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이계 3년, 산골로 추방되다

3화

### 3화 다음 날 오후, 협회 대회의실로 소집됐다. 통보는 문자 한 줄이었다. 오후 두 시, 3층 대회의실, 지참물 없음. 용건도 적혀 있지 않았고, 서명도 없었다. 그 무미건조함이 오히려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였다. 협회에서 오는 공지 중 이렇게 짧고 건조한 건 대개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회의실로 가는 복도는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 발밑에서 울리는 구두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고, 벽에 걸린 역대 헌터 표창장들이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그 표창장들 중 몇 개는 내가 실종되기 전, 그러니까 여명의 검 팀이 아직 팀다웠던 시절에 받은 것들이었다. 그때는 내 이름이 저 위에 걸릴 자격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회의실 문을 열었을 때, 이미 서준과 소라, 그리고 다른 팀원 둘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고, 그 시선 속에 담긴 온도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나는 즉시 알아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보는 눈빛에는 최소한의 동료애, 혹은 동정 비슷한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눈, 혹은 이미 답을 정해놓은 눈. 나는 자리에 앉으며 그 두 가지 눈빛의 차이를 계산했다. 텅 빈 눈은 무관심이었고, 정해놓은 눈은 적의였다. 서준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의 눈은 전자였고, 서준의 눈만이 후자였다. "강도훈 씨." 감사관이 태블릿을 내 앞에 밀어놨다. "이 영상, 본인이 맞습니까." 화면 속에는 내가 회수함 앞에 서 있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마력석을 손에 쥐고 있는 나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배낭에 넣는 듯한 동작. 화질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선명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오해할 여지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영상은 명백히 편집된 것이었다. 내가 마력석을 다시 회수함에 넣는 뒷부분이 통째로 잘려 있었으니까. 타임스탬프를 봤다. 영상의 재생 시간은 정확히 47초였는데, 회수함 앞에서 내가 서 있던 실제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었다. 최소한 2분 이상. 그 차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건 편집됐습니다." 나는 말했다. "뒤에 제가 다시 넣는 장면이 있어야 합니다." "원본 영상은 이게 전부입니다." 감사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대개 미세한 흔들림이 있는 법인데, 이 사람의 목소리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것은 이 감사관 본인이 편집 사실을 모른 채, 위에서 내려온 자료를 그대로 읽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짜 손을 쓴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영상 관리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었다. 팀 리더, 그리고 협회 담당자. 서버 접근 권한은 등급별로 나뉘어 있어서, 일반 팀원은 열람만 가능하고 편집이나 삭제는 상위 권한자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예전에 팀 자산 관리를 맡았을 때 직접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 지식이 언젠가 나 자신을 겨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서준의 얼굴을 봤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는 미안함이 한 톨도 없었다. 대신 어떤 확신,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 확신은 마치 이미 여러 번 리허설을 마친 사람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소라 씨." 감사관이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당시 상황을 증언해주시겠습니까." 소라는 잠시 나를 봤다. 그 짧은 순간,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갈등을 읽었다.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고, 입술이 뭔가를 말하려다 다시 다물렸다. 나는 그 0.5초 남짓한 시간 동안, 그녀가 진실을 말할지 아니면 침묵을 택할지 저울질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갈등은 결국 갈등으로만 남았다. "강도훈 선배가... 회수함 쪽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저는 정확히 뭘 했는지는 못 봤어요." 못 봤다는 말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날 밤 소라는 후방에서 부상자를 챙기고 있었으니, 회수함 쪽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문장이 감사 회의록에 어떻게 남을지는 명백했다. '회수함 쪽에 오래 머묾', '정확한 행동 미확인'. 그 두 문장만으로도 나는 이미 의심의 대상으로 확정되는 것이었다. 사실과 사실의 조합이 진실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려낸다는 걸, 나는 이 순간 뼈저리게 실감했다. "저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느라 시간을 벌었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 과정에서 마력석 상태를 다시 확인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았다고요?" 서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건 제가 처리한 겁니다." 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서준이 몬스터를 처리한 게 아니라, 내가 몸을 던져 시간을 번 뒤 팀원들이 먼저 빠져나갔다는 걸. 그날 내 팔에 남은 상처, 아직도 저릿하게 당기는 그 상처가 그 증거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증언해줄 사람은 없었다. 소라조차 시선을 피했다.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릴까 잠깐 고민했다. 상처를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최소한의 저항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팔을 걷는 순간, 그 상처마저 '자해로 인한 자작극'이라는 프레임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먼저 서버렸다. 나는 손을 내렸다.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억울함이라는 감정을 명명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고, 나는 그 손을 테이블 아래로 숨겼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이 오히려 정신을 붙잡아주는 것 같았다. "강도훈 씨의 재심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감사관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실종 기간 동안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번 마력석 분실 정황을 종합하면..."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리고 문경식 지부장이 들어왔다. 지부장이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회의실 공기가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이, 그가 자리에 앉는 순간 오히려 한층 더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감사 보고서를 훑어봤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회의실을 채웠다. 서걱, 서걱, 그 소리가 마치 시한부 선고를 앞둔 카운트다운처럼 들렸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문경식이 말했다.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강도훈 씨는 오늘부로 여명의 검 팀에서 제명, 헌터 자격은 재심사 보류 상태로 유지됩니다." 제명.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이미 내려진 결정이라는 말은, 이 회의 자체가 형식에 불과했다는 뜻이었다. 소라의 증언도, 서준의 발언도, 감사관의 질문도, 전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든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더 참담하게 만들었다. "증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조작의 증거가 없다면, 그건 주장에 불과합니다." 문경식의 대답은 단호했다. "강도훈 씨, 이의 신청은 별도 절차로 접수하십시오." 별도 절차.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이 방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진 전례가 거의 없다는 것도, 재심사가 몇 년씩 지연된다는 것도. 나는 예전에 다른 헌터의 이의 신청 건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삼 년째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삼 년. 그동안 그 사람의 삶은 정지된 채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애써 참았다. 무릎이 살짝 꺾이려는 순간,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 그 짧은 순간의 비틀거림을 서준이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회의실을 나오기 전, 서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내려간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승리를 확인하는 자의 미소, 그리고 그 승리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감추려는 자의 조심스러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복도를 걸으며, 나는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을 굳혔다. 균열, 회수함 흠집, 편집된 영상, 그리고 이 신속한 처분까지. 우연이 셋을 넘으면 우연이 아니다. 이건 넷이었다. 누군가 처음부터 이 판을 짜놓았다는 것. 복도 창밖으로 협회 마당이 내려다보였다. 신입 헌터들이 훈련을 받는 모습이 보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저 마당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 마당에 다시 설 자격조차 의심받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증명할 방법이 나에게는 없었다. 없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는. 서버에 접근할 권한도, 편집 이전의 원본을 확보할 방법도, 이 판을 짠 사람이 누구인지 밝힐 단서도. 나는 그저 이 조작극의 가장 밑바닥에 놓인 말 한 마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함이 조금 전의 뜨거움을 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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