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그 한마디, 왕자를 갈랐다

4화

소문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퍼졌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궐 안에서는 '천재 왕자 이헌'과 '범인 왕자 이강'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처음엔 시녀들의 잡담이었다. 빨래터에서, 부엌 앞에서, 우물가에서. "그런 문제를 그렇게 빨리 푸신다며?" "제2왕자님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신대." 그런 말들이 오갔다. 곧 그 말은 상궁들의 입으로 옮겨졌고, 결국 조정 대신들 사이에서까지 넌지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대전 밖 회랑에서 마주친 나이 든 내관 하나가 나를 보고 은근한 눈빛으로 물었다. "제1왕자님 침녀시죠? 요즘 소문이 사실입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뭘 대답하라는 거야, 이 양반아.' 나는 그 흐름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뒤늦게라는 말이 우습다. 사실 알아차렸어도 손댈 방법이 없었다. 소문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누가 처음 말했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말의 내용만은 모두가 정확히 기억한다.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아무리 빌어도 다시 삼켜지지 않는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배웠다. 어느 날 최상궁이 나를 불렀다. 불려가는 길, 나는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켰다. 최상궁의 처소 문 앞에서 잠깐 숨을 골랐다. '침착해. 침착해야 돼.' 문을 열자 최상궁은 이미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그랬다면서." 최상궁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그게,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뜻이 뭐가 중요하니. 이미 나온 말은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뜻이 뭐가 중요하겠어. 이미 다 퍼졌는데.' 변명할 말은 많았다. 그때 내가 한 말은 그냥 이강 왕자가 문제를 조금 늦게 푼다는 뜻이었을 뿐이고, 이헌 왕자가 빠르다는 것도 그냥 사실을 말한 거였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런 변명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늦었어. 변명은 늦었을 때 하는 게 제일 쓸모없는 짓이지.' 최상궁은 왕비의 전속 침녀이자 지밀상궁으로, 궐 안 모든 흐름을 관장하는 사람이었다. 궐 안의 크고 작은 소문, 인사, 물자의 흐름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최상궁조차도 이 소문의 흐름을 되돌릴 방법을 쉽게 찾지 못했다. "왕비님 앞에서도 이미 몇 번 언급이 됐다." 최상궁이 낮게 덧붙였다. 그 한마디에 나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왕비님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 말씀 안 하셨어. 그게 더 무서운 거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 '말이 없다는 건,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지.' 왕비 조씨는 원래 첫 아들 이강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는 사람이었다. 이강이 어릴 때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밤새 처소를 지켰고, 걸음마를 처음 떼던 날엔 온 궐에 떡을 돌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둘째 아들이 '천재'라는 말이 퍼지자, 왕비의 관심은 조금씩 이헌 쪽으로 기울었다. 처음엔 아주 미묘한 변화였다. 이헌의 처소에 들르는 발걸음이 조금 잦아졌다든가, 이강에게 하던 질문을 이헌에게도 똑같이 던진다든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갔다. 국왕 이환도 마찬가지였다. 왕과 왕비가 함께 즉위하기 전, 왕태자와 왕태자비 시절 그들 스스로도 형제간 비교의 압박을 겪었을 텐데, 지금은 그 경험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 '자기들도 겪어봤으면서, 왜 저러지.' 사람은 늘 자기가 당했던 걸 남에게 그대로 되풀이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명주는 이 소문이 퍼지는 걸 지켜보며 처음으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평소엔 실없는 소리를 잘하는 애였는데, 그날은 처소 구석에 앉아 한참을 말이 없었다. "언니, 이거 이러다 큰일 나겠어요." "나도 알아요." "이강 왕자님, 요즘 부쩍 말수가 줄었어요." "…얼마나." "사부님이 뭘 물어도 대답을 잘 안 하신대요. 예전엔 틀려도 씩씩하게 대답하셨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강은 이제 겨우 여덟 살이었다. 여덟 살. 그 나이에 뭘 알겠는가.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뭔지도 잘 모를 나이였다. 그런데 궐 안 어른들이 벌써부터 그 아이를 '범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애가 뭘 잘못했다고.' "제1왕자님, 요즘 사부님들 앞에서 말도 잘 못 하신대요." 소은이 나에게 조용히 전해준 말이었다. 소은은 이강의 전속 침녀로, 자작가 출신이지만 신분이 낮아 늘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말을 할 때도 늘 눈을 내리깔고,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 그런 소은조차 이강의 변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제가 곁에서 봐도… 예전 같지 않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데요." "글공부 시간에 자꾸 손을 떠세요. 붓을 쥔 손이요."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손을 떤다는 건,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여덟 살짜리 아이의 손이. 나는 그날 밤, 처소에 홀로 앉아 생각했다. 등불이 흔들릴 때마다 벽에 비친 그림자도 함께 흔들렸다. '이걸 되돌릴 수 있을까.'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소문은 이미 여론이 되었고, 여론은 이미 궐의 공기가 되어버렸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그 안에서 숨을 쉰다. 한 사람의 정정으로는 그 공기를 바꿀 수 없었다. '내가 가서 아니라고 백 번을 말해도,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을 텐데.'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스스로 목표를 바꾸기로 했다. '진실을 밝히는 건 이미 늦었어.'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이 소문이 두 왕자를 완전히 갈라놓기 전에, 최소한 왕실이 무너지지 않도록 수습하는 것.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별거 없는 결심이었다. 그저 더 나빠지지 않게 막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결심을 하던 밤, 나는 문득 등 뒤가 서늘해졌다. 이강 왕자가 태어난 밤, 산실 앞에서 느꼈던 그 서늘함과 똑같은 감각이었다. 그때 나는 그 감각을 그저 예감으로 넘겼다. '그냥 밤바람이었겠지.' 이번엔 아니었다. 이번엔 그 서늘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반쯤 알고 있었다. 좋은 일이 생길 때는 이런 감각이 오지 않는다. 늘 뭔가 나쁜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만 이 서늘함이 찾아왔다. 나는 그걸 몇 번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최상궁을 다시 찾아갔다. 가는 길에 마주친 궁녀 몇이 나를 힐끔거렸다. 그 시선들이 예전과는 조금 달랐다. 동정인지, 경계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눈빛이었다. "제가 뭘 해야 할까요." 최상궁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낮게 대답했다. "할 수 있는 게 있긴 하겠지.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니야."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볼 새도 없이, 최상궁은 자리를 떴다. 치맛자락이 스치는 소리만 남기고, 뒷모습은 순식간에 회랑 끝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니, 그럼 언제.' 언제가 되면 뭔가 할 수 있다는 건지, 아니면 그때가 되면 이미 늦어버리는 건지. 최상궁은 아무런 힌트도 남기지 않았다. 그 답을 알기까지, 나는 며칠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그 며칠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느껴질 거라는 걸, 그때는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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