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칼이 떨어진다.
느리게 보인다. 실제로는 눈 깜빡할 사이인데, 머릿속에서만 시간이 늘어진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리는 이미 굳었고, 팔은 들어 올릴 힘조차 없다. 등 뒤로는 담벼락, 옆으로는 쓰러진 다혜와 서유리. 도망칠 틈도, 도망칠 이유도 없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듯 열린다.
소리도 없이.
마치 오래 잠겨 있던 문이 안쪽에서부터 뜯겨 나가는 느낌이다. 통증도 아니고 쾌감도 아니다. 그냥, 열린다.
"안 돼."
입에서 튀어나온 건 도망치라는 말도 아니고 사기 문구도 아니다.
지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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