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가주님, 저 폐물 아니었어요

5화

그날 이후로 심가 안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폐물이라 불리던 심호진이 하급 무사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는 것. 창고에 숨어든 흑련가 잠입자 셋을 혼자 제압했다는 것. 소문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몸집을 불렸다. 누군가는 내가 검기를 뿜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내가 맨손으로 벽을 뚫었다고 했다. 정작 나는 목검 한 자루로 상대를 후려친 것뿐인데, 이야기가 부풀 때마다 나는 점점 더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장로들은 진위를 확인하려 했지만, 나는 시치미를 뗐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장로 하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하급 무사가 나가떨어질 정도로 운이 좋았단 말이더냐." "그 무사도 운이 나빴던 겁니다." 말문이 막힌 얼굴로 그가 헛기침을 하고 물러났다. 대신 나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영왕이 살아 있고, 부모님이 흑암동에 있다는 정보.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확실한 근거, 흑련가가 스스로 반응할 만한 미끼가 필요했다. 가슴속에서 낡은 화로 하나가 다시 지펴지는 느낌이었다. "창고에서 압수한 영패를 다시 빼올 수 있겠습니까." 나는 심유나에게 물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건 지금 장로원 봉인고에 있는데." "제가 시험에서 육 단계를 넘으면, 잠시 열람할 자격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그거랑 영패가 무슨 상관인데." 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영패를 미끼로 걸어두면 흑련가 잔당이 반드시 움직일 겁니다. 놈들은 그 영패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알 테니까요." 강염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위험한 도박이다." "위험해야 물고기가 크게 물지요."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강염이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았다. "물고기가 아니라 이무기가 물면 어쩔 텐가." "이무기라도 배가 고프면 미끼를 뭅니다." 그가 짧게 숨을 내쉬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심유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만약 진짜 영상급이 나타나면 어쩔 거야." "그럼 그때 가서 도망치면 됩니다." "...진심이야?" "반은 진심입니다." "나머지 반은?" "나머지 반은 도망칠 곳부터 미리 정해두는 겁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못 말리겠네." 하지만 더는 말리지 않았다. 나는 봉인고 위치를 머릿속에 새겼다. 복도의 폭, 경비 교대 시각, 창문의 위치까지 하나하나 되짚었다. 도끼로 나무를 쪼갤 때도 결을 먼저 읽어야 하는 법이다. 이 일도 다르지 않았다. 보름의 시한과 부모님의 행방,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쪽도 늦출 수 없었다. 시험까지 남은 날짜를 손가락으로 셈해보았다. 부족했다. 하지만 부족한 채로라도 움직여야 했다. 창밖으로 노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 그 붉음이 마치 대장간 화로의 불빛 같아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마침 그날 밤, 심가 외곽 경비 초소에서 급보가 날아들었다. 정체불명의 검은 인영들이 담을 넘었다는 소식이었다. 경비 무사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와 보고했다. "셋... 아니, 넷입니다. 담을 넘는 순간 그림자처럼 흩어졌습니다." 그들의 옷깃에는 검은 연꽃 문양이 수놓여 있었다고 했다. 흑련가의 표식. 내가 던진 미끼가 벌써 물린 것이다. 생각보다 빨랐다. 너무 빨라서, 오히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나는 목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바닥에 익숙한 나뭇결의 감촉이 닿았다. 가슴속 화로가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심유나가 창문 밖을 살피며 낮게 중얼거렸다. "넷이라니... 예상보다 많잖아." 강염이 검을 뽑아 들며 물었다. "어느 방향이냐." "창고 쪽입니다." 경비 무사가 다급히 대답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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