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신통 셋, 무림을 삼키다

5화

관도 위로 비릿한 피 냄새가 가라앉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가 피 웅덩이 위로 얇게 내려앉았다. 붉은빛과 흙빛이 뒤섞여 관도 전체가 짓이겨진 듯 보였다. 정하람은 정하빈의 어깨를 살폈다. 도풍에 스친 자리가 검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살갗이 갈라진 틈으로 핏물이 배어 나왔다. 숨은 거칠었고, 입술은 핏기 없이 하얬다. "형님." 대답이 없었다. 정하람은 정하빈의 손목을 잡고 맥을 찾았다. 박동은 고르지 않았고, 몇 번이나 놓칠 만큼 희미했다. 지원자 무리 중 하나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나이가 지긋한 사내였다. 허리춤에서 작은 목갑을 꺼내 든 손이 조심스러웠다. "내상약이 좀 있소. 급한 대로 쓰시오." 정하람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사내가 건넨 환약을 정하빈의 입에 흘려 넣었다. 목울대가 힘겹게 움직였다. 넘어갔다. 그때,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던 윤재현이 이를 갈았다. "이 손... 잊지 않겠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움켜쥔 채였다. 손가락이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취기는 이미 가셨고, 눈빛만 살기로 번들거렸다. "청하성 윤가를 적으로 돌렸다는 게 무슨 뜻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윤도경도 옆에서 신음 섞인 숨을 몰아쉬며 노려보았다.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린 피가 턱 끝에 맺혀 있었다. 부하들이 서둘러 두 형제를 부축해 물러났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흙바닥에 남은 발자국만이 그들이 있었다는 흔적으로 남았다. 말발굽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원자들의 시선이 정하람에게 모였다. 조금 전까지 웅성거리던 이들은 그가 고개를 들 때마다 입을 다물거나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누구도 먼저 다가서지 못했다. 정하람은 그 시선을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았다. 오직 정하빈의 얼굴만 살폈다. 관자놀이에 맺힌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숨은 여전히 얕았다. "호천문까지... 얼마나 남았소?" 정하람이 낮게 물었다. 목소리에 물기가 배어 있었다. "반나절이면 닿을 거요." 사내가 답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정하빈을 살피며 덧붙였다. "수레라도 구해보리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정하람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소." 그는 형을 등에 업었다. 무게가 낯설었다. 사람 하나의 목숨이 이렇게 가볍고도 무거운 것이었나,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등에 닿은 형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등 뒤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람아." 정하빈의 목소리였다. 갈라지고 힘없는 소리였지만, 분명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정하람의 발걸음이 잠시 멎었다. 형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른 입술이 다시 달싹였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했으나, 소리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정하람의 등이 순간 뻣뻣하게 굳었다. "형님, 조금만 참으시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등에 얹힌 몸의 무게가, 아주 조금, 힘없이 늘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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