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형님, 복수하러 왔습니다

1화

혼례식 사흘 전이었다. 나는 형님의 서재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청하가 부탁한 서첩이 들려 있었다. 그저 전해주려던 것뿐이었다. 걸음을 서두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는 길에 들르듯, 가볍게 온 것이었다. 그런데 문틈으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서준은 죽어야 합니다." 청하의 목소리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서첩을 쥔 손가락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나는 그 순간 느꼈다. "성급하다." 형님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거부는 아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대례를 치른 뒤, 그 애가 완전히 무장을 풀었을 때." "기다리다가 부황께서 마음을 바꾸시면 어찌합니까. 무왕의 경지에 오른 자를 태자로 세우겠다는 말이 벌써 궁 안에 돌고 있습니다." 부황이 나를 태자로 세우려 한다는 이야기는 나도 처음 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심장을 때린 것은 다른 말이었다. 죽어야 한다. 내 약혼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나는 문에 등을 붙였다. 안에서 옷깃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청하가 형님 쪽으로 다가서는 소리였을 것이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낮음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들렸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벽이 얇아진 것처럼. "그때가 되면, 형님께서 손수 하시는 겁니까?" "내가 직접 할 필요는 없다. 손은 얼마든지 있어." 웃음소리는 없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이건 감정이 실린 계획이 아니었다. 그저 다음 안건을 정리하는 목소리였다. 마치 내일 조회에서 다룰 세곡 문제를 이야기하듯이. 나는 문을 밀고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뒷걸음질쳤다. 발소리를 죽이는 법은 검을 배우며 자연히 익힌 것이었다. 발끝으로 무게를 나누고, 뒤꿈치를 바닥에 대지 않는 법. 그러나 그날 밤, 그 걸음은 나를 구하지 못했다. 서첩은 결국 청하의 시녀에게 맡겼다. 직접 전할 자신이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장의 무늬를 세다가, 검을 꺼내 손질하다가, 다시 눕기를 반복했다.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과,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번갈아 나를 흔들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사냥을 나갔다. 형님이 청한 자리였다. 우애를 다지자는 말과 함께. 사람을 보내온 시각이 새벽이었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형님은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었다. 숲은 깊었다. 안내한 자는 형님의 심복이었다. 이름은 익히 알았으나, 그 얼굴에서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나는 알면서도 따라갔다. 확인하고 싶었다. 형님이 정말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 정확히는 — 확인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었다. 말없이 걷는 동안 나는 계속 등 뒤를 살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의 방향으로 시간을 가늠했다.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사냥이라기엔 지나치게 깊은 곳까지 들어가고 있었다. 확인은 곧 끝났다. 절벽 앞에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형님이 서 있었다. 청하도 함께였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없었다. 그저 계산이 끝난 얼굴이었다. 청하는 붉은 겉옷을 입고 있었다. 혼례를 준비하며 새로 지은 옷이라 들었다. 그 옷을 입고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어쩐지 가장 잔인하게 느껴졌다. "이서준." 형님이 나를 불렀다.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너는 재능이 지나쳤다. 그게 죄다." 웃기지도 않는 죄명이었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재능이 죄라면, 형님은 무엇으로 나를 재는 것인가. 나는 검을 뽑았다. 그러나 심복 셋이 이미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어느새 뒤쪽 두 명, 옆쪽 한 명. 완벽한 삼각의 배치였다. 그들의 검은 평범한 철검이 아니었다. 손목에 두른 검은 팔찌—진기를 억제하는 물건이었다. 형님은 처음부터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해온 것이다. 나는 언제 저 팔찌를 채웠는지 떠올려보려 했다. 사냥을 나서기 전, 심복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짧은 접촉 사이에 무언가를 흘려넣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저 우애의 표시라 여겼다. 칼을 뽑는 놈은 읽힌다. 나는 그 순간에도 그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도 소용없었다. 세 자루의 검이 동시에 들어왔다. 나는 몸을 비틀었으나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어깨에 얕은 상처가 그어졌다. 뜨거운 것이 흘렀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억제된 진기로는 근육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등 뒤는 절벽이었다. 나는 발을 디딜 곳을 찾아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물러설수록 등 뒤의 허공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발끝의 감각으로 알았다. 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불어왔다. 절벽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이었다. "부디, 이해해주세요." 청하가 말했다. 눈이 웃지 않았다. — 저 여자는 처음부터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 그 생각이 마지막으로 스쳤다. 이해해달라는 말이 이토록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밀려났다. 발이 허공을 딛었다. 그 아래는 아무것도 없었다. 떨어지는 동안,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그저 화가 났다. 나 자신에게. 배신을 예감했으면서도 확인이라는 사치를 부린 나에게. 문틈으로 들은 그 말을, 그 자리에서 형님께 따져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후회였다. 두려움과 행동은 별개다. 나는 그 순간에도 살아날 방법을 계산했다. 검기를 끌어올려 낙하 속도를 줄였다. 그러나 억제된 진기로는 완전한 제어가 불가능했다. 몸이 바위에 부딪히고, 나뭇가지에 스치고, 다시 떨어졌다. 등에서, 옆구리에서 순서대로 통증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 통증조차 뜨문뜨문 느껴질 뿐이었다. 정신이 조각나고 있었다.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의 색이 달랐다. 회백색으로 물든 안개가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소리도 이상했다.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아닌, 무언가 웅웅거리는 낮은 울림이 귓가에 걸려 있었다. 허공천. 이곳이 바로 금지된 땅이라는 것을, 나는 대운국의 황자로서 알고 있었다. 살아 나간 자가 없는 땅. 어린 시절 유모가 겁을 주려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던 곳이었다. 형님은 나를 죽이는 대신, 이곳에 버렸다. 시신을 남기지 않는 완벽한 살인이었다. 시신이 없으니 죄를 물을 자도 없다. 형님다운 셈이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웃었다. 목이 메었다. 형님, 그 이름을 속으로 되뇌었다. 앞으로 내가 넘어야 할 것은 하나였다. 부황도, 재상도, 청하도 아니다. 오직 그 사람. 생존이 먼저다. 복수는 그다음이다. 나는 그 순서를 마음에 새겼다. 몇 번이고 되새겼다. 정신이 흩어질 때마다, 그 문장만은 놓지 않으려 했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손끝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억제된 진기가 아직 몸 안에서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리고 상처. 어깨에서 시작된 출혈이 옷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다면, 그것마저 형님의 계산대로 되는 것이다. 그 생각이 오히려 나를 붙들었다. 죽더라도,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의식이 흐려지려던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걸음이었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흙을 밟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나는 눈을 겨우 떴다. 안개 사이로 흰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백의를 입은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는 작지 않았고, 어깨는 곧았다. 그 걸음걸이에는 무술을 익힌 자의 무게가 실려 있지 않았다. 발걸음에서 어떤 무술의 격도 느껴지지 않았다—그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이 땅에, 무공도 없이 홀로 서 있다는 것이.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그 눈빛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나를 살피는 눈이었다. 두려움이나 경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가늠하는 눈. 그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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