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이수아는 상자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벨벳으로 감싼 사각의 케이스. 그 작은 상자가 식탁 위에 놓인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박준서의 표정에는 확신도 부드러움도 아닌, 이상한 결단만이 서려 있었다.
이수아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계약을 밀어붙일 때, 누군가에게 최후통지를 할 때 짓는 얼굴이었다. 사랑을 말하는 얼굴이 아니라 협상을 마무리 짓는 얼굴.
— 준서야, 갑자기...
— 갑자기가 아니야. 이 년이나 만났잖아.
— 지금은... 상황이 좀 복잡하잖아요.
— 그러니까 정리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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