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새벽 다섯 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나는 눈을 떴다.
여명성의 하늘은 아직도 어두운 붉은빛이었다. 이 별의 태양은 항상 핏빛으로 떠서, 아침이 되어도 마치 해가 지는 것처럼 보였다.
창문 대신 뚫려 있는 작은 환풍구 틈으로 그 붉은빛이 새어 들어왔다.
나는 그 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갑주도 없이 작업복만 걸친 채로 침상에서 내려왔다.
온몸이 두 배로 무겁게 느껴졌다.
여명성의 중력은 지구보다 1.3배 강했고, 그 무게가 뼈마디마다 쌓여 있었다.
발목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에서 뻐근한 통증이 올라왔다.
"KR-1847678, 기상."
내가 부르자 침대 옆에 서 있던 원통형 로봇이 눈을 붉게 밝혔다.
높이 90센티미터, 지름 40센티미터짜리 볼링공 같은 몸통에 바퀴 두 개가 달린 녀석이었다.
"주인님, 기상 확인."
먹돌이는 그렇게 말하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C등급 관리 로봇이라 지능은 낮았지만, 나를 주인이라고 부르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먹돌아, 오늘 기온은?"
내가 묻자 먹돌이는 눈을 두 번 깜빡였다.
"영하 3도. 오늘도... 춥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작업복 위에 얇은 방한 조끼를 하나 더 걸쳤다.
여명성에서 방한 조끼 하나는 15크레딧이었다.
그 돈을 아끼려면 옷을 더 입는 수밖에 없었다.
식당까지 걸어가는 데 십오 분이 걸렸다.
채굴기지 제3구역은 조립식 벙커 열두 채로 이루어져 있었고, 내가 배정받은 숙소는 그중 가장 낡은 열두 번째 동이었다.
외벽에는 붉은 녹이 얼룩덜룩 번져 있었고, 문틀은 삐걱거릴 때마다 쇳가루를 흩날렸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다른 인부들과 몇 번 마주쳤지만, 아무도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그게 당연했다.
식당은 백 명 정도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고, 낮은 조명 아래 스테인리스 식탁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식판에 담긴 아침은 단백질 블록 하나와 물 한 컵이 전부였다.
단백질 블록은 밍밍한 종이맛이 났다.
나는 그것을 오 분 만에 삼켰다.
'2년 계약. 730일. 오늘로 1일째.'
나는 속으로 날짜를 세며 갱도 입구로 향했다.
'하루 임금 40크레딧. 730일이면... 29,200크레딧.'
'그 돈이면 지구로 돌아갈 편도 티켓을 살 수 있다.'
그 계산을 하는 동안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채굴기지 감독관은 나에게 곡괭이 하나와 조명 헬멧을 던져주었다.
"신참은 3번 갱도로 가." 감독관이 말했다. "뇌정석 캐는 거 처음이지?"
"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조심해. 무너지면 아무도 안 도와줘."
그 말을 남기고 감독관은 등을 돌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헬멧을 눌러썼다.
갱도 안은 습하고 어두웠다.
조명 헬멧의 빛이 닿는 곳만 겨우 보였다.
벽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소리가 유일한 소음이었다.
나는 곡괭이를 들어 벽을 내리쳤다.
짝, 짝, 짝.
돌가루가 얼굴에 튀었다.
숨을 쉴 때마다 먼지가 코를 찌르는 것 같았다.
세 시간째였다.
손바닥에는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
'하루에 뇌정석 3킬로그램. 그게 오늘의 목표다.'
나는 손이 떨리는 걸 무시하며 다시 곡괭이를 들었다.
곡괭이 자루를 잡을 때마다 물집이 터질 듯 따가웠다.
그래도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그날 목표를 채울 수 없었고,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임금에서 벌금이 깎였다.
벌금은 3크레딧이었지만, 그 3크레딧도 나에게는 소중했다.
그렇게 여섯 시간이 흘렀을 때, 감독관이 갱도 입구에서 소리쳤다.
"신입들 집합! 오늘 새로 온 인부들 인사시켜!"
나는 곡괭이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붉은 하늘 아래 먼지바람이 불고 있었다.
트럭 한 대가 막 도착해 있었다.
낡은 화물트럭이었는데, 짐칸 문이 반쯤 부서져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짐칸에서 열댓 명의 사람들이 내렸다.
대부분이 빚을 지고 흘러들어온 이들이었다.
벽지 발령은 돈이 궁한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지였으니까.
그들의 옷차림은 하나같이 낡고 얼룩져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트럭에서 굴러떨어졌다.
"아이고, 씨...."
낮고 굵은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걸 느꼈다.
발끝부터 손끝까지 전기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빨갛게 부은 코.
술로 얼룩진 낡은 재킷.
왼쪽 눈썹 위의 흉터까지 그대로였다.
박덕수였다.
내가 열 살 때부터 열다섯 살까지, 유일하게 나를 키워준 사람.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그 얼굴만 바라보았다.
박덕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허리를 두드리며 침을 뱉었다.
그러다 내 쪽을 보았다.
나는 숨을 멈췄다.
박덕수가 나를 알아볼까, 아니면 못 알아볼까.
머릿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 사람이 날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
'모른 척해야 하나.'
'아니, 도망쳐야 하나.'
그런데 박덕수는 그저 나를 흘겨보더니, 짐짝을 하나 내 발밑에 던졌다.
쿵.
짐짝이 발끝 앞으로 떨어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야, 꼬맹아! 이거 옮겨! 뭐 하고 서 있어?!"
박덕수가 소리쳤다.
나는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구멍이 꽉 막힌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나를 처음 보는 신참처럼 대하고 있었다.
십 년이 지난 지금, 저 사람의 눈에는 내가 그저 짐 옮기는 신참 하나로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주변에서 다른 신입들이 짐을 나르며 지나갔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박덕수는 다시 내 쪽으로 걸어오며 눈살을 찌푸렸다.
"안 들려? 이 새끼가 귓구멍이 막혔나."
그 말투는, 십 년 전 그날과 똑같았다.
내 눈앞에서, 그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