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왕냉이 설아를 찾은 것은 초저녁이었다. 그날 나는 부엌 뒤편에서 채영의 옛 방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 방을 정리한다는 명목은 사실 핑계에 가까웠다. 도현의 물음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나는 채영이 남긴 흔적을 다시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방 안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곳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먼지가 조용히 내려앉은 옷가지들,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인 빗과 경대, 그리고 구석에 개켜둔 이불 한 채까지.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손끝으로 짚어가며, 채영이 이 자리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해보려 했지만, 짐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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