 눈을 감았다 떴다. 눈동자가 흐릿했다. 초점이 자주 흩어졌다. "너를 처음 이 산에서 주웠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그날, 나는 눈밭에 쓰러져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내가 누구였는지도.*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다고 했다. 발자국 하나 없이,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현암 진인은 산을 내려오던 길이었다. 약초를 캐러 나섰다가 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나를 업고 산을 올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의 제자가 되었다.* 오직 하얀 눈썹만이 그대로였다. "기이한 아이였지. 눈썹이 서리처럼 하얗고, 눈빛만은 형형했다." 그는 내 이마를 짚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 손이 예전에는 이렇게 떨리지 않았다. 검을 뽑을 때도, 적을 벨 때도 흔들림이 없던 손이었다. 지금은 그저 늙고 병든 손이었다. "청석검문의 마지막 전승자로서, 나는 이제 할 일을 다했다." "사부님." "청련심법을 전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너는 아직 그릇이 되지 못했으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그저 살아만 계셔주십시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숨소리가 점점 얕아졌다. 나는 그 숨소리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간격이 점점 벌어졌다. 창밖에서 바람이 울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사부님, 청석검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청석검문. 한때는 이 산 아래 수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던 문파였다. 지금은 이 방 안, 병든 노인 하나와 나뿐이었다. 다른 사형제들의 이름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들은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죽거나 흩어졌다고 들었다. 현암 진인은 그 폐허 속에서 홀로 문파의 이름을 지켜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마저 꺼지려 하고 있었다. "현아." "예, 사부님." 그의 손이 내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강해져라. 그리고… 착하게 살아라." 마지막 문장이었다.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따뜻함이 서서히 식어갔다. "사부님." 대답이 없었다. "사부님!" 방 안이 조용해졌다. 촛불이 흔들렸다. 바람 소리마저 잠시 멎은 것 같았다.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흘렀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전생에서는 죽음이 갑작스러웠다. 이번에는 예정된 죽음이었다. 그러나 슬픔의 크기는 다르지 않았다. 나는 얼마나 오래 그렇게 있었는지 몰랐다. 무릎이 저려왔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았다. 방 안의 약 냄새가 점점 옅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내 코가 마비된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촛농이 흘러내려 촛대를 타고 굳었다. 창호지 위로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편안해 보였다. 마치 잠든 것처럼. 나는 그 얼굴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이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 창밖의 어둠이 깊어졌을 무렵, 눈앞에 낯선 빛이 떠올랐다. 허공에 반투명한 판이 하나 나타났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빛은 은은한 청백색이었다. 마치 얼음을 깎아 만든 듯한 글자들이 그 위에 떠 있었다. [숙주의 정신적 각성 조건 충족을 확인합니다.] [천화검종(天華劍宗)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글자가 허공에 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려 했다. 손이 그대로 통과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 감촉도 없었다. 나는 손을 거두었다. "이게… 뭐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방금 사부를 잃었다.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 낯선 빛은, 마치 나를 비웃듯 그 자리에 계속 떠 있었다. 글자가 바뀌었다. [숙주에게 최종 미션을 통보합니다.] [미션: 만계 제일종문(萬界第一宗門) 건설] 나는 그 글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만계 제일종문. 세상 모든 세계를 통틀어 제일가는 문파를 세우라는 뜻이었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은 무너져가는 초가집 한 채와, 방금 숨을 거둔 사부의 시신뿐이었다. "장난하는 건가." 혼잣말이 낮게 새어 나왔다. 글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제한 시간: 없음. 단, 최초 3일 내 성망(聲望) 100을 확보하지 못할 시 경고 벌칙이 발동됩니다.] [벌칙: 뇌전(雷電) 강림.] 나는 숨을 삼켰다. 뇌전이라는 두 글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번개가 떨어진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다만 그 글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성망 : 0/100] [남은 시간 : 71시간 59분]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59분, 58분. 초 단위로 흘러가는 시간이 눈앞에서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그 숫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방금 전까지 나는 그저 사부의 임종을 지키던 제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알 수 없는 빛과 알 수 없는 숫자에 쫓기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현암 진인의 몸은 이미 차게 식어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따뜻함은 없었다. 굳은살 가득한 손이 이제는 그저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손을 놓지 못했다. 창밖에서 바람이 더 세차게 불었다. 서리가 내리고 있었다. 문풍지 틈으로 하얀 김이 새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시스템 창과 사부의 시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슬픔과 두려움이 동시에 몰려왔다. 한쪽에서는 사부를 잃은 슬픔이, 다른 한쪽에서는 정체 모를 위협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나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70시간, 69시간. 나는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눈물 자국이 차갑게 식어갔다. 시스템 창을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글자 아래쪽, 흐릿하게 남아 있는 다른 항목을 눌러보았다. 손이 그대로 통과했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해야 해." 혼잣말이었다. 대답해줄 사람은 이제 없었다. 방 안에는 오직 나와, 식어가는 시신과, 허공에 떠 있는 차가운 숫자뿐이었다. 바람이 문풍지를 두드렸다. 서리는 점점 더 두텁게 창을 뒤덮고 있었다. 나는 사부의 손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쥐었다가, 천천히 이불 안으로 넣어드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저려 비틀거렸다. 허공의 숫자는 여전히 줄어들고 있었다. 68시간 47분. 나는 그 숫자를 노려보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성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얻는 것인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사흘 뒤 나는 사부의 뒤를 따라가게 될 것이었다. 나는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열자, 차가운 밤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하늘 가득 별이 떠 있었다. 그 아래로 산등성이가 검은 그림자처럼 늘어서 있었다. 나는 그 어둠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허공의 숫자가, 그 걸음을 따라오듯 여전히 눈앞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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