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푸른 고양이가 깨운 검

3화

다음 날 아침, 나는 훈련장 구석에서 목봉을 들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훈련장에는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 시간에 나와 몸을 움직이는 놈은 나 하나뿐이었다. 몸은 여전히 연기 사중의 그릇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손끝에 닿는 목봉의 결이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한번 휘둘러 봐라.] 청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어제부터 녀석은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왔다. "아침부터 부지런하시오." [네놈이 게을러터진 거지, 내가 부지런한 게 아니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목봉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콰앙! 바닥이 움푹 파였다. 연기 사중의 몸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위력이었다. 흙먼지가 발목까지 튀어 올랐다. [봉심의 감각이 살아났다는 증거지. 몸은 약해도 영혼의 길은 남아있으니까.] "몸이 못 버틸 것 같은데." 나는 팔을 내려다보았다. 근육이 떨리고 있었다. 핏줄이 튀어나올 듯 불거졌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당연하지. 지금 네놈은 항아리에 바다를 담으려는 꼴이니까.] "...그럼 방법이 없다는 거요." [방법이 없다곤 안 했다.] 청묘가 능글맞게 웃었다. [매일 그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항아리가 조금씩 넓어지겠지. 다만.] "다만?" [네놈 몸이 먼저 터질 수도 있다.] "...그럼 관은 누가 짜주는 거요." [.......] 청묘가 잠시 말을 잃었다. [지금 그게 궁금한 거냐.] "궁금하지, 그럼. 죽고 나서 명석에 말려 뒷산에 버려지긴 싫소." [한심한 놈.] 혀를 차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나는 목봉을 다시 고쳐 쥐었다. 어차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두 달 안에 연기 육중. 그러지 못하면 제명이었다. 나는 다시 목봉을 내리쳤다. 퍽! 또 한 번, 또 한 번. 결대로 쪼개듯이, 가장 정직하게. 화려한 초식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저 위에서 아래로, 온몸의 무게를 실어 내리치는 것. 장작을 패듯, 쇠를 두드리듯.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동시에 가장 강력한 방법이었다. 한 번 내리칠 때마다 어깨뼈가 어긋나는 듯한 통증이 지나갔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그만큼 시간이 아까웠다. 목봉이 바닥을 파고들 때마다 손바닥이 벗겨졌고, 벗겨진 자리에 다시 못이 박혔다. [힘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숨을 맞춰라.] "어떻게 맞추란 거요." [내리칠 때 숨을 뱉고, 들어 올릴 때 숨을 마셔라. 화로에 바람 넣듯이.] 나는 시키는 대로 해보았다. 확실히, 조금 편해졌다. 목봉이 조금 더 무겁게, 그러나 조금 더 정확하게 떨어졌다. 콰앙! 콰앙! 굉음이 연달아 훈련장을 울렸다. 멀리서 누군가 잠에서 깰 법한 소리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반 시진쯤 지났을까.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온몸이 화로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뜨거웠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봉을 쥔 손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제법이구나. 하루 만에 이 정도로 몰아붙일 줄이야.] "목표가 확실하니까." 나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두 달. 연기 육중. 그거면 충분하오." [겨우 육중이 목표라니, 시시하구나.] 청묘가 코웃음을 쳤다. [오천 년 후 네놈이 어떤 놈이었는지 알면, 그딴 소리 못 할 텐데 말이야.] "살아남는 게 우선이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지만, 마음만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손바닥의 상처가 쓰라렸지만, 그마저도 나쁘지 않았다. 오천 년 후, 하늘을 걷던 감각이 조금씩, 이 좁은 항아리 안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완전히 되살아났을 때, 이 몸이 그것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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