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거지 소매치기, 무공천재

1화

매화촌의 새벽은 언제나 안개로 시작되었다. 희뿌연 기운이 골목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지붕과 처마를 뭉개듯 덮었다. 좁은 골목 사이, 낡은 처마 밑에서 한 소년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얇은 옷자락 사이로 찬 기운이 스며들었다. 숨을 뱉을 때마다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가 이내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주빈, 열다섯 살, 다섯 살 이후로 조부도 없이 홀로 살아온 아이였다. 부모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구제불능이라 불렀다. 소매치기, 도박, 잔재주로 하루를 버티는 삶. 누군가는 손가락질했고, 누군가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주빈이 걸을 때마다 발끝이 땅을 밟는 방식이, 여느 아이들과는 달랐다는 것을.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순서, 무게가 실리는 각도, 그 모든 것이 이상하리만치 정교했다. 그의 몸은 이미 균형과 흐름을 알고 있었다. 다만 배운 적이 없을 뿐이었다. "오늘도 허탕이네." 주빈이 빈 소맷자락을 툭툭 털며 중얼거렸다. 배 속에서 낮은 소리가 울렸다. 꾸르륵. 그는 손바닥으로 배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시장통은 이른 시간이라 인적이 드물었다. 좌판을 펴는 상인 몇몇만이 부산하게 움직일 뿐, 거리는 여전히 안개에 잠겨 있었다. 주빈은 익숙한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왔다. 먹잇감을 찾는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무복, 곧게 뻗은 등, 발걸음마다 흙먼지조차 일지 않는 걸음걸이. 머리는 백발이었으나 자세는 젊은이보다 곧았다. 주빈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허리춤에 매달린 묵직한 전낭. 돈이 될 물건이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뒤를 밟았다. 발소리를 지우듯, 걸음마다 무게를 최소한으로 실었다. 손끝이 저절로 움직였다. 스륵. 전낭 끈이 손에 걸리는 순간, 주빈은 확신했다. 성공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노인의 손이 먼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턱. 주빈은 그 손이 언제 움직였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손목을 감싼 손가락에서 뼈가 삐걱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 아이." 노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손이 빠르구나." 주빈은 심장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이 목 끝에서 막혔다. 노인의 눈빛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 눈은 단순히 도둑을 잡은 자의 눈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재고, 살피고, 평가하는 눈이었다. 그 시선 속에서, 주빈은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에 서늘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노인의 손이 놓아주지 않았다. 주빈의 손목을 쥔 손가락에 힘이 조금씩 더해졌다. "놔, 놔주세요……!"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노인은 대답 대신,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렸다.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빈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미소를 본 순간, 자신의 삶이 이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예감만이 선명하게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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