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백은색 갑옷을 걸친 백하린이 골목 어귀에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하준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창가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벌써…… 눈치를 챈 건가.'
창틀에 걸린 그 짧은 순간의 시선만으로도 하린이 풍기는 분위기는 훈련장에서 늘상 보아온 것과는 확연히 달랐는데, 어깨에 걸친 백은색 갑옷은 늦은 오후의 빛을 받아 서릿발처럼 차갑게 번쩍였고,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짙은 흑발은 갑옷의 냉랭함과 대비되어 오히려 더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그런 그녀가 아무런 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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