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졸업식 날.
아침부터 창고 안은 부산스러웠다.
박덕수는 새벽부터 일어나 낡은 다리미로 셔츠 깃을 펴고 있었다.
"이거, 세일할 때 산 거다." 그가 셔츠를 건네며 말했다. "만 오천 원짜리인데, 그래도 새 거야."
나는 셔츠를 받아 입었다.
소매가 조금 길어서 두 번 접어 올렸다.
박덕수는 그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가자."
대강당까지는 버스로 사십 분이 걸렸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건물들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바라봤다.
대강당에 들어서자, 처음 보는 것들이 가득했다.
천장에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얼룩 하나 없는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부유해 보이는 어른들이 값비싼 정장을 입고 앉아 있었고, 그들의 자녀들은 이미 팔뚝에 작은 뇌역 개창 문양을 새기고 있었다.
문양은 저마다 색이 달랐다. 금색, 은색, 청색.
나는 그것이 뇌역의 숫자와 등급을 뜻한다는 것을, 학교에서 배운 대로 알고 있었다.
색이 진하고 화려할수록, 더 높은 뇌역을 더 많이 개창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박덕수가 사준 새 셔츠를 입고 뒷줄에 앉았다.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팔뚝을 보니, 대부분 3개, 많게는 5개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저기 봐라." 박덕수가 낮게 속삭였다. "저게 3뇌역 개창한 애들이란다."
"저 정도면 시술비가 얼마나 들어요?" 내가 물었다.
"몰라. 억 소리 난다더라." 그가 대답했다.
나는 그 숫자를 속으로 되새겼다.
'억. 나는 평생 벌어도 못 만질 돈이다.'
무대 위에서 담당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명단을 넘기며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제3뇌역 개창 대상자, 이서윤 학생."
한 여학생이 웃으며 무대로 걸어 나갔다.
박수 소리가 크게 터졌다.
그다음, 그다음.
이름이 계속 불렸고, 아이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내려왔다.
그러다 마침내, 담당관이 종이를 넘기며 잠깐 멈췄다.
"제8뇌역 무료 개창 대상자, 김도윤 학생."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걸어갔다.
박수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은 예의상의 짧은 박수였다.
몇몇은 손을 마주치는 시늉만 했다.
담당관이 나에게 개창권 인증서 한 장을 건넸다.
종이는 얇았고, 다른 아이들이 받은 것과 달리 금박도 없었다.
"이 증서로 여명대 개창 센터에서 시술받으시면 됩니다." 담당관이 말했다. "유효기간은 30일입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나는 종이를 두 손으로 받아 접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나는 앞줄에 앉은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저 애, 고아라던데." 한 아이가 말했다.
"그런데 무료로 8뇌역을 받아?" 다른 아이가 비웃었다. "운 좋네."
"운이 좋은 게 아니라, 국가에서 최하위권 애들 데려다가 실험하는 거래." 옆에 있던 아이가 끼어들었다. "8뇌역은 부작용도 많다던데."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발걸음을 옮기며, 나는 손에 쥔 인증서를 다시 확인했다.
'실험이든 아니든, 나한테는 이게 유일한 기회다.'
행사가 끝난 뒤, 로비에서는 다과회가 열렸다.
기다란 테이블 위에는 딸기가 올라간 케이크와 샴페인 잔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부모들이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고,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웃고 있었다.
박덕수는 그 틈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낡은 코트에 값싼 구두를 신은 그를, 사람들이 흘겨보았다.
나는 그가 눈치 없이 케이크 한 조각을 접시에 담아 들고 있는 것을 봤다.
"덕수 형!" 누군가 그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낯익은 술친구 두 명이 로비 구석에서 손짓하고 있었다.
한 명은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담배 냄새가 옷에서부터 풍겼다.
"뭐야, 여기서 뭐해?" 박덕수가 반갑게 다가갔다.
"애 졸업식 왔다며. 우리도 근처 지나가다 들었지." 친구가 말했다. "끝나고 한 잔 어때?"
"어, 그럴까." 박덕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박덕수는 잠깐 나를 돌아보았다.
"도윤아, 저기 좀 있다 데리러 갈게." 그가 말했다.
"...어, 네." 내가 대답했다.
나는 그의 뒷모습이 로비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세 사람이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유리문 너머로 점점 작아졌다.
다과회장에 혼자 남은 나는, 개창권 인증서를 손에 꼭 쥐었다.
주변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낀 채로, 딸기 케이크 접시를 든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서 있었다.
'유효기간 30일. 시술은 빨리 받아야 한다.'
나는 그렇게 되뇌며 시계를 봤다.
시계는 오후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도 박덕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로비 구석 의자에 앉아 인증서를 접었다 폈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두 시간이 지났을 때, 다과회장의 조명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테이블을 정리하며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결국 혼자 버스를 타고 창고로 돌아갔다.
버스 안에서, 나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간판들의 이름을 무의미하게 읽었다.
창고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전등을 켜고 셔츠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배가 고팠지만, 냉장고에는 어제 먹다 남은 밥과 김치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데워 먹으며, 인증서를 식탁 위에 펴놓았다.
'30일. 오늘부터 계산하면 4월 말까지.'
나는 그날 밤 늦게까지 그를 기다렸지만, 박덕수는 새벽이 다 돼서야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왔다.
그는 문을 세게 밀고 들어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졌다.
"아저씨, 어디 갔었어요." 내가 물었다.
"친구들이랑 좀 마셨다." 그가 대답했다. "뭐, 문제 있냐?"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 듣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쳐다봤다.
박덕수는 신발장 옆에 주저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 불빛이 그의 얼굴을 잠깐 밝혔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밥은 먹었냐." 그가 무심하게 물었다.
"...네." 내가 짧게 대답했다.
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나는 그 밤, 손에 쥔 개창권 인증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종이는 아직 그대로 있었다.
접힌 자국이 조금 더 선명해졌을 뿐, 글자도 도장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창고 안에는 담배 연기와 술 냄새만 가득했고, 박덕수는 그대로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방 안의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나는 인증서를 다시 접어 베개 밑에 넣었다.
'30일 안에 시술받으러 가야 한다.'
'그런데 여명대 개창 센터까지 갈 차비는 있나.'
나는 그 계산을 하다가, 결국 잠들지 못한 채 천장을 바라봤다.
내일 아침이면 박덕수가 술이 깬 채로 평소처럼 웃어줄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