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흑련학원 3층 복도.
낡은 시멘트 벽에 금이 가 있었다.
페인트는 반쯤 벗겨진 채였다.
천장 조명 하나가 깜빡였다.
꺼질 듯 말 듯, 신경을 긁는 리듬으로.
강태오는 복도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등 뒤로 시선이 쏠렸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목각이다.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 새끼, 진짜 나무 깎아서 산다며.
다른 누군가 낮게 비웃었다.
태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붙는 별명이었다.
목공소 아들내미라는 이유로 붙은 이름.
학원 안에서는 그런 게 곧 계급이 됐다.
힘없는 놈, 배경 없는 놈, 웃음거리.
상관없었다.
어차피 삼 주면 재평가받을 거였으니까.
쿵.
박덕수가 앞을 막아섰다.
고릴라 같은 체구였다.
어깨만 봐도 문틀을 채웠다.
목에는 은색 체인이 걸려 있었다.
싸구려였지만 번쩍거리는 게 자랑인 모양이었다.
야, 목각.
박덕수가 태오의 어깨를 밀었다.
너 오늘 좀 컸다며.
컸다니.
태오가 되물었다.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소문 못 들었나 보네.
박덕수 뒤에 있던 놈이 낄낄거렸다.
얘 어제 2학년 애 하나 눕혔대요.
태오는 그냥 서 있었다.
눈동자만 살짝 움직여 박덕수의 체중 배분을 살폈다.
발끝이 앞으로 쏠려 있었다.
치기 전에 반드시 짓는 자세였다.
뭔데 그 눈은.
박덕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냥 눈인데요.
태오가 대답했다.
목소리에 억양이 없었다.
그게 더 사람 신경을 긁었다.
뒤에 있던 무리가 낄낄거렸다.
박덕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
이 새끼 죽고 싶나.
박덕수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태오는 속으로 셋을 셌다.
하나.
어깨가 벌어졌다.
둘.
체중이 뒤로 실렸다.
셋.
그 다음은 빨랐다.
퍽.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태오의 몸이 반 발자국 옆으로 빠졌다.
동시에 손끝이 박덕수의 코를 쳤다.
뻐직.
둔탁한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박덕수의 코뼈가 옆으로 돌아갔다.
피가 순식간에 쏟아졌다.
박덕수가 비틀거렸다.
뭐, 뭐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코를 감싸쥔 손가락 사이로 피가 새어 나왔다.
복도 바닥에 붉은 방울이 점점이 떨어졌다.
태오는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거리였다.
무릎이 박덕수의 턱을 올려쳤다.
빠각.
턱뼈가 어긋나는 소리였다.
박덕수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무리 중 하나가 달려들려는 듯 몸을 움찔했다.
태오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복도가 조용해졌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깜빡이던 조명만 여전히 신경을 긁었다.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저거 뭐야.
목각 스킬 아니었나.
다른 누군가 되받았다.
무슨 스킬이 사람 턱을 저렇게 부수냐.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퍼졌다.
목각이라는 별명이 다른 뜻으로 다시 돌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태오는 손을 털었다.
피 한 방울이 손등에 묻어 있었다.
소매로 슥 닦아냈다.
아무렇지 않은 손짓이었다.
그런 표정으로 사람을 보지 마.
태오가 낮게 말했다.
박덕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턱을 감싸쥔 채 신음만 흘렸다.
말을 하려 했지만 어긋난 턱뼈 때문에 발음이 뭉개졌다.
흑련학원.
입학 첫날.
퇴학률 구십 퍼센트.
사망사건이 학기마다 한 번씩 터지는 곳.
성적이 나쁘면 쫓겨났다.
힘이 없으면 밟혔다.
운이 없으면 그냥 죽었다.
이 학원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다.
힘, 그리고 소문.
힘은 이미 증명했다.
소문은 이제부터 만들어질 거였다.
계산이 딱 맞아 들어갔다.
태오는 오늘로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넣었다.
어디 가서 그런 새끼한테 맞았다고 하지 마라.
태오가 박덕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박덕수는 눈을 크게 뜬 채 태오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조금 전까지 낄낄거리던 자신감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태오는 등을 돌렸다.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 앞을 막지 않았다.
방금까지 낄낄거리던 무리는 저마다 시선을 피했다.
몇 명이 벽 쪽으로 슬쩍 붙어 길을 터줬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런 거였구나.
태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번만 확실하게 보여주면 됐다.
말보다 결과가 빠른 곳이니까.
복도 끝, 계단 모퉁이.
누군가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금발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난간에 걸친 팔이 여유로워 보였다.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재밌네.
낮게 중얼거린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시선은 태오의 등에서 떠나지 않았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태오의 뒷모습을 끝까지 눈으로 좇았다.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몸을 돌렸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소문은 그날 오후, 학원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목각이 사람을 반쯤 죽였다는 이야기가.
1학년짜리가 3학년 짬을 눕혔다는 살이 붙은 버전도 함께 돌았다.
어떤 이야기는 원래보다 부풀었고 어떤 이야기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