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윤재현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취기와 살기가 뒤섞인 눈빛이었다.
동공 안쪽으로 핏줄이 거미줄처럼 번져 있었다.
"클클, 내 동생을 건드린 놈이 누구냐."
그가 한 걸음 내디뎠다. 땅이 미세하게 울렸다.
그 발걸음 하나에 주변의 흙먼지가 파르르 떨렸다.
정하빈이 정하람의 앞을 막아섰다.
"형님, 물러서 주십시오. 이건……"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정하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낮았으나, 그 아래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실 같은 긴장이 숨어 있었다.
정하빈은 동생의 눈을 잠시 응시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넌 아직 저놈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순간, 다른 방향에서 인기척이 몰려들었다.
호천문 시험을 향하던 지원자 무리였다. 소란을 듣고 몰려온 이들이 십여 명, 상황을 지켜보며 웅성거렸다.
"저건 검영도(劍影刀)의 윤재현 아닌가."
"미친놈이 여기까지 따라왔군."
수군거림이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윤재현이 도를 들어 올렸다.
"구경꾼이 늘었군. 좋다."
그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판이 커지면, 재미도 커지는 법이지."
콰앙.
도가 허공을 갈랐다. 바람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허공을 가른 자리로 나뭇잎들이 갈가리 찢겨 흩날렸다.
정하빈이 몸을 던져 정하람을 밀쳐냈다.
푸욱.
그의 어깨에 도풍(刀風)이 스쳤다. 붉은 선혈이 튀었다.
핏방울이 허공에 흩어졌다가, 땅 위에 점점이 떨어졌다.
"형님!"
"괜찮다……. 아직은."
정하빈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자세를 낮췄다.
력무경 칠중의 내력을 전부 끌어올렸다.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마치 불덩이를 삼킨 것 같았다.
"파열섬(破裂閃)."
필사의 기예였다. 단전의 내력을 남김없이 쏟아붓는, 돌아올 여력을 계산하지 않은 일격.
번쩍.
한 줄기 섬광이 윤재현의 도를 막아섰다.
캉!
금속음과 함께 정하빈의 몸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몸이 새처럼 붕 떠올랐다가,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쿵.
땅에 떨어진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흙바닥에 처박힌 그의 몸에서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형님!"
정하람이 달려가려 했다.
발이 채 땅을 박차기도 전에, 윤재현의 그림자가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윤재현이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클클, 다음은 네 차례다."
도가 다시 치켜 올라갔다.
도신에 반사된 햇빛이 정하람의 눈을 찔렀다.
지켜보던 지원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누군가는 뒷걸음질을 쳤고, 누군가는 숨을 죽인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정하빈은 피를 토하며 움직이지 못했고, 정하람의 눈앞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람 한 줄기가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차갑고, 무겁게.
그 순간, 정하람의 눈빛이 처음으로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