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노인은 주빈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거칠고 마른 손이었다. 그러나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힘은, 결코 늙은이의 것이라 할 수 없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주빈입니다."
주빈은 겨우 대답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며칠을 굶은 탓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노인의 눈이 그의 발끝부터 어깨까지 천천히 훑었다.
마치 물건의 값을 매기는 상인 같은 눈길이었다.
주빈은 그 시선 아래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단현이라 하네."
짧게 이름을 밝힌 노인은, 그대로 손을 놓고 돌아섰다.
옷자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회색 도포, 낡았지만 정갈했다.
"내일 이 시간, 이 자리에 다시 서 있게."
주빈은 어리둥절했다.
잡아 가둘 줄 알았는데, 그냥 놓아준다니.
거리 끝으로 사라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빈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목에 남은 온기가 아직도 선명했다.
다음 날, 주빈은 반신반의하며 같은 자리에 섰다.
해가 뜨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오갔다.
한 시간이 지나도, 노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빈은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역시 헛말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단현은 멀리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담벼락 그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자리였다.
말없이, 그저 지켜보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다.
주빈은 매번 같은 자리에 섰다. 서 있는 이유도, 기다리는 이유도 스스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손목의 온기를 다시 느끎고 싶었을 뿐인지도 몰랐다.
사흘째 되는 날, 단현이 다가와 말했다.
"네 걸음걸이를 보았다."
주빈은 흠칫 놀랐다.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발을 딛는 방식이, 배운 이의 것과 닮았더구나."
주빈은 침을 삼켰다.
"배운 적 없습니다."
"안다."
단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래서 흥미롭다는 것이다."
바람이 스산히 불었다. 낙엽 한 장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장운문.
주빈도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다.
무림에서 손꼽히는 대문파, 그곳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거지에게 하늘의 문이 열리는 것과 같았다.
몇 해 전, 저잣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던 무사들의 옷깃에 새겨진 문양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저 먼 세상의 이야기라 여겼다.
"입문할 기회를 주겠다."
단현의 말에 주빈은 순간 숨이 멎었다.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손끝이 떨렸다.
"단, 시험을 거쳐야 한다."
"어떤 시험입니까."
"종주께서 직접 정하실 것이다."
단현의 표정이 처음으로 조금 어두워졌다.
"그리고,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말끝에 담긴 무게가 공기를 짓눌렀다.
주빈은 그 말속에 담긴 무게를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에게 처음으로 열린 문이, 얼마나 좁고 위태로운지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단현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서, 주빈은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훗날에야 깨닫게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