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겨울날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이 저택의 하인들은 으레 불길한 예감부터 앞세우곤 했는데, 그것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습관이었다. 좋은 소식은 낮에 오고, 나쁜 소식은 밤에 온다는 것을 이 저택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저택의 정문이 열리자마자 갑옷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뒤섞여 마당을 가득 채웠는데, 그 위압감은 평소 손님을 맞을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왕실 조사관들의 마차에는 왕가의 문장이 금빛으로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장을 알아본 하인들은 저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방벽 마법사의 실종은 개인의 가정사가 아니라 왕실의 자산이 사라진 사건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이었다. 조명환 자작은 실내복 위에 겉옷만 걸친 채 마당으로 뛰쳐나왔는데, 평소의 위엄 있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당황한 얼굴이었다. 신발조차 제대로 신지 못해 한쪽 발이 맨발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조사관들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들은 곧바로 여진의 방으로 향했고, 문을 열자마자 옷장과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손길에는 예의도 조심스러움도 없었으며, 오직 목적만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진이 준서와 나눈 편지 몇 통이 발견되었다. 편지 뭉치는 여진의 침대 아래, 마룻바닥의 헐거운 판자 밑에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을 찾아낸 조사관의 손끝에는 자부심 비슷한 것이 스쳤다. 그 편지에는 두 사람이 언제부터 은밀히 만나 왔는지, 그리고 도주를 어떻게 계획했는지가 적혀 있었는데, 조사관 하나가 그 편지를 읽으며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소이는 심장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편지 속에는 밀회 장소로 정원의 온실이 자주 언급되어 있었고, 그 온실은 소이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나다니는 길목이었다. 새벽마다 물을 길어 나르며 지나던 그 길목이, 이제는 소이를 겨누는 칼끝이 되어 있었다.
"이 저택에서 이 온실을 자주 오가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조사관이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을 때, 하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이에게로 쏟아졌다. 그 시선들은 마치 미리 짜 놓은 각본처럼 정확하게 같은 방향을 향했다. 소이는 그 시선들 속에서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았다. 왜냐고. 소이는 자문했다. 내가 언니의 밀회를 봤다는 걸 왜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구는 걸까. 그러나 답은 간단했다. 소이는 늘 그 시간에 온실 근처를 지나다녔고, 그 사실을 하인들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그것을 소이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에는 더 서늘하게 다가왔다.
"강소이가 알고 있었을 겁니다." 박다혜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을 가슴에 얹은 채, 마치 자신도 피해자인 척하는 몸짓이었다. 다혜는 자신을 방어하려는 의도였을 뿐, 소이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마음은 아니었을 텐데도, 그 한마디는 소이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는 말이 되었다. 조사관의 시선이 소이에게로 고정되었고, 그 순간 소이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다른 하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누구도 소이를 위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게, 이 저택의 오래된 질서였다.
"공모입니까, 방조입니까." 조사관이 소이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이미 답을 정해 놓은 듯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소이는 입을 열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부엌에서 몰래 훔쳐본 밀회 몇 번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과, 실제로 도주를 도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으나, 이 저택에서 소이의 말은 애초에 무게를 가진 적이 없었다. 소이는 겨우 입술을 떼어 말했다.
"저는, 저는 그저 지나다녔을 뿐입니다."
그 말이 얼마나 초라하게 들리는지, 말하는 소이 자신도 알고 있었다. 조사관은 대답 대신 짧게 웃었는데, 그 웃음에는 비웃음도 동정도 아닌, 그저 익숙함만이 담겨 있었다. 이런 대답을 수도 없이 들어본 사람의 웃음이었다.
"조사관님,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조명환 자작이 끼어들며 말했다. 겉으로는 딸을 감싸는 듯한 말투였으나, 소이는 그 목소리 안에 깔린 계산을 놓치지 않았다. 자작의 손끝이 옷깃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시선이 조사관의 얼굴이 아니라 그 뒤에 서 있는 다른 관리의 표정을 살피는 모습에서, 소이는 자작이 걱정하는 것이 소이가 아니라, 이 사건이 자작가 전체의 명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걸 읽어냈다.
"오해라면 밝혀지겠지요." 조사관은 짧게 답하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말에는 어떤 관용도 담겨 있지 않았다. 밝혀질 때까지 소이는 의심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 밝혀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약속하지 않았다. 결국 소이는 그날로 저택 내에서의 이동이 제한되는 조치를 받게 되었다. 사실상의 감금이었다. 방문 앞에는 하인 하나가 배치되었는데, 그 하인의 눈빛에서도 소이는 이미 정해진 죄인을 바라보는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명예. 자작이 그 말을 입에 담을 때마다, 소이는 속으로 조소했다. 이 집에서 소이의 명예 따위를 걱정해 준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명예란 이 저택에서 오직 조 씨 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사치품이었고, 소이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자작이 그 단어를 쓸 때, 그것은 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방패였다.
그날 오후, 저택 안뜰에 소이가 홀로 서 있을 때, 겨울 햇살은 유난히 힘없이 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온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흙냄새와 마른 잎사귀의 냄새가 섞여 있었는데, 그 익숙한 냄새조차 이제는 낯설게 느껴졌다. 복도 끝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 걸음의 속도와 무게만으로도 소이는 그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소이를 눈길조차 주지 않던 사람이, 이제야 처음으로 정면으로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