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등 뒤로 뼈손이 스치는 순간, 나는 몸을 낮추며 굴렀다.
옷깃이 뜯기는 소리가 났고, 어깨에 얕은 상처가 그어졌다.
뜨거운 통증이 뒤늦게 밀려왔다.
'생각보다 빨라.'
땅바닥에 굴러떨어지면서 팔꿈치가 돌부리에 부딪혔다.
찌릿한 감각이 팔 전체로 퍼졌지만, 그걸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적골 해골 변이종은 일반 해골형 몬스터와 달리 관절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니 오히려 살아있는 것보다 더 매끄럽게 움직였다.
관절 하나하나가 마치 기름칠이라도 한 듯 소리 없이 접히고 펴졌다.
'저게 무슨 해골이야, 저건···'
나는 급히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살폈다.
서은하는 여전히 바위 더미에 다리가 짓눌린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고, 얼굴에서는 핏기가 점점 빠지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나는 권총을 다시 겨눴다.
손끝이 떨리는 걸 억지로 참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두 발이 연속으로 발사됐다.
한 발은 해골의 늑골 사이를 정확히 관통했지만, 다른 한 발은 아깝게 빗나갔다.
빗나간 총알이 뒤편 바위에 부딪혀 파편을 흩뿌렸다.
뒤에서 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강태호 씨! 그만두고 나와요! 지원 요청 넣었으니까 조금만···!"
"조금만이 얼마인데요!"
나는 소리쳤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크게 나온 게 얼마 만인지 스스로도 놀랐다.
팀장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지만, 나는 그걸 확인할 틈도 없었다.
서은하 쪽으로 해골 하나가 다시 손을 뻗었다.
그녀는 이제 저항할 힘조차 없어 보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 안 돼···"
그 작은 중얼거림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무언가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감각이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숨이 거칠어졌다.
손이 아니라 몸 전체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어떤 계산도, 어떤 두려움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나는 권총을 두 손으로 고쳐 잡고, 남은 마력탄을 전부 장전했다.
탄창이 딸각, 소리를 내며 맞물렸다.
그 짧은 소리가 마치 신호탄처럼 귀에 박혔다.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그냥···'
달려들었다.
첫 번째 해골의 무릎 관절에 정확히 총구를 박아넣고 발사했다.
퉁-! 탁-!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해골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지는 와중에도 놈의 팔이 허공을 움켜쥐듯 허우적거렸다.
두 번째 해골이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지만, 나는 몸을 낮춰 그 팔 아래로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바람이 정수리를 스치는 게 느껴질 정도로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등 뒤에서 팀장과 대원들이 무언가 소리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눈앞의 붉은 뼈들만 보였다.
시야가 좁아지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물속에 잠긴 것처럼 먹먹해졌다.
'하나 더, 하나만 더 처리하면···'
두 번째 해골의 두개골에 총구를 겨눴다.
탕-!
총성과 함께 두개골이 산산조각 났다.
부서진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내 얼굴에까지 튀었다.
뜨거운 흙먼지 냄새와 뼈가 타는 듯한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지막 한 마리가 서은하를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
총알로는 늦었다.
머릿속에서 그 사실이 순식간에 계산되고, 곧바로 다른 선택지가 떠올랐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그 순간, 시야가 이상하게 느려졌다.
마치 시간이 늘어지는 것처럼, 뼈손이 서은하의 목에 닿기까지의 거리와 시간이 선명하게 계산됐다.
뼈손의 손가락뼈 하나하나가 서은하의 목덜미로 다가가는 궤적까지,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눈에 들어왔다.
'된다.'
확신이었다.
근거 없는 확신이 아니라, 몸이 이미 알고 있는 감각이었다.
머릿속으로 계산할 필요조차 없었다.
몸이 먼저 답을 내놓고, 뒤늦게 생각이 그걸 뒤따라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서은하와 뼈손 사이로 몸을 밀어넣으며 권총을 들었다.
탕-!
총성이 울리고, 해골의 손목뼈가 부서지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
뼈손이 서은하의 얼굴에서 불과 몇 센치를 남기고 멈췄다.
부서진 뼈 조각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마치 갈비뼈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다리는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저, 괜찮으세요···?"
서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놀람이 뒤섞여 있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안도감도 섞여 있었다.
"괜찮···"
대답을 하려던 순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숨이 너무 가빠서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어깨 너머로 무언가를 봤다.
쓰러진 해골들의 뼈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기운이 서서히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흩어졌던 뼛조각들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뭐지.'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전투의 여운으로 시야가 흔들리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뼛조각들이 스스로 이어붙으며 형태를 재구성하고 있었다.
산산조각 났던 두개골의 파편들까지, 마치 자석에 끌리듯 서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중층에는 존재해서는 안 될 밀도의 마력이 그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공기 자체가 붉게 물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등 뒤에서 뒤늦게 도착한 팀장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 저게 지금 뭐 하는 거야···?"
팀장의 목소리에는 지휘관다운 냉정함 대신, 순수한 공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다른 대원들도 하나둘 도착해 그 광경을 목격했지만,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모두가 숨을 멈춘 채, 다시 이어붙는 뼈 무더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살얼음판 같은 정적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나는 아직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지 못한 채, 다시 살아나려는 붉은 뼈 무더기를 응시했다.
남은 마력탄은 이제 단 두 발뿐이었다.
'두 발로 저걸 막을 수 있을까.'
머릿속이 다시 새하얘졌다.
방금까지의 확신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낯선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붉은 기운은 점점 더 응집되며,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단단한 형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일반 해골형 몬스터에게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건 뭔가 다르다는 직감이, 등골을 타고 서늘하게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