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너 그거 뭐야."
다혜의 목소리가 카페 안에 낮게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옷깃을 끌어올렸다.
손끝이 미묘하게 떨렸다.
하지만 이미 본 걸 못 본 척할 다혜가 아니었다.
그 애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특히 몸에 관련된 건 절대 그냥 넘기지 않았다.
"목에 그거, 방금 그거 뭐냐고."
"아, 이거…… 그냥 벌레 물린 거야."
다혜가 눈을 가늘게 떴다.
태권도 대표팀에서 부상 판독을 밥 먹듯이 해온 애였다.
멍 자국 하나만 봐도 타박상인지 골절 전조인지 구분해내는 애.
벌레 물린 자국과 사람 이빨 자국을 못 구분할 리 없었다.
"벌레가 이빨 모양으로 물어?"
순간 말이 막혔다.
머릿속으로 변명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현은 그 사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창밖으로 돌리고 있었다.
마치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 것처럼.
무릎에 올려둔 손도 미동이 없었다.
그 무심함이 오히려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저 사람은 지금 이 상황이 재밌는 건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다가, 곧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도현의 시선이 창밖을 향해 있어도, 감각은 이미 이 테이블 전체를 훑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알파는 그런 식으로 사람을 살폈다.
"다혜야, 별거 아니야. 진짜로."
"별거 아닌데 왜 그렇게 당황해?"
다혜가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도현을 힐끗 쳐다봤다.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이분은?"
"어, 그냥…… 아는 형이야."
도현이 그때 처음으로 다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짧은 시선이었지만, 다혜가 순간 숨을 삼키는 게 보였다.
어깨가 살짝 굳고, 컵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알파의 존재감은 그런 식으로 느껴졌다.
말 한마디 없이도 공기를 압도하는 방식으로.
카페 안의 온도가 미묘하게 낮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알파세요?"
다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목소리 끝이 살짝 갈라졌다.
도현은 대답 대신 옅게 웃었다.
그 웃음이 대답이었다.
부정도 인정도 아닌, 그저 확인해주는 미소였다.
다혜의 눈빛이 확신으로 굳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나 먼저 갈게. 수업 준비해야 해서."
다혜가 내 팔을 붙잡았다.
손아귀에 힘이 꽉 들어가 있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손이라 아플 정도였다.
"강서준. 너 요즘 이상해. 한 달에 한 번씩 갑자기 결석하고, 목에 이상한 자국 나고."
"……"
"너 설마, 오메가야?"
그 말이 카페 안에 조용히 떨어졌다.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것 같았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그래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들켰다.'
'아니, 아직 확신은 아니잖아. 물어본 거잖아.'
'그런데 저 표정을 보면 이미 확신하고 있는 거잖아.'
머릿속이 뒤엉켰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부정도, 인정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입술이 바짝 말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가 났다.
걸어와 내 옆에 서더니, 아무렇지 않게 내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온기가 스며들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이라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다혜 씨죠. 서준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다혜의 시선이 우리 두 손으로 내려갔다.
동그랗게 커진 눈이 손과 도현의 얼굴을 번갈아 오갔다.
"저는 서준이 남자친구입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다혜의 눈이 커졌다.
"뭐? 남자친구?"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네."
도현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너무 태연해서 오히려 내가 더 불안해졌다.
"자세한 사정은 말씀 못 드려요. 다만 서준이한테 위험한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것만 약속드릴게요."
다혜가 나를 봤다.
확인을 구하는 눈빛이었다.
간절하기도 하고, 배신감이 섞인 눈빛이기도 했다.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친."
다혜가 이마를 짚었다.
한숨을 길게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너 나한테 왜 이런 거 말 안 했어. 그것도 알파랑, 그것도 벌써 마킹까지."
"말할 상황이 아니었어."
"상황이 아니었다고? 나 네 친구잖아!"
다혜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카페 안 몇몇 사람이 우리 쪽을 힐끔거렸다.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순간, 카페 문이 다시 열렸다.
문 위에 달린 종이 짤랑, 소리를 냈다.
박지훈이었다.
중간고사 자료를 빌리러 오기로 한 걸 깜빡하고 있었다.
'아, 맞다. 오늘 몇 시라고 했었지.'
이 타이밍에 최악이었다.
지훈의 시선이 나와 도현의 잡은 손으로 정확히 향했다.
그 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평소처럼 무심한 얼굴 그대로였다.
다만 눈빛이 조금 더 날카로워졌을 뿐이었다.
그 눈빛만으로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얘기 좀 해야겠는데."
지훈이 낮게 말했다.
카페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더 무거워졌다.
나는 도현의 손을 슬쩍 놓으려 했지만, 그가 오히려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 손을 통해 전해지는 압력이, 지금 이 상황에서 물러서지 말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다혜와 지훈,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