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이건우 자작이 성을 떠난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짐을 꾸리는 하루 동안에도 그는 창고를 기웃거리며 혹시 놓친 물건이 없는지, 혹시 더 챙겨갈 만한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렸는데, 그 모습이 하도 노골적이어서 성의 시종들조차 눈치를 채고 슬쩍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마지막까지도 뭔가 더 얻어낼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던 그가 마차에 오르며 남긴 말은, "딸아, 이 정도 자리면 만족하고 살아라"라는 한마디뿐이었고, 이서연은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마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만족하고 살라니. 마치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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