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기자회견이 끝난 지 세 시간도 안 돼서, 내 이름과 사진이 인터넷 전체에 퍼졌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대학 졸업 사진, 예전 직장 명함 사진까지 함께 올라왔다.
심지어 내가 살던 동네, 다니던 헬스장 이름까지 누군가 파헤쳐서 올려놓았다.
댓글창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살인자.
무능한 관리자가 국민 영웅을 죽였다.
계약직이라고 대충 일한 거 아니냐.
저런 놈은 평생 취업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휴대폰을 몇 번이나 껐다가 다시 켰다.
화면을 켤 때마다 알림이 수백 개씩 쌓여 있었다.
각종 언론사에서 전화가 쏟아졌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문자로도 인터뷰 요청이 계속 왔다.
[강도현 씨,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OO일보 기자입니다.]
[강도현 님, 저희 채널에서 입장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읽지도 않고 지웠다.
인터폴 신고까지 해야 한다는 청원 게시글이 만 명 넘게 서명받았다는 걸 봤을 때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헛웃음이었다.
인터폴이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한 일이라고는 신호를 감지하고, 보고하고, 중지를 신청한 것뿐이었다.
그것도, 시스템 규정을 하나도 어기지 않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신호를 감지했고, 보고했고, 중지를 신청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나를 백하은을 죽인 살인자로 부르고 있었다.
부스로 돌아가자, 정규직 직원 몇 명이 나를 피해 지나갔다.
한 명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하고 다른 복도로 방향을 틀었다.
또 다른 직원은 내가 지나갈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무슨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스 안 공기마저 달라진 것 같았다.
평소라면 인사라도 건네던 사람들이, 이제는 내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듯 행동했다.
하늘만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도현 씨, 괜찮아요?"
"...괜찮진 않아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더 이상 괜찮다고 말할 힘도 없었다.
하늘이 주변을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요."
"하늘 님, 위험해요. 이미 팀장님한테 경고받으셨잖아요."
"그래도요."
하늘의 눈빛이 흔들리면서도 단호했다.
그 눈빛 속에는, 두려움과 결심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이 고마웠지만, 동시에 겁이 났다.
하늘까지 이 일에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백하은이 죽었고, 이성민과 김민재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늘까지 그 명단에 올라가게 만들 수는 없었다.
"고마워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조심히 계셔주세요."
하늘은 뭔가 더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
그날 오후, 나는 김민재와 이성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백하은과 같은 팀으로 심층 던전에 들어갔던 탐색자들이었다.
사건 당일, 마지막까지 그녀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
기록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짧게 남아 있었지만, 언론에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모두가 관리자였던 나만 물고 뜯느라, 정작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결국 짧게 보냈다.
[강도현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백하은 탐색자 사건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답장은 늦게, 하지만 왔다.
김민재였다.
[강도현 씨, 뉴스 봤어요. 그거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알아요.]
나는 그 문자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숨이 턱 막혔던 하루 동안, 처음으로 가슴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한 사람은, 나를 믿어주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그날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네, 만나서 얘기하는 게 낫겠어요. 오늘 밤 시간 되세요?]
[네, 가능합니다.]
[성민이도 같이 나올 거예요. 걔도 그날 기억이 확실해요.]
나는 약속 장소와 시간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작은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증언이 있다면, 서준혁이 만든 각본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한동안 그 문자를 다시 읽고 또 읽었다.
***
약속 장소는 시내 외곽의 작은 술집이었다.
간판도 제대로 켜져 있지 않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가게였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채 들어갔다.
혹시라도 누가 알아볼까 봐, 골목 하나를 돌아서 뒷문으로 들어갔다.
김민재가 먼저 와 있었다.
구석 자리, 조명이 가장 어두운 곳에 앉아 있었다.
"여기요."
그가 손을 들어 나를 불렀다.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주변을 한 번 훑어봤다. 다행히 손님이 몇 명 없었다.
"이성민 씨는요?"
"조금 늦는대요. 곧 올 거예요."
김민재가 술을 한 잔 따르며 말했다.
그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강도현 씨, 진짜 억울하겠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잔을 받아들고도 마시지 않았다.
지금은 술을 마실 정신이 없었다.
"저희가 그날 기억 다 있어요. 하은이가 게이트 좀 이상하다고 저희한테도 얘기했었어요."
나는 순간 긴장했다.
몸이 저절로 앞으로 기울었다.
"하은 님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게이트에서 나갈 때,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근데 그때는 그냥 착각이겠지 하고 넘겼거든요."
김민재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그때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아무도, 그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요."
김민재가 목소리를 낮췄다.
주변을 한 번 살피고, 몸을 더 가까이 기울였다.
"공략 시작 전에, 서준혁 팀장이 이상한 전화를 받는 걸 봤어요. 저희한테는 안 들리게 조심하는 것 같았는데, 통화 내용 중에 '전송 좌표'라는 말이 들렸어요."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공략 시작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게 정말이세요?"
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졌다.
"네, 확실해요. 성민이도 같이 들었어요. 나중에 저랑 걔랑 서로 확인했었거든요. 우리 둘 다 잘못 들은 거 아니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어요."
김민재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건 단순한 착각이나 오해가 아니었다.
'전송 좌표'라는 말은, 사고가 나기 전부터 이미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뜻이었다.
서준혁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상황을 직접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김민재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에 이성민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그가 화면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이성민이네요. 왜 안 오는지 물어봐야겠어요."
전화를 받았다.
"어, 성민아. 지금 어디..."
그가 말을 멈췄다.
전화 너머에서, 뭔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김민재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김민재의 얼굴이 점점 하얘졌다.
"뭐? 지금 무슨 소리야, 성민아!"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주변 손님들이 힐끗 쳐다볼 정도였다.
"성민아, 야, 잠깐만, 뭐라고?"
뚜뚜뚜.
전화가 끊겼다.
김민재가 휴대폰을 붙잡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전화기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졌다.
김민재가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에는, 방금 전까지 없던 두려움이 가득했다.
"성민이가... 누가 자기 집 밖에 있다고... 그러다가 갑자기 끊겼어요."
나는 그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서준혁의 담담한 얼굴이 떠올랐다.
기자회견장에서 짓던 그 여유로운 표정.
조작된 로그, 묵살당한 경고, 그리고 지금.
이건 단순한 은폐가 아니었다.
누군가, 진실을 아는 사람들을 하나씩 지우고 있었다.
김민재도, 이성민도, 그리고 나까지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이성민 씨 집으로 가야 해요. 지금 당장."
김민재도 떨리는 손으로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이미 핏기가 다 빠져 있었다.
"네, 네. 가요, 빨리."
우리는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술집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가 차갑게 얼굴을 스쳤다.
술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거리 끝, 가로등 아래 서 있는 검은 세단 한 대를 발견했다.
창문이 짙게 선팅되어 있어 안이 보이지 않았다.
엔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어둠 속에서 조용히, 그 위치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차는 우리가 나오는 걸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김민재도 그 차를 발견한 듯, 걸음을 멈추고 내 옷깃을 잡았다.
"저거... 저거 뭐예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검은 세단을, 그 안에 숨어 있을 무언가를 응시할 뿐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가로등 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세단의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르릉ㅡ
나는 김민재의 팔을 붙잡았다.
"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