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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냄새였다. 소독약과 오존, 그리고 무언가 타는 듯한 금속 냄새가 뒤섞인 공기. 그 세 가지 냄새가 콧속으로 밀려들어오는데,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게 없었다. 병실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무기질적인 공간, 사방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둘러싸인 격리실이었다. 천장에는 CCTV 렌즈가 세 개나 박혀 있었고, 바닥은 반질반질한 회색 타일이었으며, 침대 옆으로는 온갖 계측 장비들이 삐- 삐- 소리를 내며 뭔가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진 채로 눈만 굴리고 있는데, 유리벽 너머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움직였다. "태오야." 엄마 목소리였다. 한미경, 내 어머니는 방호복을 입은 채 유리에 손을 대고 있었는데, 그 손이 떨리고 있는 게 유리 너머로도 선명하게 보였다. 방호복의 두꺼운 장갑 너머로도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괜찮아? 정신이 드니?" 나는 입을 열려다 멈췄다. 내 목소리가 또 그 이상한 진동으로 나올까 봐 두려웠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내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저음의 기계음과 사람 목소리가 뒤섞인, 스피커 고장 난 것 같은 소리였으니까. "엄마." 다행히 이번엔 사람의 목소리였다. 조금 낮게 울리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의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 한마디에 무너지듯 유리벽에 이마를 기댔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그녀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반복했다. 방호복 헬멧 안쪽으로 김이 서리는 게 보였다. 울고 있는 거였다. 그 방호복 너머로도, 유리벽 너머로도, 엄마가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내 몸을 내려다볼 용기를 냈다. 오른팔 전체와 왼쪽 다리, 옆구리부터 등까지, 인간의 피부였어야 할 자리에 매끈한 금속 표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관절 부위마다 미세한 빛이 흐르고, 손가락 끝은 예전보다 정확하게 두 배는 길어 보였다. 표면은 마치 액체 수은을 얼려놓은 것처럼 매끄러웠고,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서 작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나는 손을 움직여봤다. 완벽하게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접었다 펴는데, 오차 없이, 미세한 떨림 하나 없이 완벽하게. 그게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 인간의 손은 이렇게 정확하지 않다. 인간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힘 조절이 어긋나고, 가끔은 의도와 다르게 움직인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마치 컴퓨터로 계산된 궤적을 그대로 재생하는 것 같았다. 씨발, 이게 뭔데. "연구팀 소견으로는," 방호복을 입은 의사가 태블릿을 넘기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스크 너머로 웅웅거리며 울렸다. "폭발 당시 상자 내부에 있던 미확인 나노 물질이 환자분의 세포 조직과 융합해 일종의 자가 재구성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생체와 기계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죠." 그는 나를 마치 실험체처럼 훑어봤다. 그 시선에는 동정도, 우려도 없었다. 그저 흥미로운 표본을 관찰하는 눈빛이었다. "현재까지 이런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학계에 보고만 되어도 논문이 몇 편은 나올 겁니다." 논문이라니. 지금 내가 사람인지 기계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논문 얘기가 나오나. "되돌릴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사람 같았지만, 그 안에 낮게 깔린 진동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마치 내 목소리를 스피커로 한 번 거쳐서 듣는 것 같은 기분. 의사는 잠시 침묵했다. 태블릿을 넘기던 손가락도 멈췄다. "모르겠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그 짧은 대답이 이후 며칠간의 내 삶을 결정지었다. 그날부터 나는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이식 거부반응을 유도해 기계 조직을 강제로 떼어내는 방법이었다. 의료팀이 특수 약물을 주입했고, 나는 그 즉시 온몸이 타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근육이 아니라 회로가 타들어가는 듯한 이질적인 통증이었다. 결과는 실패. 금속 조직은 오히려 약물을 흡수하며 더 견고해졌다. 의사는 그 결과를 태블릿에 기록하며 "흥미롭군요"라고 중얼거렸는데, 나는 그 순간 저 인간의 멱살을 잡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두 번째는 물리적 절제였다. 오른팔 일부를 절단해보겠다는 의료팀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메스가 금속 표면에 닿는 순간, 표면은 스스로 형태를 재구성하며 메스를 밀어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나는 그 광경을 눈앞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메스 끝이 닿자마자 표면이 물결치듯 움직이더니 칼날을 튕겨냈다. 의사의 손이 움찔했고, 옆에 있던 간호사는 짧은 비명을 삼켰다. 실패. 세 번째는 정신적인 접근이었다. 심리치료사가 와서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나는 매일 거울 앞에서 "나는 강태오다. 나는 인간이다"라고 되뇌었다. 처음엔 그 말에 실낱같은 위안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거울 속 얼굴의 절반은 이미 금속의 광택을 띠고 있었고, 그 말은 하루하루 공허해졌다. 나흘째 되던 날, 거울을 보며 그 말을 되뇌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자조적인 웃음. 인간이다, 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세뇌시켜야 하는 처지라니. 네 번째는, 음식이었다. 어머니가 몰래 가져다준 미역국을 떠먹었을 때, 혀끝에서 느껴진 건 맛이 아니라 화학 성분 분석표 같은 정보였다. [나트륨 농도 1.2%] [단백질 검출] [지방 함량 0.8%] 숟가락을 들 때마다 눈앞에 데이터가 떠올랐다. 미역국의 온기도, 짭조름한 감칠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성분표를 읽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국그릇을 밀어냈다. 더는 먹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가 다음 날 가져온 미역국도, 그다음 날 가져온 죽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번째는, 그냥 울어보는 거였다. 눈물이 나오면 그래도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밤새 천장을 보며 지난 며칠간의 서러움을 억지로 끄집어냈다. 하지만 눈에서 흐른 건 투명한 액체가 아니라 미세하게 반짝이는 냉각액 같은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찍어 확인해봤더니 서늘한 온도에 점도까지 미묘하게 달랐다. 아, 조졌다. 나는 병상에 누워 그 다섯 번의 실패를 순서대로 되짚었다. 하나같이 인간으로 돌아가려는 발악이었고, 하나같이 나를 더 기계에 가깝게 만드는 결과로 끝났다. 이쯤 되면 인과율이 나를 상대로 억까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밤, 격리실 밖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잡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자, 그 대화의 결이 심상치 않았다. "저 정도 신체 재구성 능력이면 국방부 특수기술연구소로 이관해야 합니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환자 본인 동의 없이는—" 다른 목소리가 반박하려 했지만, 곧바로 말이 잘렸다. "본인 동의가 뭐가 중요합니까, 저건 이제 인간이 아니잖아요." 나는 그 말을 유리벽 너머로 똑똑히 들었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게 흘렀다. 심장이, 아니 심장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있는 무언가가 철렁 내려앉았다. 저건 이제 인간이 아니잖아요, 라는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됐다.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다. 그 말이 마치 확정 판결처럼 귓가에 박혔다. 나는 아직 그들이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병실에 계속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그날 밤, 격리실의 자동 잠금장치가 낮게 삐- 소리를 내며 풀리는 소리를, 나는 분명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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