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자정, 인적이 끊긴 후원.
달빛조차 희미하게 스며드는 그곳에, 단현과 주빈, 두 사람만이 서 있었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서걱, 서걱.
낙엽이 밟히는 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밤이었다.
"장룡십삼권의 첫 초식은, 힘이 아니라 흐름이다."
단현이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그의 눈빛은 낮과는 달랐다. 다른 장로들 앞에서 보이던 딱딱한 표정 대신,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자의 진지함이 얼굴에 배어 있었다.
"보아라."
그의 팔이 허공을 갈랐다.
쐐액.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동작은 느렸지만, 그 속에 담긴 힘의 궤적은 명확했다. 팔꿈치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힘의 흐름이, 마치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흐르듯 매끄러웠다.
주빈은 숨을 죽이고 그 궤적을 눈에 새겼다.
한 치의 흔들림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이었다.
"해보아라."
주빈이 몸을 움직였다.
어색했다.
팔과 다리가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힘을 주면 흐름이 끊겼고, 흐름을 따라가려 하면 힘이 빠졌다.
"다시."
단현의 목소리는 짧고 단호했다.
주빈은 다시 움직였다.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색했다. 이마에 땀이 배어 나왔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렇게 열흘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낮에는 다른 장로들의 눈을 피해 평범한 제자처럼 굴었고, 밤에는 후원에서 홀로 몸을 부딪쳤다. 단현은 매일 밤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그를 기다렸다.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은 사흘째 밤이었다.
주빈의 몸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첫 초식.
두 번째 초식.
동작이 이어질수록 어색함은 사라졌고, 대신 물이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자리를 채웠다.
단현의 눈이 순간 크게 떠졌다.
"...다시 해보아라."
목소리가 떨렸다.
주빈이 세 번째 초식을 이어갔다.
동작이 매끄러웠다.
마치 몸이 초식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삼 년을 익혀야 겨우 흐름을 잡는다는 초식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단 사흘 만에 그 흐름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단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삼 년이 걸린다는 권법의 흐름을, 이 아이는 사흘 만에 몸에 새기고 있었다.
손끝이 떨렸다.
"...누가 가르쳤느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도요."
주빈이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거짓을 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단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것은 놀람을 넘어선, 어떤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가 알던 무공의 이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아이는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 담장 너머에서, 누군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시선이었다.
곽장우의 눈이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기다렸다는 듯한, 서늘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